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행정군대 아닌 전투군대 절실하다

기자 2022. 1. 6.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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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부전선이 또 뚫렸다.

2020년 그 부대 철책을 넘어온 귀순자가 이번에는 같은 장소의 철책을 넘어 월북했다고 한다.

게다가 통일전망대와 주변의 해수욕장·콘도·리조트 등은 민간인과 부대원의 접촉 빈도를 높여 병사들에게 비전투적 정서를 갖게 하는 측면이 많다.

그래서 22사단은 속칭 '골 때리는' 부대이고, 사건·사고로 인해 운이 없으면 지휘관이 보직 해임당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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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출 예비역 육군 대장 (제22사단장 출신)

동부전선이 또 뚫렸다. 2020년 그 부대 철책을 넘어온 귀순자가 이번에는 같은 장소의 철책을 넘어 월북했다고 한다. 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장면 같아 그곳에서 약 20여 년 전에 사단장을 지낸 노병으로서 참으로 개탄스럽고 유감스럽다. 재발 방지 대책이 절실하다.

22사단은 근본적으로 취약한 특성이 있다. 작전지역이 휴전선 최동북단 수복지역이어서 북한과 지리적·심리적 거리가 가깝고, 책임 지역은 광범위하다. 그리고 GOP와 해안 경계를 동시에 수행하고, 예비대가 없어 병사들의 피로도가 높다. 강풍·폭우·폭설·산불 등 재해와 재난이 4계절 내내 작전 활동에 제한을 준다. 게다가 통일전망대와 주변의 해수욕장·콘도·리조트 등은 민간인과 부대원의 접촉 빈도를 높여 병사들에게 비전투적 정서를 갖게 하는 측면이 많다. 그래서 22사단은 속칭 ‘골 때리는’ 부대이고, 사건·사고로 인해 운이 없으면 지휘관이 보직 해임당하기도 한다.

따라서 지휘관의 부대 지휘는 현장 위주여야 하고, 말보다 행동을 앞세워야 한다. 22사단은 부대 특성과 환경이 다른 부대보다 어려운 곳이니 지휘관은 사무실이 아닌 현장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야 한다. 현장을 알아야 상황에 적합한 지침과 명령을 내릴 수 있다.

야전부대는 행정을 하는 조직이 아니고 행동으로 전투를 준비하는 집단이다. 말과 문서에 의한 임무 수행을 지양하고, 책상에 앉아 있는 시간을 최소화해야 한다. 육체적으로 힘들고 지칠 때일수록 지휘관이 앞장서서 현장에 동참하는 것이 부하의 자발성을 높여주는 지름길이다. 하루 일과시간 중 절반 이상을 GP, GOP, 해안에서 부하들과 함께 문제를 찾고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면 경계작전 실패를 막을 수 있다.

퇴근 후 또는 주말에 여가를 즐기고 주변 관광지를 찾아다녀서는 지휘관을 성공적으로 마칠 수 없다. 속초 시내와 화진포 휴양소, 김일성 별장, 이승만 별장 등에 가 볼 시간과 여력이 있다면, GOP와 해안경계 현장지도에 써야 한다. 사단 사령부 가까운 곳에 해수사우나 시설이 있는데 여기에도 가지 않아야 한다. 윗사람이 가게 되면 전방 부대 간부들도 위수지역을 이탈하게 되고 이러면 전방 경계가 허물어진다.

투명한 사생활로 임무 우선주의를 실천해야 한다. 흔히 지휘관은 어항 속 금붕어라고 한다. 이는, 수천 명 부하의 눈이 지휘관을 보고 있어 모범적 사생활이 요구된다는 뜻이다. 지휘관 재임 기간을 금욕기간으로 인식해야 한다. 눈은 북쪽의 적(敵)을 보고, 부대 업무와 임무에 무관한 사안은 신경 쓰지 말아야 한다. 지휘관의 거처인 공관에도 예하 지휘관, 참모의 접근을 막는 게 좋다. 간부들과 회식도 영내 시설을 이용하거나 가까운 곳에서 단출하게 하고 병사들보다 호의호식하지 않아야 한다.

이번 22사단 사건에서 보듯이 경계작전 실패와 사건·사고는 사람의 눈과 귀가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때 발생한다. 오랜 군 경험으로 보면, 지휘관이 책임 완수에 필요한 지적 능력과 실천력을 갖추고 솔선수범하면서 부하에게 극진히 애정을 쏟을 때 탈도 없고 사고도 없었다. 지휘관이 투철한 책임감으로 책상이 아닌 현장에서 열과 성을 다하는 것만이 경계작전 실패를 막는 유일한 해답임을 거듭 강조해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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