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년째 새해 첫 방문지로 아프리카 찾은 중국 외교부장.."중국·아프리카 협력 상징"

베이징|이종섭 특파원 2022. 1. 6.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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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아프리카 3개국 순방 일정으로 지난 5일 에리트레아를 방문한 왕이 중국 외교부장(왼쪽)이 오스만 살레 외무장관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중국 외교부 홈페이지 캡쳐


왕이(王毅)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새해 첫 해외 순방 일정으로 아프리카를 찾았다. 왕 부장의 아프리카 방문은 지난해 11월 말 중국·아프리카협력포럼(FOCAC) 장관급 회담 참석 차 세네갈을 방문한 이후 1개월여만이다. 중국 외교부장이 새해 첫 해외 방문지로 아프리카를 택한 것은 32년째 이어진 전통이지만 중국은 미·중 갈등 속에서 부쩍 아프리카에 공을 들이는 모습이다.

중국 외교부는 아프리카를 방문한 왕 부장이 지난 5일 첫 순방지인 에리트레아에서 이사이아스 아페웨르키 대통령을 면담하고 오스만 살레 외무장관과 회담을 가졌다고 6일 밝혔다. 왕 부장은 이날 오스만 장관과의 회담에서 “중국 외교부장은 32년 연속으로 연초에 아프리카를 첫 방문했다”며 “이는 중국과 아프리카의 결속과 협력을 보여주는 것이며, 중국이 항상 개발도상국의 편에 서 있음 분명히 나타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왕 부장은 이어 “중국과 에리트레아는 서로의 핵심 이익과 중대 관심사에 대한 상호 지지를 확고히하고 국제·다자 문제에 있어 조율을 강화하며 다자주의를 기치로 패권과 강권정치를 배격해야 한다”면서 “중국은 항상 아프리카 형제의 편에 설 것이고, 유엔에서 중국의 한 표는 항상 개도국에 속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가와의 갈등 속에서 개도국이라는 공통된 이해를 갖고 아프리카 국가들이 중국 편에 서 줄 것을 당부한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 외교부장의 새해 초 아프리카 방문은 1991년부터 32년째 이어지고 있다. 1989년 톈안먼(天安門) 민주화 시위 유혈 진압 이후 국제사회에서 고립되던 중국이 외교적 활로를 모색하고 자원 개발과 교역을 증진하기 위해 아프리카에 공을 들이기 시작한 것을 계기로 외교부장의 새해 초 아프리카 방문이 관례로 굳어졌다. 그 사이 중국은 2009년부터 미국을 제치고 아프리카의 최대 교역국이 됐고, 2013년 일대일로(육상·해상 실크로드) 프로젝트를 시작하면서부터는 아프리카에서 더 공격적인 투자 전략을 펼쳐왔다.

특히 최근에는 미·중 갈등이 격화되면서 중국이 아프리카 공략에 더욱 힘을 쏟고 있는 분위기다. 미국은 지난해 11월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이 아프리카를 방문해 직접 미국 기업의 투자를 이끌었고, ‘더 나은 세계 재건(B3W)’이라는 새로운 인프라 프로젝트를 내세워 일대일로를 통해 아프리카 등에서 경제적 영향력을 확대해 온 중국을 견제하려는 구상을 하고 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블링컨 장관의 아프리카 방문 직후 열린 FOCAC 장관급 회의 개막식 연설에서 아프리카에 10억회분의 코로나19 백신 지원과 중국 기업의 100억달러 이상 투자를 약속한 것은 아프리카 대륙을 둘러싸고 가속화되는 양국의 전략적 경쟁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런 상황에서 한 달여만에 다시 아프리카를 찾은 왕 부장은 일대일로 협력을 강화하며 자국의 경제적 영향력을 키우고 국제사회에서 우군을 확보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왕 부장은 에리트레아 방문을 마치고 이날 케냐를 방문해 우후루 케냐타 대통령을 만나고 레이첼 오마모 외교장관과도 회담했다. 케냐는 중국이 아프리카 일대일로의 핵심 파트너로 여기는 나라지만 중국의 차관에 의존하는 ‘부채의 함정’을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왕 부장은 7일 코모로 방문을 끝으로 아프리카 3개국 순방 일정을 마치고 몰디브와 스리랑카를 방문할 예정이다. 중국 외교부는 “중국은 가장 큰 개도국이고 아프리카는 가장 많은 개도국이 있는 대륙”이라며 “양측은 모두 개도국으로서 주권을 수호하고 패권주의에 반대하며 발전을 실현해야 하는 공동의 과제에 직면해 있고, 패권에 맞서 싸우는 전우이자 발전의 동반자”라고 강조했다.

베이징|이종섭 특파원 noma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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