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환기·박서보 작품 그림의 떡?..난 100만원어치씩 쪼개 산다

성수영 2022. 1. 6.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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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 요지에 있는 빌딩은 안정적이면서도 수익률이 높은 투자처다.

지분 형태로 쪼개 공동으로 작품을 구매하는 미술품 조각투자는 이 점을 절묘하게 파고들었다.

작품의 투자 수익은 공동구매 후 투자자들의 동의를 얻어 재판매할 때 발생한다.

조각투자를 하면 작품을 집에 걸어놓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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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조각투자 주의할 점
한 작품을 여러명이 공동구매
가격 오르면 동의 얻어 재판매
불황땐 차익실현 오래 걸려
플랫폼 부실화·규제 등 변수


서울 강남 요지에 있는 빌딩은 안정적이면서도 수익률이 높은 투자처다. 하지만 재테크를 고민하는 사람에게 함부로 투자를 권했다가는 욕을 먹기 십상이다. 너무 비싸기 때문이다. 거장의 작품도 강남 빌딩과 비슷하다. 묵혀두면 높은 수익률을 낼 수 있다는 걸 알지만 가격이 비싸고 보관하기도 어렵다. 지분 형태로 쪼개 공동으로 작품을 구매하는 미술품 조각투자는 이 점을 절묘하게 파고들었다.

지난 한 해 미술품 조각투자의 성장세는 놀라운 수준이다. 서울옥션블루에 따르면 2020년까지만 해도 변변한 통계조차 없었던 미술품 공동구매 시장은 2021년 501억원 규모로 성장했다. 미술 투자 플랫폼인 테사의 회원 수는 지난해 초 1만여 명에서 연말에는 4만4000명으로 급증했다. 늘어난 회원 중 70%가 기성세대보다 종잣돈이 상대적으로 적은 20~30대였다.

 ○조각투자 장점 살리려면 거장 작품 구매를

조각투자의 구조는 한때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부동산 온라인투자연계금융(P2P)과 비슷하다. 공동구매하는 대상이 조각투자는 미술품, 부동산 P2P는 건물이라는 정도가 차이점이다. 미술품을 공동구매하면 일종의 권리증서인 작품 확인증을 받는다. 작품의 투자 수익은 공동구매 후 투자자들의 동의를 얻어 재판매할 때 발생한다.

조각투자를 하면 작품을 집에 걸어놓을 수 없다. 작품을 직접 보고 싶으면 해당 업체의 전시장에 방문해야 한다. 일반적인 미술품 구매에서 얻을 수 있는 심리적 만족감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따라서 작품의 미적 가치보다는 단순히 수익을 내기 위한 투자수단으로서 건조하게 접근해야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이를 고려하면 유명한 작가의 상품성 높은 작품을 구입하는 게 유리하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대표적인 작품이 일본 작가 구사마 야요이(93)의 ‘호박’ 연작이다. 경매 시장에서도 가장 인기있는 작품 중 하나로 꼽힌다. 같은 이유로 국내 작가 중에서는 김환기나 박서보, 하종현 등 거장의 작품을 구매하는 게 좋다. 반면 신진 작가 작품은 가격이 잘 오르지 않고 재판매도 어려워 투자에 유의해야 한다.

조각투자 수익률은 큰 변수 없이 미술 시장 상황에 좌우된다. 아트앤가이드의 2020년 작품 매각 수익률은 25%였는데, 미술 시장이 ‘역대급 호황’을 구가한 지난해에는 41%에 달했다. 올해에는 세계적 아트페어인 영국 ‘프리즈’의 한국 진출이 예정돼 있고, 양대 경매사 중 하나인 케이옥션이 1월 코스닥시장에 상장하면서 국내 미술 시장의 열기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라는 게 호재다.

 ○관건은 부실화·규제 리스크

다만 아무리 ‘우량주’를 구입했더라도 미술 시장 상황이 악화되면 차익 실현에 한없이 긴 시간이 걸릴 수 있다. 미술 시장 호황 주기가 보통 10년 이상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플랫폼들이 손실을 견디지 못하고 부실화할 가능성이 있다.

새로운 규제가 도입되면서 업계가 위축될 우려도 있다. 이미 조각투자가 일종의 금융투자상품이기 때문에 자본시장법상 규제를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자본시장법상 규제를 적용받는 회사는 투자상품을 발행·판매할 때 법이 정한 엄격한 공시의무를 이행해야 하고, 거래를 중개하기 위해 투자중개업자로 인가받아야 한다. 규모가 작은 플랫폼은 규제를 감당하기 어려울 수 있다.

전문가들은 조만간 금융감독원이 음악 저작권 조각투자 서비스인 뮤직카우에 내릴 유권해석 결과를 주목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금감원은 지난해 말부터 뮤직카우의 서비스가 유사투자업인지를 검토 중이다. 투자 대상은 다르지만 사업 구조가 미술품 조각투자와 비슷하기 때문에 이번 결론이 미술품 조각투자 플랫폼에도 그대로 적용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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