'고강도 봉쇄' 시안의 참상, 웨이보에 알려져 네티즌들 공분
심장병 발병 환자, 제때 진료 못 받아 사망..산모, 유산하기도
네티즌들, '정부의 우격다짐식 봉쇄정책' 강력히 비판하기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로 작년 말부터 고강도 봉쇄에 들어간 중국의 고도(古都) 시안(西安)의 현재 상황을 묘사한 ‘장안(長安·시안의 옛 명칭) 10일-나의 봉쇄 열흘 일기’를 비롯해 시안의 여러 가지 암울한 상황이 웨이보(微博·중국판 트위터)를 통해 알려지면서 많은 네티즌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웨이보에는 현지에는 강력한 봉쇄정책으로 사람들이 주거지 밖으로 이동이 불가능해 식사는 물론 제때 진료를 받지 못해 사망하는 사고까지 발생하는 등 도시가 완전히 마비된 모습이 고스란히 알려지면서 현지의 참상을 전달하고 있다.
특히 일각에서는 정부가 우격다짐으로 추진하는 봉쇄정책으로 인한 성토와 비판도 쏟아져 나오고 있다.
◇ 프리랜서 기자가 전하는 현재 시안의 참상
장쉐(江雪)라는 프리랜서 기자는 지난 4일 최근 도시 봉쇄 및 외출 금지 상황 속에 시안 시민들이 겪는 고충과 재난 속에 서로 돕는 모습을 소개해 온라인상에서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
해당 글은 특히 정부의 우격다짐식 방역 정책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코로나19 발발 초기인 2020년의 우한(武漢)의 참상을 그린 소설가 겸 시인 팡팡의 ‘우한일기’를 연상케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앞서 장쉐는 봉쇄령이 처음 내려진 지난달 22일 상황을 적은 대목에서 “비록 정부는 ‘물자 공급이 충분하다’고 했지만, 사람들은 이미 사재기를 시작했다”고 전한 바 있다.
장쉐는 “이 밤에 슈퍼마켓에서 사재기를 하는 사람, 임산부, 병자, 대학원 입시생, 건축 노동자, 부랑자, 여행객 등은 모두 이번 도시 봉쇄가 그들에게 가져올 재난을 낮게 평가했을 수 있다”고 썼다.
그러면서 장쉐는 “이 도시에 ‘일시정지’ 버튼을 누른 그들, 권력을 쥔 사람, 그들은 이 도시에 사는 1300만명의 운명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생각해 보았을까?”라며 정부 방역 행정의 ‘그늘’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장쉐는 이어 지난달 27일 “통제 수위 격상에 따라 이틀에 한 번씩 외출해 음식을 살 수 있도록 하는 규정이 폐지됐다”며 “그때부터 누구도 거주 단지 밖으로 나갈 수 없게 됐다”고 전했다. 이튿날인 지난달 28일 인터넷은 음식을 살 수 없다고 호소하는 시안 시민들의 글로 넘쳐났다고 장쉐는 전했다.
그러면서 ‘누가 내게 식기와 젓가락을 팔 수 없나요’라는 글을 올린 젊은이를 도와준 일, 집이 근처인데도 봉쇄 조치로 집에 들어가지 못한 채 취사도구가 없는 사무실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청년을 도와준 일 등을 소개했다.
이어 저자는 29일 “상황이 더욱 나빠졌다”고 전했다. 그는 “두 젊은이가 ‘일주일째 인스턴트 라면을 먹고 있는데 입이 다 헐었다’고 했다”며 “한 명은 라면 두 봉지 밖에 먹을 것이 남지 않았다고 했고, 다른 한 명은 ‘실탄과 군량이 모두 바닥났다’고 했다”고 소개했다.
거기에 더해 시안 시내 택배가 12월 21일을 전후해 모두 멈춰서면서 시민들은 온라인 주문을 통해 외지에서 물건을 배달받을 수도 없게 됐다고 전했다.
