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탈모보험' 가능할까.."손해확대·모럴해저드 문제로 어렵다"

김태환 2022. 1. 6.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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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 후보 공약으로 논란 확산.."미용 목적은 보장 대상 아니다"

[아이뉴스24 김태환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국민건강보험에 탈모약 보장 공약을 내세우면서 보험의 탈모 보장에 대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단순계산만으로도 건강보험 재정이 연간 350억원 가까이 추가돼야 하고, 과잉진료 등으로 제도를 악용하는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가 나타날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다.

탈모 조짐이 우려되는 환자가 진단을 받고 있다. [사진=정소희 기자]

◆미용 목적이라면 보장 안돼…"재정 연간 640억원 투입 우려 "

6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이재명 후보는 전날 유튜브와 SNS 등에 "이재명을 뽑는다고요? 노(No) 이재명은 심는 겁니다"라고 말하는 동영상을 게재하면서 건강보험에 탈모약 비용을 급여 항목으로 적용하겠다는 공약을 공개했다.

특히 민주당 의원들도 자신의 탈모 경험 사례를 소개하며 '탈모 공약'에 지원 사격을 했다. 김남국 민주당 의원은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판에 M자 탈모를 고백했으며, 김원이 의원도 페이스북에 "탈모는 질병이다"는 취지의 글을 게재했다.

보험업계에서는 탈모약 비용이 건강보험에 적용된다면 재정에 부담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2020년 기준 탈모질환자는 23만3천여명이며, '탈모 질환자'를 포함해 탈모증상을 겪는 사람은 약 1천만명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지난해 탈모질환자들은 진료비로 387억3천946만원을 지출했다. 탈모치료제는 프로페시아가 대표적이다. 프로페시아는 한달에 약 5만5천원 가량으로 1년에 무려 70만원이 든다. 따라서 탈모 환자들은 비용을 줄이려 복제약(제네릭) 치료제를 복용한다. 상대적으로 약값이 저렴한 아보다트는 한달에 약 2만5천원, 1년에 30만원의 약값이 나온다.

제네릭 기준으로 50%의 약값을 보험금 지급한다고 가정했을 때 1년에 15만원, 23만3천명에게 지급된다면 약 349억원이다. 단순히 가입자를 5천만명으로 계산하면 1인당 7만원 가량 추가로 보험료를 부담해야 하는 셈이다.

현재 건강보험에서 탈모를 보장받으려면 '질병'으로 탈모가 왔을 경우에만 보장이 적용된다. 일상생활에 중대한 지장이 나타날 정도로 심각한 탈모일 경우 보장되지만 대부분의 경우 '미용' 목적으로 탈모약을 복용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건강보험이든, 실손보험이든 간에 보상영역에 '미용 목적'이 포함되지 않으며, 탈모의 경우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을 경우 대부분 미용 목적으로 분류돼 보장이 되지 않는다"면서 "게다가 질병으로 탈모가 왔다는 사실을 증명하기가 매우 어려워 사실상 보장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실제 치아보험의 경우도 임플란트, 크라운(금니) 등의 치료는 보장되지만 미용 목적의 치열교정 등은 적용이 되지 않는다.

특히 건강보험의 경우 국민 기본권과 맞닿아 있는만큼 탈모보다는 재정이 희귀병이나 새로운 암 치료 등에 우선 적용돼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손보사 관계자는 "물론 탈모로 인한 스트레스도 상당하지만 생명에 위협이 되거나 건강상에 큰 문제가 생기는 것이 아니다"라며 "건강보험은 정말 치료가 어려운 희귀병과 암, 백혈병 등에 보장이 강화되는 것이 맞다"고 설명했다.

◆과잉진료 등 모럴해저드 우려도 나와…"일부 특약으론 검토 가능"

보험사들은 건강보험이 아니라 민간보험의 경우도 탈모 보장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입장이다. 특히 모럴해저드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다.

만일 탈모약에 보험이 적용될 경우 일부 병원이나 환자가 이를 악용해 과잉진료를 받고 보험금을 타내는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손보사 관계자는 "실손의료보험도 건강보험과 마찬가지로 질병으로 인한 탈모의 경우만 보장된다"면서 "비염수술을 빌미로 코 성형수술을 진행하거나 필요 없는 백내장 치료를 진행하고 실손보험을 타는 등 탈모와 관련해 악용 사례가 나타난다면 실손보험 적자 폭이 심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기존 건강보험이나 장기보험 상품에 특약 항목으로 제공하는 방안은 검토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또 다른 손보사 관계자는 "탈모 관련 보장을 개발 한다면 암 치료 부작용으로 머리가 빠지는 등의 상황에서 진단금이나 약값을 지원하는 등의 특약은 검토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태환 기자(kimthi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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