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종사자 노동자로 추정' 인권위 의견에 노동부 장관 "상당한 검토 필요"
[경향신문]
안경덕 고용노동부 장관은 플랫폼 노동자를 노동관계 법령상 노동자로 추정하고 이를 부인하려면 기업이 입증하도록 하는 방안에 대해 유보적 입장을 나타냈다. 앞서 국가인권위원회가 플랫폼 노동자를 제대로 보호하려면 이같은 방향으로 입법하라고 국회에 권고했는데, 정부 입장에서 당장 받아들이기는 어렵다는 취지다.
안 장관은 6일 출입기자단과의 간담회에서 장철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플랫폼종사자법(플랫폼 종사자 보호 및 지원 등에 관한 법률안)’이 정부 입장과 같다고 밝혔다.
이 법안은 플랫폼 사업자와 노동자의 계약 체결에 관한 원칙, 보수 결정, 차별적 처우 금지, 안전과 건강 보호 등을 규정하는 특별법이다. 노동계에서는 근로기준법 등 기존 노동관계 법령의 노동자 개념을 넓혀 플랫폼 노동자를 보호 범위 안에 포괄하는 게 더 근본적인 방법인데도 별도의 특별법을 만드는 것은 또 다른 사각지대를 양산할 수 있다고 비판해왔다. 이후 이수진 민주당 의원이 노동계 의견을 반영해 플랫폼 노동자를 노동관계 법령상 노동자로 추정하고, 부인할 경우 증명은 플랫폼 사업자가 해야 한다는 내용의 법안을 추가로 발의했다.
안 장관은 “플랫폼 종사자는 기존 노동관계법상의 근로자와는 다르게 의무의 주체인 사업자를 특정하기 어렵다”며 “특정 사업자와 일한다고 하더라도 노동관계법상 근로자와는 일하는 양태가 다르다”고 했다. 이어 “플랫폼 종사자가 노동관계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면 당연히 (노동관계법의) 적용을 받겠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에도 별도의 법을 통해서라도 보호하자는 게 장철민 안이고, 정부 입장과 같다”고 했다.
구체적으로 노동자성 추정에 대해서는 “입법과 법원 판례에 비춰볼 때 상당한 검토가 필요하다”며 유보적 입장을 밝혔다. 입증책임 전환과 관련해서도 “유럽 등 외국에서 논의가 있기는 하지만 아직 진전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인권위는 지난달 30일 노동관계 법령을 통한 보호를 기본 원칙으로 해야한다면서 노동자성 추정과 입증책임 전환을 플랫폼종사자법에 명시해야 한다는 의견을 표명했다. 인권위는 “노동관계법이 전통적인 엄격한 기준에 의해 보호받아야 할 대상을 그 적용대상에서 배제한다면, 정작 노동약자에게 노동관계법은 무력한 장치에 불과하게 된다”고 했다. 인권위 의견 표명에 대해 안 장관은 “인권위가 권고를 하면 가능하면 수용해야 되는 것들도 있지만, 이 부분은 국회 논의 과정에서 정부 의견을 이야기하는 게 더 바람직하다”고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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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장관은 노동계에서 폐지를 주장해온 이주노동자의 사업장 변경 제한에 대해선 “사업장 변경 제도는 고용허가제 존속을 위해 필요한 제도”라며 선을 그었다. 안 장관은 “인권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것은 잘 알고 있다”면서도 “제한적이지만 현재도 사업장 변경이 가능하기 때문에 제도의 근간을 유지하면서 보완이 이뤄져야 하는 사안”이라고 했다. 노동계에서는 사업장 변경 제한이 강제노동을 금지하는 노동법을 무력화해 인권 침해 소지가 있다며 폐지를 촉구해왔다. 하지만 지난달 헌법재판소는 불법체류자가 급격히 늘어나 이주노동자의 효율적 관리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이같은 체계가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결정을 냈다.
이혜리 기자 lh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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