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C] 산에 선물을 주는 산타들!

한겨레 2022. 1. 6. 13:06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새해를 맞았다.

한 해 동안 나에게 유일한 놀이터이자 탈출구가 되어준 고마운 산! 그런 산에 선물하는 친환경 산타 '그린산타 프로젝트'를 기획했다.

그린산타의 미션은 두 가지다.

크리스마스 당일, 그린산타들이 북한산 입구에 모였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ESC : 김강은의 산 네게 반했어]김강은의 산, 네게 반했어
그린산타 프로젝트에 참여한 산타들. 김강은 제공

새해를 맞았다. 새로운 걸음을 내딛기 위해서는 회고의 시간이 필요하다. 지난 한 해가 어땠더라? 떠올려 봤는데 특별한 것이 떠오르지 않았다. 코로나바이러스로 상실된 시간인 것만 같았다. 가슴이 따뜻해야 할 연말인데 마음이 척박했다. 한 해의 마지막을 조금 더 의미 있는 일을 하며 보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크리스마스 때 조금 특별한 이벤트를 준비했다. 한 해 동안 나에게 유일한 놀이터이자 탈출구가 되어준 고마운 산! 그런 산에 선물하는 친환경 산타 ‘그린산타 프로젝트’를 기획했다. 함께할 사람들도 모집했다. 온라인으로 오리엔테이션을 진행하고 미션을 전달했다. 그린산타의 미션은 두 가지다. 첫 번째, 산을 청소하며 깨끗이 만드는 것! 두 번째는 등산하며 마주친 산객들에게 ‘클-린’스마스 카드를 나누어 주는 것. 카드에는 눈이 소복이 내린 일러스트와 함께 ‘흔적 없는 깨끗한 산행’을 위한 실천 방법을 담았다.

크리스마스 당일, 그린산타들이 북한산 입구에 모였다. 산을 사랑하거나 연말을 의미 있게 마무리하고 싶은 사람들이었다. 산타들은 4명씩 배정된 팀대로 북한산 백운대를 향해 등산을 시작했다. 일제히 초록색 모자에 초록색 쓰레기 가방을 메고 집게를 장착하니 만인의 시선을 빼앗았다.

쓰레기로 만든 산타 얼굴. 김강은 제공

불행히도 최고의 한파가 불어닥쳐 영하 17도까지 내려간 날이었다. 양쪽 볼은 빨갛다 못해 얼얼하고, 눈과 이가 시렸다. 코끝 시린 겨울 산 공기가 산타들의 코를 딸기코로 만들었다. 산을 오를수록 돌길에 간밤에 내린 서리가 꽁꽁 얼어붙어 미끄러웠다. 아이젠을 단단히 동여맸다. 속눈썹에는 눈꽃이 피고 턱에는 마스크에 찬 습기에 고드름이 열렸지만 어쩐지 춥기보다 훈훈해졌다.

“메리 클린~스마스! 허허허!” 산타들이 호탕한 외침과 함께 산객들에게 카드를 나누어 주었다. 카드를 받은 산객들은 공감한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또 다른 커다란 주머니를 메고 사탕을 나누어 주는 산타클로스도 만났다.

정상 백운대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는 미세먼지 없이 선명했다. 깨끗하고 파란 하늘은 우리에게 ‘클린스마스’를 선물해 주는 듯했다. 멋진 풍경, 따뜻한 선물과 덕담 한마디, 가치를 함께 실천하는 사람들. 선물을 나누었더니 선물 같은 하루가 되었다. 하산 후 주운 쓰레기를 모아 산타의 얼굴 정크아트를 만들며 프로젝트를 마무리했다.

돌이켜보니 지난해는 나의 위치에서 제법 열심히 달렸고 버텼다. 해외여행은 못 갔지만 우리 자연의 고즈넉한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있었고, 작은 습관이지만 꾸준히 산에서 쓰레기를 주우며 가치를 나눴다. 힘들 땐 함께 북돋우며 조금 더 힘내자를 외쳤다. 우리 모두가 그랬다.

오늘 우리가 작은 나눔을 실행하고, 그로 인해 또 다른 것을 나눔받는 산타가 되었던 것처럼. 우리는 이미 모두 일상 속 산타였다. 2022년엔 씩씩하게 다시 한 걸음씩 걸어갈 수 있을 것 같다.

김강은(벽화가·하이킹 아티스트)

*그린산타 프로젝트는 친목 목적의 사적 모임이 아닌 환경캠페인 행사입니다. 4인 이하의 소규모 그룹으로 구성되어 방역 지침과 사회적 거리두기를 준수하며 진행되었습니다.

Copyright © 한겨레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