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비즈] 철도, 한반도의 새 미래를 준비한다

2022. 1. 6.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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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99년 9월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열차 기적소리가 울렸다. 증기기관차 ‘모갈1호’가 제물포에서 노량진 사이 33.2㎞ 구간의 경인선을 달리며 한반도에 철도시대가 열린 것이다. 이후 우리나라 철도는 일제강점기와 6·25전쟁이라는 어두운 터널을 지나 1960~1970년대 국가재건과 경제성장의 중심축으로 역할했다. 승용차 보급이 일반화되고 도로망이 발달하며 암흑기를 맞기도 했지만 전국 반나절 생활권 시대의 개막을 알린 고속철도의 개통과 함께 철도는 다시 한 번 새로운 르네상스 시대를 맞고 있다.

우리 국토 곳곳을 빠르게 연결하고 있는 철도는 친환경적이며 대량 수송이 가능하고 정시성이 확보되는 편리한 교통수단이다. 정부는 그간 지속적으로 철도망을 확충했고, 철도기술과 안전의 향상을 위해 노력해왔다. 그 결과 총연장 4000㎞ 이상의 철도가 국토 전역에 놓였다.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고속철도 운영을 시작했고, KTX-산천을 자체 개발·양산하는 세계 네 번째 고속철도 차량생산국이기도 하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사물인터넷과 인공지능 등 첨단 기술을 활용한 디지털화를 통해 우리 철도는 더 안전하고 편리한 교통수단으로 발전하고 있다.

우리의 근현대사와 함께 달려온 철도는 역사적 사명감도 잊지 않고 있다. 한반도에 시대적 과제로 남아 있는 남북 분단을 극복하고 미래의 통일시대를 맞는 데에 철도가 핵심 역할을 할 수 있게 철저하게 준비하고 있다. 남북철도의 단절된 구간 을 다시 잇는 연결사업에 박차를 가하는 한편, 철로 개량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최근에는 경의선 문산~도라산 구간을 전철화해 열차운행을 시작한 데 이어 부산에서 포항까지 이어지는 동해남부선도 개통해 동해선 축의 기점을 마련했다. 최근 동해선 축의 유일한 단절 구간이었던 강릉~제진 철도 건설의 첫삽을 떴다. 이로써 향후 부산에서 출발한 기차가 동해를 따라 두만강까지 달릴 수 있는 남북철도의 남측 구간 완성이 눈앞에 다가왔다.

앞으로 철도는 한반도를 넘어 만주와 시베리아까지 우리의 경제영토를 넓혀나가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이다. 남과 북, 유라시아가 단절 없이 철도로 연결될 때 우리나라는 태평양과 유라시아 대륙의 관문으로서 물적·인적 자원 교류의 핵심축을 담당할 것이다. 도로·항공 등 대륙을 이동할 수 있는 교통수단은 다양하지만 철도는 다른 어떤 교통수단보다 더 효율적으로 중국과 러시아 그리고 유럽을 하나로 연결할 수 있다. 또한 철도는 다른 교통수단에 비해 경제성이나 환경성 면에서도 뛰어나다.

우리 정부는 유라시아 철도망 구축을 위해 인접 국가들과 협력을 통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중국, 러시아 등과 정례적인 협력회의를 개최해 철도기술의 발전과 구축경험 등 서로의 관심사를 공유하고 있으며, 유라시아를 아우르는 대륙철도 운송 준비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 2018년에는 유라시아 국가들이 주축이 돼 설립한 국제철도협력기구(OSJD)에 정회원으로 가입해 활발한 활동을 이어왔다. 이 같은 노력 덕분에 내년에는 열차가 승객과 상품을 싣고 각 국을 통과할 때 거쳐야 하는 절차와 수속 과정을 정한 국제철도화물운송협정과 국제철도여객운송협정에도 가입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철도를 매개로 한 경제협력과 평화증진을 위해 동아시아철도공동체 구상을 제안하고 공감대를 확산하기 위한 활동에도 매진하고 있다.

한반도를 잇는 남북철도를 완성하고 향후 유라시아 철도 시대를 여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남북 간, 그리고 주변국과의 협력과 평화를 증진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 대륙철도의 연결을 위해 미리 준비해 나간다면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 우리의 노력이 모여 머지않은 미래에 부산에서 출발하는 열차를 타고 두만강을 넘어 러시아와 유럽까지 왕래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황성규 국토교통부 2차관

y2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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