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경제 Citylife 제812호 BOOK

2022. 1. 6.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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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장이 사라지자, 도시에 위기가 왔다 『실직 도시』

방준호 지음 / 부키 펴냄
현대중공업 군산 조선소는 2017년 7월 가동을 중단했고, 한국지엠 군산 공장은 2018년 5월31일 완전히 문을 닫았다. 공장 노동자, 협력 업체 노동자, 그 가족을 더하면 군산 사람 4분의 1이 덕분에 벌고, 먹고, 살았다고 여겼던 곳이다.

이 책의 저자는 ‘몰락한 도시의 사람들은 어떻게 되었는가?’라는 질문을 안고 군산으로 향했다. 그리고 6주 동안 30여 명의 평범한 사람들을 만나 이 생생한 르포를 썼다. 책에는 공장이 떠난 뒤 그곳에 남겨진 사람들의 삶이 잔인할 정도로 생생하게 기록되어 있다. 매달 지급되던 180만 원의 실업 급여 지급이 마감되는 순간, 재취업을 희망했으나 결국 치킨집을 차릴 수밖에 없었던 현실, 실직한 남편 대신 취업 전선에 뛰어드는 아내들,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떠받치던 원룸촌과 상가에 남은 떠돌이 개들, 역사와 문화의 도시에서 기업과 함께 사람들도 빠져나가는 과정 등은 단순히 서쪽 끝 작은 도시에서 일어난 일이라고 치부하기엔 너무나도 현실적이다.

군산은 10여 년 전만 해도 전북 지역 총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퍼센트를 넘길 만큼 대표적인 공업도시였다. 1990년대까지는 재계 2위였던 대우가 군산 국가 산업 단지에 지은 자동차 공장이 군산을 먹여 살렸다. 대우자동차 최종 부도라는 위기가 있었지만 한국지엠이라는 새 주인을 찾았다. 곧이어 군산 제2국가 산업 단지에는 현대중공업 군산 조선소가 자리 잡았다. 조선소를 따라 선박 블록, 기자재 업체들도 군산으로 몰려들었다. 양적인 발전은 30여 년간 계속되었다. 자동차 노동자들은 공장에 대한 믿음으로 생활 기반을 도시에 단단히 뿌리 박았다. 사람들은 조선소의 대형 크레인을 보며 세계 도시를 꿈꿨다. 유난히 토박이가 많은 도시 군산은 그곳 사람들에게 일터이자, 삶터이자, 놀이터였다.

2008년 세계 금융 위기도 IMF도 견딘 그들에게 찾아온 시련은 경제 구조의 변화와 함께 찾아왔다. 2018년 5월에는 한국지엠 종업원 2044명과 164개 협력 업체 직원 1028명이 하루아침에 직업을 잃었다. 1년 전 조선소 가동 중단으로 이미 4859개의 일자리가 사라진 상황이었다.

‘공장이 떠난 도시 군산은 위기를 겪고 있다.’ 작가는 정규직과 비정규직, 원청과 하청, 수도권 본사와 지역 생산 기지 등, 군산의 질서가 확립되고 무너지는 과정을 생생하게 그려냄으로써 제4차 산업 혁명 이후 어쩌면 우리의 모습이 될지도 모를 소도시의 현재를 날것 그대로 우리 눈앞에 가져다 보여준다.

▶인간은 어떻게 미래를 예측해왔는가 『예측의 역사』

마틴 반 크레벨드 지음 / 김하현 옮김 / 현암사 펴냄
유발 하라리의 스승이자 전쟁사 분야의 석학 바틴 반 크레벨드 히브리대 교수가 점성술부터 인공지능까지, 인류가 미래를 알기 위해 사용하는 방법들의 역사를 다룬 책을 냈다. 예로부터 예측의 방법론 중에는 자연현상도 있었지만, 역사도 있었다. 현대에도 많은 이들이 미래를 알기 위해서는 과거를 돌아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때 과거는 ‘어떻게’ 미래를 설명할 수 있는 것일까? 고대 사람들은 역사적 패턴이 주기적으로 반복되거나 순환한다고 여겼고, 이 논리로 역사와 경제를 설명하려는 많은 시도가 있었다.

현대로 들어오면서 여러 과학적 예측 기법들이 개발되었다. ‘트렌드’를 파악하고, ‘외삽법’을 적용해 미래 일정 시점에서의 상황을 예측한다. 과거의 추세를 파악해 미래를 예상하는 것이다. 현대의 예측 도구 가운데 가장 강력한 것은 통계 모델과 그 모델을 구성하는 알고리즘이다. 데이터를 수집하여, 요소와 변수들 사이의 관계에 수학적 공식을 적용하여 결과를 산출하는 이 방법은 컴퓨터의 엄청난 연산 능력이 더해지면서 매우 복잡한 상황까지 확률적으로 예측할 수 있게 되었다.

그렇다면 현대인들은 과거보다 더 예측을 잘하게 되었을까? 저자는 이에 대해 부정적이다. 분명 확률적 예측의 성공률은 높아졌다. 예를 들어, 보험사는 앞서 말한 통계 모델을 적용해 자동차를 가진 운전자 집단에서 1년간 한 사람에게 사고가 일어날 확률은 상당히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다. 그러나 이 모델은 여전히 특정 개인이 사고를 당할지 당하지 않을지를 말해주지는 못한다. 이처럼 예측의 중요성은 점점 커지고 있지만, 여전히 그 무엇도 확률을 높이는 데는 성공하지 못했다는 비판이다.

[글 김슬기 기자 사진 각 출판사]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812호 (22.01.11)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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