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와 시각>文 직접 나와 설명하라

민병기 기자 2022. 1. 6.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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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크리스마스이브 일부 조간신문에 '박근혜 전 대통령 사면한다'는 기사가 뜨고 몇 시간 뒤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이 사면권을 행사한 주체인 문재인 대통령의 여섯 문장 입장문을 대독(代讀)했다.

이어 김진국 전 민정수석이 청와대를 떠난 상황에서 참모 중 사면을 결정한 대통령의 고민에 대해 가장 잘 알 만한 관계자가 기자들의 폭풍 질문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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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병기 정치부 차장

지난해 크리스마스이브 일부 조간신문에 ‘박근혜 전 대통령 사면한다’는 기사가 뜨고 몇 시간 뒤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이 사면권을 행사한 주체인 문재인 대통령의 여섯 문장 입장문을 대독(代讀)했다. 이어 김진국 전 민정수석이 청와대를 떠난 상황에서 참모 중 사면을 결정한 대통령의 고민에 대해 가장 잘 알 만한 관계자가 기자들의 폭풍 질문을 받았다. 열다섯 개가량의 질문을 받는 동안 이 관계자는 ‘몰랐다’거나 ‘제 생각’이라는 전제를 깔거나 ‘책임 있게 설명할 위치에 있지 않다’며 답변을 회피하는 언급을 열두 번 했다. 심지어 “그러면 오늘 브리핑엔 왜 나왔냐”는 질문까지 나왔다. 이 브리핑 전 또 다른 관계자는 자신을 포함한 청와대 주요 참모가 사면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는 취지의 해명을 하러 춘추관을 찾기도 했다. 그간 야권을 중심으로 연말 박 전 대통령의 사면설이 꾸준히 제기됐고, 그때마다 “사면권은 헌법에 보장된 대통령의 고유한 권한”이라며 사실상 ‘묵비권’을 행사해 온 참모들이었기에 어찌 보면 당연한 대응이다. 그렇다면 당연히 사면권을 가진 유일한 ‘관계자’이자 참모들도 모르게 깜짝 사면을 추진한 문 대통령이 직접 마이크를 잡아 여권에서 반대하는 사면을 결단하게 된 취지와 고민 지점을 밝히는 게 옳은 판단이다. 야권의 분열을 노린 획책이라는 비판과 여전한 여권의 반대 기류를 그나마 잠재울 수 있는 최선의 방책이기도 하다.

당장 문 대통령은 지난 대통령 선거 때 주요 사안은 대통령이 직접 언론에 브리핑하겠다고 공약했다. 수감 중인 전직 대통령에 대한 사면이 주요 사안이 아니라는 것인지, 당시 공약이 ‘불통’이라 낙인찍힌 전 대통령을 딛고 ‘소통’ 이미지를 얻기 위한 허언(虛言)이라는 얘긴지 모를 일이다. 참모들이 사면만큼이나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라며 답변을 피하는 인사 관련 ‘불통’도 마찬가지다. 참모들은 실명이든 익명이든 오프더레코드(비보도)를 전제하든 ‘틀에 박힌 정답’만 읊을 뿐이고, 한참 뒤 여권 관계자들과의 술자리에서나 큰 그림의 편린(片鱗)이라도 엿볼 뿐이다.

문 대통령이 공약을 애써 무시하고 마이크를 피할 만큼 청와대의 언론 대응이 훌륭한 것도 아니다. 박 대변인 등 실명 브리핑 뒤 이어지는 청와대 관계자의 질의응답에서 고개를 갸웃할 답변이 나오는 경우는 허다하다. 이를 문자 메시지 공지를 통해 정정하거나 관계자의 ‘상관’이 부랴부랴 다시 춘추관으로 넘어와 해명성 브리핑을 하거나 기자들의 양해를 구하는 상황이 계속된다. 박 대변인 등 공식 ‘스피커’의 설명이 성에 차지 않아 추가로 관계자들과 전화 통화로 취재를 해야 하는 상황도 숱하다. 지난 유럽 순방 때 박 대변인이 ‘따뜻한 나라 출신’ 운운, 굳이 교황 방북의 가능성을 제한한 데는 기자들도 혀를 찼다.

넉 달 남은 임기 동안이라도 직접 연단에 서서 언론과 국민을 바라보며 주요 사안, 현안에 대한 생각을 밝히는 대통령을 보고 싶다. 코로나19 방역 때문이라면 실내가 아니라 야외라도 좋고 멀찌감치 떨어져도 상관없다. 대통령의 목소리를 직접 들을 수 있다면 청와대 출입기자들은 언제라도, 어디라도 달려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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