◇ 협심증 환자 제때 치료 못 받아 사망하기도
심지어 6일에는 제때 진료를 받지 못해 숨진 협심증 환자의 사연도 올라왔다.
한 여성 네티즌에 따르면 그의 아버지는 지난 2일 점심식사를 한 뒤 갑자기 협심증 증세를 일으켰다.
가족이 응급 구조 전화를 걸었으나 구급대는 이런저런 이유를 대며 구급차를 보내지 않았다.
가족은 환자를 직접 병원으로 이송하기로 마음먹었지만, 시안에서는 민간 차량이 길거리에 나가는 것이 엄격히 통제돼 있어 차량 운행 승인을 받느라 많은 시간이 지체됐다.
환자가 진료받은 적이 있는 가오신(高新)국제의학센터에 전화해 치료가 가능하다는 답변을 듣고 환자를 데려간 가족은 병원 문 앞에서 ‘중위험 지구’에서 왔다는 이유로 보안요원에게 제지당했다. 가족은 길거리에서 경찰차를 붙잡고 도움을 요청했지만, 경찰관은 “우리 소관이 아니다”며 외면했다.
가족은 여러 병원에 전화를 걸어 도움을 요청했지만, 환자를 받을 수 없다거나 진료할 형편이 아니라는 답변만 돌아왔다.
어렵사리 다시 가오신국제의학센터와 연락이 돼 당직의사에게 환자를 데려갈 수 있었지만, 시간은 이미 오후 10시가 지나서였다.
환자는 협심증 증상을 보인 지 8시간 만에 수술대에 올랐으나 이튿날 새벽 숨졌다.
의사는 “발병 2시간 이내에 치료약만 복용했어도 생명을 구할 수 있었는데 너무 늦었다”고 말했다.
◇ 산모, 핵산검사 음성증명서 없어 결국 유산
또한 웨이보에는 앞서 지난 1일 오후 8시께 시안에서 한 산모가 복통 때문에 병원을 찾았으나 핵산검사 음성증명서가 없어 진료를 받지 못해 유산했다는 내용의 글도 올라왔다.
이 산모는 핵산 검사를 받고 병원 문 앞에서 결과를 기다리다가 결국 2시간 뒤 유산했다.
비난 여론이 비등해지자 시안시는 6일 “심각한 사회적 영향을 끼쳤다”며 병원장을 정직 처분하고, 외래 진료과장 등 책임자들을 해임했다.
중국의 소셜미디어에는 병원 진료조차 제대로 받지 못하는 과도한 봉쇄를 비난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장쉐(江雪)는 웨이보에 올린 글에서 “승리뿐이라는 말은 입바른 소리요, 틀에 박힌 말이고 빈말”이라며 ‘제로 코로나’ 방역 정책 때문에 많은 시민이 고통받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한 많은 네티즌은 “이런 일이 벌어지는 동안 시안시 정부는 무엇을 하고 있었냐”며 분노를 표시했다.
시안에서는 과도한 봉쇄로 먹거리 부족 등 사태가 발생하자 시민들의 불만이 점점 커지고 있다.
당국은 주민들의 외출까지 금지하고, 방역요원과 배달원들이 필수품과 음식재료를 배급하고 있는데 공급이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최근 한 시민은 만두 등을 사러 나갔다가 방역요원들에게 구타를 당했다. 한 주택단지 거주자 1000여 명이 불시에 격리시설로 강제 이송됐다. 이 과정에 고령자, 어린이, 임산부 등 주민들은 밖에서 혹한에 떨며 수시간 동안 대기하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문제는 이 같은 봉쇄조치가 언제 해제될 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지난 연말 매일 150명씩 발생하던 확진자 수는 4일 35명까지 떨어졌지만 방역당국은 ‘코로나19 제로’ 원칙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승구 온라인 뉴스 기자 lee_owl@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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