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전문기자의 원픽은 건축학개론 속 '수지' 말고 '털머위'

2022. 1. 6.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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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 취향] 김민철 논설위원
OTT는 많고, 시간은 없다. 남들은 뭘 보고 좋아할까요. 조선일보 ‘왓칭’이 남들의 취향을 공유하는 ‘타인의 취향’을 연재합니다. 오늘은 조선일보 뉴스레터를 통해 ‘김민철의 꽃이야기’를 연재 중인 김민철 논설위원과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야생화 얼레지를 보는 김민철 논설위원.
2002년 무렵, 당시 노무현 대선 캠프를 출입하며 겪었던 각종 마음 고생을 ‘꽃’으로 달랬다는 김민철 논설위원. 이후 영화 속 각종 식물과 꽃이 나온 장면만 골라 노트에 정리하는 습관이 생겼다고 합니다. 영화 건축학개론을 볼 때도 수지 대신 제주 낡은 집에 피어난 ‘털머위’ 장면을 주목했다는 그의 취향을 공유합니다.

1) 자기 소개 부탁드립니다.

조선일보 논설위원 김민철입니다. 보건복지 등 사회정책 관련한 글을 쓰는 것이 주업무이고 꽃에 관심이 많아 가끔 꽃이야기도 씁니다. ‘문학 속에 핀 꽃들’, ‘꽃으로 박완서를 읽다’ 등 야생화 관련 책을 4권 냈습니다.

2) ‘김민철의 꽃 이야기’, 많은 분들이 사랑하는데요, 정치부 기자 시절, 꽃에 꽂히셨다고 들었습니다. 자세한 설명 부탁드립니다.

제가 꽃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2002년 무렵입니다. 당시 대선 때 노무현 캠프를 담당했는데, 출입처에서 상처받는 일이 많아 주말에라도 뭔가 마음의 평정을 찾을 수 있는 취미가 있었으면 했습니다. 그러던 차에 당시 예닐곱살 먹은 큰딸이 자꾸 아파트 공터에서 흔히 피어나는 꽃을 가리키며 “아빠, 이게 무슨 꽃이야”라고 물었습니다. “나중에 알려주마”라고 얼버무렸지만 딸이 계속 물어서 어쩔 수 없이 야생화 책을 사서 공부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꽃 공부를 시작했는데 하면 할수록 재미가 있었습니다. 주변에서 흔히 보았는데 이름을 몰랐던 꽃들을 하나하나 알아가는 재미에 푹 빠졌습니다. 벌써 20년 전 일이네요.

3) 특히 야생화에 의미를 부여하는 에세이를 많이 쓰셨는데요. 꽃을 보러갔다가 허탕치는 경우도 있으신가요?

많습니다. 충남 태안의 가의도라는 섬은 보춘화로 유명합니다. 그 꽃을 보러 서너번은 간 것 같은데 한번도 적기에 간 적이 없는 것 같습니다. 섬말나리를 보러 울릉도에 갔는데 너무 늦어서 단 한 송이도 못본 적도 있었습니다. 그렇다고 빈 손으로 돌아오는 것은 아닙니다. 대부분 다른 뜻밖의 꽃을 보는 부수익을 챙기기 때문입니다.

4) MBTI 성향이 어떻게 되시는지요?

해본 적이 없지만 외향형이라고 나오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5) 넷플릭스나 왓챠 같은 OTT, 어디 어디 보고 계신가요?

넷플릭스에서 우선 찾고, 없으면 KT 기가지니에서 찾아 봅니다.

6) 지금 꽂혀 있는 작품과 꽂힌 이유를 말씀해주세요.

얼마전 우연히 ‘줄무늬 파자마를 입은 소년’을 보았는데, 그 여운이 아직까지 가시지 않습니다. 마지막 장면에서 반전을 기대했는데 그대로 끝나서 깜짝 놀랐습니다. ‘인생은 아름다워’ 이후 최대 충격이었습니다.

7) 기자 생활하면서 ‘아 이건 영화 찍을 스토리인데’ ‘이건 드라마 감이야’ 느끼셨던 사건이 있으면 하나만 소개해 주세요.

천리포수목원 설립자 민병갈(칼 밀러) 원장의 삶은 충분히 영화로 만들만하다고 생각합니다. 1945년 미군 장교로 한국에 첫발을 들여 한국과 사랑에 빠져 귀화하고 천리포 해변 불모지를 천리포수목원으로 일구는 과정은 감동적인 드라마로 만들기에 충분한 소재입니다. 증권가의 큰손, 국내 식물학 거목들과 교류, 완도호랑가시라는 신종 발견, 동성애 커밍아웃 등 다른 영화적 요소도 많은 인물입니다.

8) 여태껏 본 영화, 드라마, 다큐멘터리 중 추천작 3편만 꼽아주세요.

1.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다

영화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다'의 한 장면. /넷플릭스

‘You make me wanna be a better man(당신은 내가 좀 더 좋은 사람이 되고 싶게 만들어요).’ 잭 니콜슨의 이 한마디를 듣는 것만으로도 이 영화를 볼만한 가치가 있는 것 같습니다.

2. 자기 앞의 생

영화 '자기 앞의 생'. /넷플릭스

주인공 ‘마담 로사’ 역을 맡은 배우 소피아 로렌 연기가 감동적이어서 영화를 보고 원작 소설까지 읽었습니다.

3. 그녀(her)

어쩐지 가까운 미래에 실제로 일어날 것 같은 이야기라 끝까지 화면에서 눈을 떼지 못했습니다.

9) 꽃처럼 아름다운 서정적인 작품 추천 부탁드릴게요.

영화를 보다가 지나치게 잔인한 장면이 나오면 끄는 편입니다. ‘아수라’, ‘마이 네임’은 도저히 계속 볼 수 없어서 스톱 스위치를 눌렀습니다. 대신 영화를 보면서 꽃이 나오는지 주의깊게 보는 편입니다. ‘건축학개론’ 초반에 제주 낡은 집이 나올 때 털머위를, ‘국제시장’ 처음과 마지막 부분에서 배초향을, ‘빅 피쉬’에서 수선화를 찾는 식입니다. ‘레옹’에서는 아글라오네마라는 식물에 주목해 글을 쓴 적이 있습니다. 꽃이 주요 소재 또는 상징으로 나와 메모해둔 영화가 30편이 넘습니다. ‘플립’플라타너스가 주요 소재로 나온다는 점에서 메모해둔 영화 중 하나이고 내용도 좋아 추천합니다.

<추천 영상 링크>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다

자기 앞의 생

그녀

플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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