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국 치닫는 국민의힘.."더 못참아" vs "대선 안치를건가"

성상훈 2022. 1. 6.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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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쇄신' 하루만에 파행..이준석 사퇴 결의안 채택
尹, 李가 제안한 '출근길 인사'
극적 화해 기대감 커졌지만
李가 반대하던 이철규 인선안
최고위서 임명 강행하며 충돌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6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발언을 마친 뒤 의원들의 연호를 받으며 자리로 돌아가고 있다. /연합뉴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윤석열표’ 쇄신안 거부, 윤석열 대선 후보의 당직자 임명 강행, 이 대표와 의원들 간 정면 충돌, 국민의힘 의원들의 이 대표에 대한 사퇴 촉구 결의안 채택. 이 모든 게 6일 하루 동안 벌어졌다. 윤 후보가 ‘선거대책위원회 전면 해체’라는 극약 처방을 내린 다음날에도 국민의힘 내에서는 충돌 양상이 이어졌다.

 ○윤·이·당내 의원 간 내홍

이날 오전 8시. 윤 후보가 서울 여의도역 근처에 등장했다. 전날 선대위 혁신안을 발표한 윤 후보는 몸을 낮추고 출근하는 시민에게 고개를 숙였다. 이 대표가 제안한 지하철역 출근길 인사를 받아들인 것이다. 윤·이 관계가 조금 개선될 수 있을 것이란 관측도 나왔다.

하지만 이런 기대는 금세 무너졌다. 윤 후보는 오전 9시 선대본부 핵심 보직인 전략기획부총장에 이철규 의원을 임명하겠다고 밝혔고, 이 대표는 윤 후보가 제안한 쇄신안 자체를 거부했다. 전략기획부총장은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 논란에 휩싸였던 윤한홍 의원이 맡았던 선대본부 핵심 자리다. 권성동 의원과 같은 강원도에 지역구를 둔 이 의원은 꾸준히 이 대표를 비판해온 인물이다. 이 대표는 권 의원과 윤 의원 사퇴 후에도 윤핵관이 여전히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고 의심했다.

하지만 윤 후보는 결국 최고위에서 이 의원 임명을 강행했다. 이 과정에서 “반대 의견을 들었으니 강행하겠다”는 윤 후보와 “제 도장 찍힌 임명장은 못 나간다”는 이 대표가 충돌하기도 했다.

윤 후보는 오전 10시에는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했다. 최근 좋지 않은 당내 분위기에도 의원들은 다같이 일어나 ‘윤석열’을 크게 환호했다. 윤 후보는 두 손을 번쩍 들어 화답했다. 비공개 회의로 전환된 몇 분 뒤 의원들 사이에서는 ‘이준석 퇴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쏟아졌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6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지금 방식으로는 젊은 층의 지지를 절대 회복할 수 없다”고 말했다. /뉴스1


비공개 회의에선 이 대표 사퇴 의결안이 안건으로 제출됐다. 의원 다수가 의결안에 찬성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대표의 영향력을 축소하고, 윤·이 갈등에서 윤 후보에게 힘을 실어주겠다는 의도다. 총회 첫 발언자로 나선 추경호 원내수석부대표는 “도저히 참을 수 없다”며 “이제 당대표 사퇴에 대해 결심할 때가 됐고 여기에서 결정하자”고 했다. 송석준, 박대출, 김정재, 이종배, 박수영 등 다수 의원의 이 대표에 대한 성토가 이어졌다.

반면 하태경 의원은 “대선 승리를 위해 이 대표 사퇴를 결의하는 것이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대표 사퇴를 의총에서 결의하면 이번 선거가 ‘세대 결합’이 아니라 ‘세대 매장’으로 간다”고 반박했다. 회의는 7시간 넘게 계속됐고, 결국 하 의원 등 일부 의원의 반대에도 과반수 찬성으로 이 대표 사퇴 촉구안이 총회를 통과했다.

이후 이 대표는 의원총회에 직접 참석해 “지금 우리 후보에게서 이탈한 표의 대부분은 2030세대라는 것을 의원들도 아실 것”이라며 “‘너 그래서 이재명 찍을 거야?’ ‘정권 교체 안 할거야?’와 같은 명분만으로는 젊은 층의 지지를 회복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저는 당 불화를 만들어내기 위한 게 아니다”며 “우리가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라고 호소했다. 그럼에도 의원들 반응은 싸늘했다. 연설을 마친 후 의원 중에 박수를 친 건 10명도 되지 않았다.

 ○2030 표심 악화 불 보듯

문제는 이 대표 사퇴 촉구안 통과가 갈등의 ‘끝’이 아니라 ‘시작’으로 읽히고 있다는 점이다. 오히려 내홍은 더욱 거세질 것이란 전망이다. 이 대표는 절대 사퇴하지 않겠다는 뜻을 드러내고 있다. 촉구안이 채택됐지만 당헌·당규상 현실적으로 이 대표를 자리에서 물러나게 하긴 힘들다.

이 대표 측 관계자는 “사퇴할 가능성은 아예 없다고 보면 된다”며 “대표에 대한 문제 제기를 하려면 언제든 당대표실로 찾아오라고 했는데도 이렇게 행동하는 건 대선 후보에 대한 충성 경쟁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반발했다.

갈등의 핵심인 윤핵관 논란에 대한 시각차가 줄어들지 않으면 선거가 끝나는 순간까지도 갈등이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 대표 측은 윤 후보 주변 측근들이 선거 결과보다 자기 이익을 위해 움직이고 있다고 보고 있다. 또 이철규 의원 임명 과정에 권 의원과 윤 의원 등이 여전히 영향력을 행사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갈등의 책임 소재를 떠나 윤 후보의 이 대표 배제와 의원들의 사퇴 촉구안 결의가 대선 승리를 위해 반드시 잡아야 할 2030 표심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날 의원총회 와중에 열린 윤 후보와 선대본부 청년보좌역들 간의 공개 간담회에서도 이에 대한 ‘작심발언’이 쏟아졌다. 전날 윤 후보에게 실망했다며 청년보좌역 사퇴 의사를 밝힌 곽승용 씨는 “이준석 사퇴 안을 의원들이 결의하려고 하는데 선거에 지려고 작정했구나 하는 생각”이라며 “2030세대가 주로 이용하는 인터넷 커뮤니티를 좀 살펴보기라도 해라”고 말했다.

성상훈 기자 uph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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