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윤석열 후보의 자기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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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후보는 전형적인 `풍운아` 캐릭터형이다.
이 한마디가 시민들 뇌리에 윤석열을 절대 각인시켰고, 이 한마디가 자양분이 됐고, 그를 제1야당 대통령 후보로 키웠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윤석열은 2013년 10월의 그날처럼 똑같이 대한민국 모든 언론사가 파견한 카메라 앞에 다시 섰다.
그러나 윤석열 후보는 김종인 위원장이 주장한 내용을 수용하면서도 그와 결별을 선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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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후보는 전형적인 `풍운아` 캐릭터형이다. 그는 물론이고 상당수 시민들도 2013년 서울중앙지검에서의 국정감사를 잊지 못한다.
"(검찰)조직을 대단히 사랑하지만,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습니다."
이 한마디가 시민들 뇌리에 윤석열을 절대 각인시켰고, 이 한마디가 자양분이 됐고, 그를 제1야당 대통령 후보로 키웠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는 말은 그에게 `공정과 상식의 검사`라는 선물까지 덤으로 안겨줬다.
2013년 10월 21일. 윤석열은 국가정보원 여론조작 사건 관련 국정감사 증인으로 나와 "수사 과정에서 외압이 심했다"라며 상관인 당시 서울중앙지검장 조영곤에게 직격탄을 날렸다.
국정원 직원 체포와 압수수색영장 청구과정에서 조영곤이 "야당 도와줄 일이 있느냐"고 막았다는 것이다. 결국 징계가 청구됐고 황교안의 법무부는 윤에게는 정직 1개월을 처분을 내렸다.
8~9년이 지난 지금 그날의 역사를 복기해 본다. 제일 나은 선택은 무엇이었을까?
돌이켜보면, 조영곤 당시 검사장은 `아랫사람들이 허락도 안 받고 영장을 넣었다`고 떠들 것이 아니고 수습하는 것이 가장 좋았을 것이라는 판단이 든다.
분란을 앞에 노출하지 않고 `사실상 내가 허락한 것이다`라며 총대를 멨다면 아마도 조영곤 전 검사장은 권력의 미움을 받았겠지만, 명분과 명예를 얻었을 것이다.
그러나 자기는 죽고, 개인이 아닌 조직에 충성한 윤석열에게 결과적으로 훈장만 안겨줬다. 윤석열을 품지 못한 결과로 비록 그는 징계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았지만, 지금 검사 조영곤을 기억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2022년 1월 5일 윤석열 후보의 회견은 처지와 상황이 역전된 기시감 같은 것을 떠올리게 한다.
윤석열은 2013년 10월의 그날처럼 똑같이 대한민국 모든 언론사가 파견한 카메라 앞에 다시 섰다.
다만, 신분은 완전히 달라졌다. 그날은 검찰 조직의 하급자 신분이었지만, 이번엔 야당을 대표하는 대통령 후보 자격으로 기자회견장에 서서 선대위 해체와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과의 결별을 선언했다.
김종인 위원장은 매머드급인 선거대책본부를 철저한 실무형으로 다시 구성해야 한다고 후보에게 요구했다. 불협화음이 상존하는 거대조직으로 당이 대선에서 승리하기 어렵다는 이유였다.
그러나 윤석열 후보는 김종인 위원장이 주장한 내용을 수용하면서도 그와 결별을 선택했다. 조영곤 전 검사장이 그를 품지 않았던 것처럼 똑같이 행동했다.
김종인 위원장은 불만을 터트렸다. 선대위를 전반적으로 개편하자고 했는데, 무슨 상왕이니 쿠데타니 한다며 그 정도의 정치적 판단력이라면 더 이상 나하고 뜻을 같이할 수 없다고 직격탄을 날린 것이다.
신분이 달라진 윤 후보의 이런 행동을 두고 이중적이고 자기 기만적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윤 후보는 그 당시 영장을 청구한 것이 상식적 결정인 것처럼, 내용이 맞다고 판단되니까 선대위 슬림화를 수용했다고 봐야 한다. 하지만 사람은 내쳤다.
조직과 당의 대의를 위해서 의견을 낸 사람을 품지 못하고 쫓아낸 것은 윤 후보가 `자기에게 항명한 것으로 판단했다`라는 것 외에는 다른 해석이 안 된다.
2013년 윤석열의 잣대와는 완전히 결이 다른 행동이다. 그때는 하급자라 직언하고 이제는 대통령 후보로 직언을 용납하지 못하겠다고 한다면 독재의 기질까지 드러낸 것이 아닌지 염려된다.
카를 마르크스는 "한 번은 비극으로, 다음번은 희극으로 끝난다"고 너무나 유명한 문구로 역사의 반복을 지적했다. 또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는 영화 제목으로 족하다.
CBS노컷뉴스 구용회 기자 goodwill@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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