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리투아니아에 2억달러 펀드 지원..미국·독일 "중국의 괴롭힘 우려"
[경향신문]
대만이 리투아니아를 지원하기 위해 2억달러(약 2400억원) 규모의 투자 펀드를 조성하기로 했다. 자국에 ‘대만대표처’ 설립을 허용한 이후 중국의 경제적 압력에 직면한 리투아니아를 직접 돕겠다는 것이다. 미국과 독일도 중국의 행동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면서 리투아니아를 측면 지원하고 나섰다.
황진야오(黃鈞耀) 리투아니아 주재 대만대표처 대표는 지난 5일 기자회견을 열고 리투아니아와의 경제무역 관계를 심화하기 위한 2억달러 규모 투자 펀드 조성 계획을 밝혔다고 대만 외교부가 6일 전했다. 황 대표는 기자회견에서 “펀드를 조성해 대만과 리투아니아 모두의 경제·과학 기술 발전에 전략적 의미가 있는 산업에 투자해 양국 산업이 함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도록 협력할 것”이라며 대만국가발전기금으로 펀드를 설립하고 중앙은행의 지원을 받아 반도체와 레이저, 생명공학 분야 등에 우선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대만의 펀드 조성 계획은 리투아니아가 수도 빌뉴스에 대만대표처 설립을 허용한 후 중국의 비공식적 경제 제재에 직면한 데 따른 것이다. 리투아니아는 유럽 국가 가운데 처음으로 지난해 11월 자국 내 대만대표처 설립을 허용했다. 이는 하나의 중국 원칙을 내세운 중국의 압박 때문에 대만이 그동안 재외공관 역할을 하는 대표처에 ‘대만’이라는 명칭을 쓰지 못하고 ‘타이베이 대표부’나 ‘타이베이 경제문화대표처’라는 이름을 써 온 관례를 깬 것이다. 중국은 즉각 리투아니아와의 외교 관계를 격하하고 경제적 보복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후 실제 리투아니아의 수출 선박이 중국 세관을 통과하지 못하고 리투아니아 상품의 수입 신청이 거부되는 등 경제적 보복 조치가 가시화됐다. 다만 중국은 공식적으로는 리투아니아에 대한 수입 제한 조치를 부인하고 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쩡허우런(曾厚仁) 대만 외교부 차관은 “대만과 리투아니아는 중국으로부터 정치·외교·경제수단 등을 이용한 복합적 위협을 받고 있다”면서 “중국은 국제무역 체계와 규칙을 파괴하는 비열한 수단을 쓰고 경제무역을 무기화해 자유민주진영을 분열시키려 한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전대미문의 권위주의적 협박 수단에 맞서 세계의 민주 동반자가 단결하고 자유민주주의의 신념을 확고히 하면 대만과 리투아니아는 승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대만은 지난 4일 중국의 수입 제한 조치로 수출길이 막힌 리투아니아산 럼주 2만400병을 정부 산하 공기업을 통해 대신 사들이기도 했다. 중국은 이를 두고 대만이 ‘금전 외교’를 펴고 있다고 비판했다.
미국과 독일도 리투아니아에 대한 중국의 경제적 보복에 우려를 나타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부 장관은 이날 워싱턴에서 안나레나 배어복 독일 외교장관과 회담을 한 뒤 가진 공동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인구 300만명도 안 되는 리투아니아를 괴롭히려는 중국 정부의 시도에 우려를 갖고 있다”면서 “이는 리투아니아만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독일을 포함한 동맹과 함께 공급망을 다변화하고 경제적 협박에 대응하면서 중국의 위협에 맞설 것”이라고 말했다. 배어복 장관 역시 “우리는 유럽인으로서 리투아니아 편에 서서 연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베이징|이종섭 특파원 noma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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