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시정지' 버튼에 1300만 명 운명이"..中 시안 봉쇄 비판글 화제

박세희 기자 2022. 1. 6. 16:1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프리랜서 언론인 장쉐의 ‘장안십일’

우격다짐식 봉쇄방역 신랄 비판

“이 도시에 ‘일시정지’ 버튼을 누른 그들, 권력을 쥔 사람, 그들은 이 도시에 사는 1300만 명의 운명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생각해 보았을까? 이런 일이 천하보다 큰일이 아니라면 어떤 일이 큰일일까?”

코로나19 확산세로 지난해 말부터 고강도 봉쇄에 들어간 중국의 고도(古都) 시안(西安) 상황을 묘사한 ‘장안(長安·시안의 옛 명칭) 10일-나의 봉쇄 열흘 일기’에 나오는 한 대목이다. 장쉐(江雪)라는 이름의 프리랜서 기자가 지난 4일 웨이보(微博·중국판 트위터)에 올린 이 글은 도시 봉쇄 및 외출 금지 상황 속에 시민들이 겪는 고충과 재난 속에 서로 돕는 모습을 소개해 온라인상에서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

장쉐는 봉쇄령이 처음 내려진 지난달 22일 상황을 적은 대목에서 “비록 정부는 ‘물자 공급이 충분하다’고 했지만, 사람들은 이미 사재기를 시작했다”고 전했다. 장쉐는 “이 밤에 슈퍼마켓에서 사재기를 하는 사람, 임산부, 병자, 대학원 입시생, 건축 노동자, 부랑자, 여행객 등은 모두 이번 도시 봉쇄가 그들에게 가져올 재난을 낮게 평가했을 수 있다”고 썼다. 저자는 봉쇄 초기에는 슈퍼마켓, 식료품점 등이 문을 열어두고 있어서 기본적 생활은 가능했지만 봉쇄로부터 이틀이 지나자 먹거리를 구하는 데 어려움이 생겼다고 전했다.

장쉐는 이어 지난달 27일 통제 수위 격상에 따라 이틀에 한 번씩 외출해 음식을 살 수 있도록 하는 규정이 폐지됐다며 그때부터 누구도 거주 단지 밖으로 나갈 수 없게 됐다고 전했다. 그 이튿날인 지난달 28일 인터넷은 음식을 살 수 없다고 호소하는 시안 시민들의 글로 넘쳐났다고 저자는 전했다. 그러면서 ‘누가 내게 식기와 젓가락을 팔 수 없나요’라는 글을 올린 젊은이를 도와준 일, 집이 근처인데도 봉쇄 조치로 집에 들어가지 못한 채 취사도구가 없는 사무실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청년을 도와준 일 등을 소개했다.

이어 저자는 지난달 29일 “상황이 더욱 나빠졌다”고 전했다. 그는 “두 젊은이가 ‘일주일째 인스턴트 라면을 먹고 있는데 입이 다 헐었다’고 했다”며 “한 명은 라면 두 봉지밖에 먹을 것이 남지 않았다고 했고, 다른 한 명은 ‘실탄과 군량이 모두 바닥났다’고 했다”고 소개했다. 거기에 더해 시안 시내 택배가 12월 21일을 전후해 모두 멈춰 서면서 시민들은 온라인 주문을 통해 외지에서 물건을 배달받을 수도 없게 됐다고 전했다.

저자는 또 임신한 여성이 병원에 갈 수 없는 상황, 신장 이식 후 급하게 약을 사야 하는 환자가 약 살 곳을 찾지 못하는 상황, 외지 출신 노동자가 공사현장에서 밥을 먹지 못하고 있는 상황, 대학원 입시를 치르러 온 사람이 거리를 떠돌며 굶주리고 있는 상황 등 흉흉한 소식들이 SNS에서 떠돈다고 전했다.

장쉐는 이 같은 상황 묘사와 함께 “행정력이 모든 문제를 해결하지는 못한다는 것을 정부는 아직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며 정부의 우격다짐식 봉쇄 정책을 비판했다. 특히 재난시 지역사회에서 주민 간 상부상조가 필수적인데 경직된 방역 정책으로 인해 사람들이 ‘고립된 섬’이 됐다고 그는 지적했다.

그리고 장쉐는 지난 3일 ‘시안은 승리밖에 없다. 다른 선택이 없으며 퇴로가 없다’는 친구의 메시지를 접한 사실을 소개하며 “어이가 없었다”고 적었다. 저자는 그 친구에게 아버지를 잃은 소녀의 사연이 담긴 온라인상의 글을 캡처해 보내줬다고 소개했다. 부친이 심장 이상을 일으켜 병원을 찾아 나섰지만 위험 지역에 산다는 이유로 접수해주지 않은 탓에 수술이 늦어지면서 아버지를 여의게 됐다는 사연이었다. 장쉐는 “시안은 승리뿐이라는 말은 입바른 소리요, 틀에 박힌 말이고 빈말”이라며 “‘우리는 어떤 대가라도 감당할 것’이라는 말도 있는데, 말은 좋지만 여기서 우리(시안 사람들)는 ‘우리’인지 ‘감당해야 할 대가’인지 생각해 봐야 할 것 같다”고 일갈했다.

장쉐의 글에는 “마음 아프다” “보고 울었다” “시안 사람들 마음의 소리를 말했다”는 등 동조하는 댓글들이 대거 달렸다. 시안은 지난해 12월 9일 파키스탄발 항공편을 통해 코로나19 확진자가 유입된 뒤 지역사회 감염이 확산하면서 약 2주 동안 도시 전체가 봉쇄된 상태다. 글을 쓴 장쉐는 중국의 유력 언론매체에서 탐사보도 기자로 명성을 날리다 당국의 언론 검열 강화 흐름 속에 2015년 프리랜서 기자로 전향했다.

박세희 기자

[ 문화닷컴 | 네이버 뉴스 채널 구독 | 모바일 웹 | 슬기로운 문화생활 ]

[Copyrightⓒmunhwa.com '대한민국 오후를 여는 유일석간 문화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구독신청:02)3701-5555 / 모바일 웹:m.munhwa.com)]

Copyright © 문화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