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 없으면 정의도 사랑도 책임도 없어"

허연 2022. 1. 6.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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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서울은혜교회 홍정길 원로목사
대담집 '나라와 교회를 생각한다' 출간
헌법전문서 '자유' 빼려 하자
문대통령에 반대 편지 보내
"후손들에 돈 못 물려줘도
자유의 가치 꼭 남겨줘야"
권위주의 성찰 없는 보수
보수 모습 답습하는 진보
잘못 덮기위해 변명 급급
"지도자 말보다 삶 봐야"
홍정길 남서울은혜교회 원로목사가 자신이 이사장으로 있는 서울 강남구 일원로 밀알학교 운동장에 서 있다. 홍 목사는 "지도자를 볼 때 말보다 삶을 봐야 한다"고 말했다.
홍정길 남서울은혜교회 원로목사(81·밀알학교 이사장)가 기독교인이 아닌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진 건 '편지' 때문이다.

"현 정부 출범 후 우연히 헌법재판관을 만났는데 헌법 전문에 명시된 '자유 민주주의'에서 '자유'를 떼려고 한다는 거예요. 다급한 마음에 문재인 대통령께 편지를 썼어요. 인간을 인간답게 한 유일한 가치를 포기하면 안된다고 썼죠. 실향민의 후손이 대통령이 될 수 있었던 것도 바로 '자유'가 있었기 때문이라고도 썼어요. 한 열흘 후에 청와대에서 꽃 배달이 왔어요. 제 편지뿐만 아니라 많은 분들의 의견이 있었는지 대통령이 직접 '자유'를 빼지 말라고 지시했다고 하더군요."

홍 목사의 '자유론'은 깊이가 있다. 홍 목사는 최근 최종상 선교사와 나눈 이야기를 묶어 '나라와 교회를 생각한다'는 제목의 대담집을 냈다. 초판 3000부가 일주일 만에 매진됐다. 책에는 한국 사회와 교회에 던지는 쓴소리가 가득하다. "출애굽기 3장에 보면 '나는 스스로 있는 자니라'는 대목이 나와요. 이것이 자유예요. 자유가 한문으로 스스로 자(自)에 말미암을 유(由)잖아요. 자유의 시작은 성경이었어요. 자유가 없으면 인격도 없고, 창의력도 없고, 자발성도 없고, 책임도 없고, 정의도 사랑도 없어요. 지금 우리는 자유를 마음껏 누리는 행운의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후손들에게 돈보다 '자유'를, 자유의 가치를 물려주어야 합니다."

홍 목사는 개신교계의 존경받는 원로다. 그는 옥한음·하용조·이동원 목사와 함께 '한국 복음주의 4인방'으로 불린다. 그는 20여 개 교회를 개척했고 장애인 교육기관인 밀알학교를 이끌었다. "제 나이 팔십을 넘어 생각해보니 저도 대한민국도 많은 은총을 받았습니다. 불모의 땅에서 얼마나 많은 기적이 일어났습니까. 그런데 언젠가부터 우리 현대사를 '부끄러운 역사'로 보는 시각이 등장했어요. 말도 안됩니다. 이런저런 실수도 있었고, 좋지 않은 경험들도 있었지만 다 극복하고 오늘을 만들지 않았습니까. 저도 촛불집회 현장에 나갔는데, 그때 학생들이 '이게 나라냐'라는 피켓을 들고 있는 걸 보면서 마음이 너무 아팠습니다. 우리는 왜 우리 스스로를 비하하나요. 안될 일입니다."

그는 정치권에도 쓴소리를 날린다.

"보수는 자신들이 왜 이렇게 창피하게 무너졌는지 짚어보고 회개해야 합니다. 권위주의 시절에 대한 성찰 없이 경제 발전의 열매만 먹으려고 했기 때문에 이 지경이 된거죠. 진보는 그렇게 비판했던 보수의 모습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어요. 자기 잘못을 덮기 위해 역설로 변명하고 호도하고 있어요."

홍 목사는 "지도자는 말보다 삶으로 보여줘야 한다"고 말한다. 대중이 지도자를 선택할 때도 그 사람의 말보다는 그 사람이 살아온 삶을 봐야 한다는 뜻이다. 대형화·세속화라는 비난에 직면해 있는 교회에도 홍 목사의 고언은 계속된다. "교회는 세상의 빛과 소금으로서 칭송을 받도록 노력해야 해요. 목회자들이 남들과 똑같이 살아서는 안됩니다. 그리고 하나님과 재물은 동시에 섬길 수 없습니다. 하지만 돈의 유혹은 너무 가까이 있어서, 자칫 잘못하면 나락으로 떨어집니다. 신(GOD)과 황금(GOLD)은 'L'자 하나 차이예요. 조심해야지요."

전남 함평의 가난한 산골 출신으로 한국 현대사를 지켜봐온 그는 조심스럽게 '정의'에 대해서도 한마디를 던진다. "정의에는 반드시 사랑이 수반되어야 합니다. 사랑이 수반되지 않은 정의는 반목이나 폭력으로 흐르게 됩니다. 결국 우리가 말하는 선(善)은 정의와 사랑이 결합되어야 실현 가능합니다."

살면 살수록 '진리가 너희를 자유케하리라'는 말씀이 와닿는다는 홍 목사는 인터뷰를 끝내면서 "손해 보고 살려는 사람이 많아져야 세상은 밝아진다"는 말을 던졌다. 밀알학교 건물을 나와 어둑어둑해진 길을 걸으며 그 말이 오랫동안 생각났다.

[허연 문화선임기자 / 사진 = 김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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