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가부→성평등부'..대선 후보님들, '간판'만 바꾸면 끝인가요?

임재우 2022. 1. 6.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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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대선주자들이 일제히 여성가족부 명칭을 바꾸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성)평등가족부'(이재명), '양성평등가족부'(윤석열), '성평등부'(심상정) 등 이름은 조금씩 다르지만 여성가족부의 이름에서 '여성'을 빼고 '(양)성평등'을 넣겠다고 약속한 것은 공통이다.

'성평등부'라는 이름의 뜻을 살리려면 기존의 '대상' 중심 편제를 바꿔 성평등 추진·성주류화·다양성 등 '기능'을 강화해야 하는 쪽으로 여가부를 개편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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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대선]이름 변경안만 있어 여가부 기능축소 우려도
입법조사처, '대상' 중심 대신 기능 강화 제언
"성차별 시정정책의 권한·책임 부여해야"
한겨레 자료사진

여야 대선주자들이 일제히 여성가족부 명칭을 바꾸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성)평등가족부’(이재명), ‘양성평등가족부’(윤석열), ‘성평등부’(심상정) 등 이름은 조금씩 다르지만 여성가족부의 이름에서 ‘여성’을 빼고 ‘(양)성평등’을 넣겠다고 약속한 것은 공통이다. 문제는 ‘여가부의 업무와 예산을 조정하겠다’는 단서를 덧붙였을 뿐, 구체적인 내용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여성계가 ‘간판 바꿔 달기’가 일부의 ‘여가부 폐지’ 여론에 떠밀려 여가부의 기능 축소로 이어지지 않을까 염려하는 이유다.

외국에서도 성평등 정책을 담당하는 부처와 기관의 이름에 ‘성평등(Gender Equality)’이나 ‘평등(Equality)’이 들어가는 경우는 흔하다. 국회입법조사처가 지난달 28일 공개한 ‘성평등 추진체계의 국내외 현황과 과제’를 보면, 보고서에 소개된 10개의 주요 국가 가운데 6개국의 성평등 주무 부처·기관 이름에 ‘성평등’이나 ‘평등’이라는 단어가 포함되어 있다. 현재 한국의 여성가족부의 영어 이름도 그대로 풀이하면 ‘성평등가족부(Ministry of Gender Equality and Family)’에 가깝다.

하지만 이름이 전부가 아니다. 보고서는 주요 국가의 성평등 주무 부처의 실질적인 기능과 권한에 주목한다. 독일의 성평등 주무 부처인 ‘가족·노인·여성·청소년부’는 성평등 정책 수립과 집행에 독립적인 관할권과 책임을 갖고 있다. 연방정부의 평등 관련 법률의 발의권·발언권·연기권도 갖고 있다. 주요 국가의 성평등 주무 부처는 관할하는 ‘성평등’ 정책의 범위도 ‘여성·남성’이라는 이분법적 성별에 갇히지 않고, 성차별에 대한 적극적인 시정 기능을 한다. 프랑스의 ‘성평등·다양성·기회균등부’는 엘지비티(LGBT, 레즈비언·게이·양성애자·트랜스젠더 등)에 대한 일반 대중의 인식 제고 및 협회·개인 지원,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폭력·증오에 대응하는 역할을 한다.

반면 현재 한국의 여가부는 권한·역할이 모두 제한적이다. 특히 다른 정부 부처와 달리 ‘기능’이 아닌 ‘여성·아동·청소년’이라는 ‘대상’별로 조직되어 있다는 한계가 있다. 보고서는 “기능별로 조직된 다른 행정 조직과 업무 범위 등에서 충돌·중복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성평등부’라는 이름의 뜻을 살리려면 기존의 ‘대상’ 중심 편제를 바꿔 성평등 추진·성주류화·다양성 등 ‘기능’을 강화해야 하는 쪽으로 여가부를 개편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의 여가부에는 성평등을 위한 핵심 업무인 ‘성차별 시정정책’이 없다는 지적도 있다. 스웨덴 성평등·주거부의 ‘평등 옴부즈맨’과 노르웨이 문화·평등부의 ‘차별금지 옴부즈맨 위원회’는 성소수자·여성·외국인 등이 겪는 차별을 통합적으로 감독한다. 이처럼 여가부 직무에 성차별 시정정책 업무를 포함시키고 이와 관련한 사무·권한 등을 부여해야 한다는 제언이다.

현재 여가부는 정부지출 대비 예산 비중이 0.22%(2021년 기준)에 그치고, 인력도 270명(2020년 기준)에 불과한 ‘단독형 소규모 부처’다. 보고서는 여가부의 조직 개편이 단순히 여가부에서 그칠 게 아니라 국무총리 산하 양성평등위원회, 차별시정기구인 인권위원회 등을 포함한 정부 차원의 ‘성평등 추진체계’ 전반의 재편과 기능 강화로 이어져야 한다고 지적한다. “여가부 폐지·확대·재편이 정치공학적인 시각 또는 인기에 영합해 단순히 부처의 축소·확대 논의에 그쳐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임재우 기자 abbad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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