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종위기식물, 살려요 예쁜 자연

2022. 1. 6.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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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종위기’ 하면 동물을 떠올리지만, 식물 가운데에도 그런 처지에 놓인 아이들이 상당수다. 이들의 공통점은 예쁘거나, 색깔이 곱다는 것이다. 그래서 누군가가 뽑아가고 꺾어간다. 또는 생태계 안에서 도태되고 사라진다. 깊은 산속 예쁜 꽃, 가지려 하지 말고, 보고 행복해 하며 사는 게 자연에 대한 인간의 도리이다.\

국립생태원 누리집에 가면 멸종위기 야생동물 포털이 있다. 포털은 포유류, 조류, 어류 등 10종의 생물군 가운데 멸종위기 야생생물의 리스트를 만들어 공개하고 있다. 리스트를 보면서 식물에게 미안했다. 멸종위기 하면 주로 동물만 생각했던 지난날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한편으로는 삼라만상 그 많은 식물들을 언제 그렇게 조사를 했으며, 그중 어떤 식물들이 멸종을 향해 가고 있는지, 그 원인은 무엇인지까지 연구하는 식물연구가들이 있다는 사실에 감사한 마음도 들었다. 그들은 멸종위기식물의 종류만 확인하는 게 아니다. 사라져가는 식물들을 어떻게 하면 복원하여 다시 생태계의 일원으로 살아가게 할 수 있는지 함께 연구하고 있다.

종 복원의 대상이 되어 있는 육상식물은 모두 88종이다. 물론 더 많을 수도 있다. 누리집에는 멸종위기 육상식물들을 사진과 함께 설명해 놓았는데, 애틋한 마음 때문인지 유난히 더 아름다워 보인다. 그중에는 많이 들어 본 이름들도 적지 않다. 광릉요강꽃은 난초과 여러해살이풀이다. 해발 300~1100m 햇볕 잘 드는 곳에 사는 이 꽃은 아름다운 외모 때문에 관상용으로 무차별 채취 당하는 데다, 번식 활동도 저조한 편이라 개체수가 줄어들고 있다. 조선요강꽃, 털개불알꽃으로도 불리는 털복주머니란은 솜털이 전신에 있는 점이 특이하고 색깔도 예뻐 무분별한 채취의 대상이 되어 개체수가 감소 중이다. 설악산, 함백산 등 강원도 높은 산에 서식하는 이 꽃을 누가 뽑아가는 것일까. 어여쁘기로 치면 둘째가면 서러울 복주머니란도 비슷한 처지다. 제주도와 울릉도를 제외한 한반도 전역에 분포하고 있는데, 역시 저주받은 미모의 형국이 되었다.

이 밖에 제비붓꽃, 풍란, 비자란, 각시수련, 세뿔투구꽃, 분홍장구채, 날개하늘나리, 전주물꼬리풀, 삼백초, 산작약, 가시오갈피나무, 단양쑥부쟁이 등 책에서 보았거나 누군가로부터 들은 친숙한 이름의 식물들이 종의 마감이라는 벼랑 끝에 서 있는 것이다.

국립생태원 멸종위기종복원센터는 멸종위기식물을 그저 관찰이나 하며 지켜보는 조직이 아니다. 체계적인 관리와 복원 활동을 통해 멸종의 속도를 늦춤은 물론 개체수 확대를 위한 작업을 진행 중이다. 서식지와 번식지 중심으로 보호 지역을 지정, 악의적 접근을 차단하는 게 방법 중 하나다. 일정구역을 국립공원, 도립공원으로 지정해 공원 내 자원을 임의로 가져나갈 수 없게 하는 방법으로 멸종위기식물을 보호하기도 한다. 그러나 지정 지역을 알리는 것이 오히려 몰래 채집하는 사람들의 길잡이가 될 수도 있다. 따라서 대체서식지, 은신처를 조성하되 사람의 접근을 원천 봉쇄하는 작업도 실시하고 있다. 인공증식, 유전자원확보, 질병 관리 등 개체군 보호를 위한 활동도 복원센터의 과제 중 하나다. 물론 이런 방법을 모두 동원한다 해도 희귀 식물을 소유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의 욕심, 초식동물을 포함한 숲 생태계의 영향 등으로 복원 작업이 결코 만만하게 이뤄지기는 쉽지 않는 게 현실이다.

평범한 사람들이 실천할 수 있는 멸종위기식물 보호 방법도 있다. 숲을 걸을 때 바닥을 살피고, 탐방로를 벗어나지 않으며, 숲 안쪽이나 습지에서 우연히 만나게 된 꽃은 사진기를 바짝 당겨 한두 컷 담아오는 것이다. 그 꽃이, 그 나무가 또 보고 싶다면, 꺾는 대신 다시 그곳에 가서 보라. 먼 후손들이 살아가는 인간 세계에서도 그 꽃의 생명은 이어져 갈 것이다.

[글 이누리 사진 국립생태원 멸종위기종복원센터]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812호 (22.01.11)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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