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와 독감 동시 감염 '플루로나' 사망 위험 6배 높다

이정아 기자 2022. 1. 6.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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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트윈데믹 위험은 낮아
전문가들은 코로나19와 독감에 동시에 감염되는 것은 가능하지만 확률이 극히 낮다고 보고 있다. 코로나19에만 걸릴 확률도 낮고 독감에 걸릴 확률도 낮은 데다, 둘 다 모두 걸릴 확률은 이보다도 더 낮아진다는 셈이다. 또한 해외에 비해 마스크 착용과 사회적 거리두기 등 방역 수칙을 잘 지키는 국내의 경우 트윈데믹 위험은 비교적 낮을 것으로 예상된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독감 유행철이 시작한 데다 겨울 실외활동이 줄면서 독감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코로나19)이 동시에 유행하는 트윈데믹이 발생할 우려가 커졌다. 실제로 최근 미국과 이스라엘, 브라질, 헝가리, 크로아티아에서 두 바이러스에 동시 감염되는 사례가 잇따라 발행했다. 독감의 원인인 인플루엔자바이러스와 코로나19를 합쳐 '플루로나'라는 신조어가 등장하기도 했다.

국내외 몇몇 언론에서는 이번에 이스라엘에서 플루로나가 첫 발생된 것으로 보도됐지만, 지난해 이미 미국과 영국 등에서 여러 사례가 발생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 국가에서는 플루로나 발생률이 극히 낮지만 하나의 바이러스에만 감염되는 것보다 위중할 수 있다는 내용의 연구결과를 내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와 독감에 동시에 감염되는 것은 가능하지만 확률이 극히 낮다고 보고 있다. 코로나19에만 걸릴 확률도 낮고 독감에 걸릴 확률도 낮은 데다, 둘 다 모두 걸릴 확률은 이보다도 더 낮아진다는 셈이다. 또한 해외에 비해 마스크 착용과 사회적 거리두기 등 방역 수칙을 잘 지키는 국내의 경우 트윈데믹 위험은 비교적 낮을 것으로 예상된다.

플루로나 확률 극히 낮지만 면역저하자 감염시 치명적일 위험

미국 연구팀들이 조사한 결과 실제로 두 바이러스에 모두 감염되는 확률은 극히 낮았다.

미국 파인스타인의학연구소와 도널드·바바라주커의대 공동 연구팀이 2020년 4월 '미국의학협회지(JAMA)'에 공개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독감과 코로나19에 동시에 걸린 비율은 0.01%로 매우 낮다. 연구팀은 그해 3월 미국 뉴욕시에서 코로나19로 입원한 환자 5700명을 대상으로 합병증을 조사한 결과 이들 대부분은 고혈압(56.6%)이나 비만(41.7%), 당뇨병(33.8%) 등 기저질환을 앓고 있었다. 반면 다른 호흡기바이러스에 동시 감염된 비율은 2.1%(42명)로 낮았고, 이중 독감 감염자는 단 한 명이었다. 

미국 스탠포드대 의대 연구팀이 같은 달 같은 학술지에 발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캘리포니아주 내 코로나19 감염자 116명 중 독감에도 감염된 사람은 단 한 명이었다. 코로나19와 동시감염 사례가 흔한 호흡기바이러스는 감기를 일으키는 리노바이러스(6.9%)와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5.2%), 코로나19가 아닌 다른 사람코로나바이러스(4.3%)였는데 역시 비율이 높은 편은 아니다.

다행히 올해 현재까지 발생한 플루로나 감염자 대부분은 가벼운 증상을 앓고 회복했다. 이스라엘 감염자는 코로나19와 독감 백신을 맞지 않은 30대 임신부로 증상이 심각하지는 않아 입원 치료 후 퇴원했다. 코로나19와 독감을 표적으로 하는 약물 조합으로 치료한 것으로 알려졌다.

브라질 감염자 4명 중 1명인 16세 소년은 코로나19와 독감 백신을 모두 맞았으나 두 바이러스

에 모두 감염됐으며 증상은 없었다. 생후 1년된 아기 2명과 50대 남성 1명도 코로나19와 독감에 동시감염됐는데 아기들은 입원 치료 후 퇴원했고 남성 감염자는 입원할 필요가 없을 만큼 증상이 없었다. 헝가리와 크로아티아, 미국 등에서 발생한 감염자들도 증상이 심각하지 않았다. 

증상이 경미한 것에 그치더라도 두 바이러스가 함께 대유행해 감염자가 많아지면 의료체계에 더욱 더 부담이 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됐다. 또한 전문가들은 두 가지 바이러스에 모두 감염됐을 때 더욱 심각한 증상이 나타날 위험이 커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 코로나 검사 당국은 5일(현지시간) 플루로나 사례 발생을 알리며 기저질환이 있거나 면역력이 약한 환자가 플루로나에 걸리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2020년 영국 공중보건국은 그해 1월부터 4월까지 코로나19 감염자 약 2만 명 중 58명이 독감에도 감염됐음을 확인했다. 동시 감염자들의 사망률은 미감염자의 6배, 코로나19만 감염된 환자의 2.3배로 높게 나타났다. 당시 공중보건국은 "코로나19와 독감에 동시 감염되면 증상이 더욱 심각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스라엘생물학연구소 감염병부서 연구팀은 쥐에게 독감과 코로나19를 모두 감염시키는 실험 결과 코로나19에만 감염됐을 때보다 둘다 감염됐을 때 사망할 위험이 1.6배 가량 높아진다며 접종을 맞아 위중증화를 막는 것이 중요하다는 연구 결과를 지난해 10월 국제학술지'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에 실었다. 일본 나가사키대 국립전염병통제및예방연구센터 연구팀도 동물실험 결과 코로나19와 독감에 동시감염되면 더 위중하고 장기간 지속되는 폐렴 발생 위험이 증가한다는 연구결과를 지난해 10월 국제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트'에 발표했다. 
 

미국은 트윈데믹 가능성, 한국은 비교적 위험 낮아

서울 송파구 지하철 잠실역에서 출근길 시민들이 마스크를 쓰고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지난해 9월 세계보건기구(WHO)는 이번 겨울에 코로나와 독감에 둘 다 감염될 수 있다며 각각 백신을 접종하고 방역 지침을 준수하라고 권고했다. 지난해 초까지만 해도 대부분 사람들이 코로나19 감염을 막기 위한 방역 수칙, 특히 마스크를 잘 착용하면서 오히려 매년 유행하던 독감이 사라졌다. 이 때문에 오히려 올 겨울에는 독감과 코로나19가 함께 유행하는 트윈데믹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대다수 사람들이 독감에 감염되면서 생기는 집단면역이 없는 데다 오랜 대유행에 지친 대중들이 방역수칙을 잘 지키지 않으면서 그만큼 독감이 유행할 가능성도 다소 커졌기 때문이다.

미국 등 해외에 비해 국내에서는 독감와 코로나19가 함께 유행하는 트윈데믹 위험이 비교적 낮을 것으로 보인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미국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미국은 지난해 초에도 독감이 유행했고 올해도 코로나19 대유행 전과 비슷한 속도로 독감이 유행하고 있다"며 "그럼에도 동시감염이 아주 흔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 교수는 "국내는 질병관리청 자료를 보면 지난해나 올해나 독감 발생 사례가 매우 적다"며 "다른 나라에 비해 한국인들이 마스크 착용, 거리두기 등 공중보건 수칙을 잘 지키기 때문에 올 겨울에도 독감 유행 확률이 낮아 그만큼 트윈데믹 위험도 낮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아 기자 zzung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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