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누구도 세금·나랏빚 통제 않는 나라

기자 2022. 1. 6.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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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새해의 공식 일정이 시작되는 벽두부터 30조 원에 이르는 추가경정예산이 시급하다는 정치권의 요구가 나왔다.

607조7000억 원이라는 막대한 규모의 예산안이 국회에서 의결된 지 불과 한 달밖에 지나지 않았고, 예산집행이 시작되지도 않은 상태다.

설 연휴가 시작되는 1월 말 안에라도 전 국민에게 재난지원금을 지원하기 위한 추경이 가능하다는 언급은 연초 추경 요구를 더욱 이해하기 어렵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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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규 연세대 명예교수 경제학

지난 3일, 새해의 공식 일정이 시작되는 벽두부터 30조 원에 이르는 추가경정예산이 시급하다는 정치권의 요구가 나왔다. 607조7000억 원이라는 막대한 규모의 예산안이 국회에서 의결된 지 불과 한 달밖에 지나지 않았고, 예산집행이 시작되지도 않은 상태다.

그런데 이런 요구가 대선 후보를 비롯한 여권에서 시작돼 세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설 연휴가 시작되는 1월 말 안에라도 전 국민에게 재난지원금을 지원하기 위한 추경이 가능하다는 언급은 연초 추경 요구를 더욱 이해하기 어렵게 한다. 올해 예산안을 협의하는 과정에서,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으로 가늠하기도 어려운 경제적 고통을 겪는 계층을 집중 지원하자는 당·정 정책 협의가 있은 지 오래지 않은 시점이다. 그렇다면 몇 달 전에 있었던 정책 협의는 무엇을 위해서였는지, 아니면 불과 며칠 새 경제적 여건이 그렇게 크게 바뀌었는지 더욱 궁금해질 수밖에 없다.

약 50조 원에 이르는 막대한 규모의 증액을 통해 ‘확장적 재정 기조’를 유지하고 있으나, 올해 예산정책을 통해 ‘재정 건전성 기반 확보’라는 과제를 동시에 시작할 수 있기를 바라는 정책 당국의 희망마저 내려놔야 할 판이다.

이미 국회 논의 과정에서 정치권의 요구를 잘 반영해 소상공인 지원을 위해 예산이 증액되는 과정을 거쳤다. 그뿐만 아니라, 아직 지원을 위한 예산집행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지도 않았다. 물론 지난 2년 동안 극심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소상공인들을 지원할 방법과 규모가 제한적이라는 점에서는 수정과 보완의 여지가 있을 수 있다. 그렇더라도 정책 시행을 통한 면밀한 평가와 판단을 기반으로 하지 않은 채 전 국민 재난지원금을 목적으로 한 추경은 선심성 재정 낭비만 초래한다는 우려가 나올 수밖에 없다. 그러면 당·정 간 합의된 본예산이 집행되기도 전에 추경을 요구한다는 사실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앞으로 2개월 후 있을 대선이라는 정치적 행사 말고는 다른 이유가 없어 보인다.

그런데 국민이 이해하기 힘든 추경에 대해 제동을 걸어야 할 책임이 있는 야당은 일단 정부·여당에서 추경에 대해 논의를 시작하면 참여할 수 있다는 모호한 답변만 내놓는다. 오히려 추경 논의를 위해 군불을 때는 격이다. 정치권은 헌법 제56조를 근거로 정부의 추경에 대한 주도적 역할을 강조하면서 정치권의 제안에 대한 정부의 순응을 압박하는 모양새다. 정치권은 이 헌법 조문을 근거로 추경에 대한 짐을 행정부에 떠넘기고 있지만, 뒤이어 나오는 조문들에서는 국민의 이익을 대변해야 하는 정치권의 역할을 분명히 말해준다.

헌법 제57조에서는 ‘국회는 정부의 동의 없이 정부가 제출한 지출예산 각항의 금액을 증가하거나 새 비목을 설치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제58조에서는 ‘국채를 발행하거나 국가의 부담이 되는 계약을 체결할 때 정부는 미리 국회의 의결을 얻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들 조항은 국정에 대한 책임을 갖는 정치권에 대해 국민이 부담해야 하는 세금과 국가부채를 통제해야 하는 역할과 의무를 부여하고 있다. 이런 국민에 대한 막중한 책무를 이행해야 할 여야 정치권이 오히려 대선을 빌미로 경쟁하듯 국민의 부담을 늘리려고 하는 발상에 우려를 금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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