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에서 느낀 K-컬처

2022. 1. 6.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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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바쁘지 않으면 우리집에서 저녁 먹는 거 어때?” 한국으로의 귀국을 준비하며 코로나19 검사를 예약하던 중 외국인 친구로부터 메시지를 받았다. 출국 전 마지막으로 저녁을 대접하고 싶다는 것이었다.

5인 이상 집합금지가 내려진 데다 오미크론의 확산으로 외식은 조심스러웠는데 친구의 집에서 조촐한 저녁 식사라니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혹시 준비해 갈 것이나 도움이 필요한 것이 없는지 물어보니 가볍게 몸만 와도 된다고 이야기하며 참고로 메뉴는 한식이니까 기대해도 좋다고 덧붙였다.

꼭 한식이 아니어도 괜찮다고, 나 때문에 한식으로 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하니, 친구는 평소에도 한식을 자주 먹어왔다고 이야기했다. 마침 찐 한국인이 왔으니 요리 실력을 평가받을 생각에 잔뜩 기대하고 있다며 장난 섞인 웃음소리를 내보였다.

친구들이 준비해준 한식, 생각보다 맛이 좋아 놀랐다. 평소에도 많이 해본 것 같았다.

 

친구들이 준비한 음식은 돼지김치 요리와 계란국, 김밥과 떡볶이였다. 이렇게 다양한 요리에 입이 떡하니 벌어졌다. 한 땀 한 땀 정성이 들어간 요리가 어찌 맛이 없으랴? 순식간에 모든 음식을 비우고 엄지를 치켜올렸다.

보통 해외에서 한식당에 가면 퓨전 한식의 느낌이 강한데 친구가 해준 음식들은 내가 먹던 한식의 맛과 비슷해 그 비법을 물어봤다. 요즘에는 한국에서 수입한 식재료들을 편리하게 구매할 수 있고, 요리 방법도 유튜브 등 영상 매체를 통해 쉽게 배울 수 있다고 이야기했다.

요리를 위한 한식 재료와 간식을 앱으로 구매하는 것을 보여준 친구. 생각보다 많은 제품을 쉽게 구입할 수 있었다.

 

친구가 보여준 앱에서 한식 카테고리를 클릭하자 한식의 대표주자인 김치를 비롯해 채소와 과일은 물론 즉석식품, 차까지 다양한 제품이 준비되어 있었다. 몇 년 전부터 한식이 인기를 끌기 시작했지만, 당시에는 아시아 식자재 마트를 가야 했다면 요즘에는 앱으로도 편리하게 재료들을 주문할 수 있다고 했다.

식사 후 간단한 차와 다과를 곁들인 자리에서도 한국과 관련된 주제는 계속됐다. 역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주제, 드라마와 영화에 관한 내용이 이어졌다. 지난해 전 세계를 휩쓸었던 ‘오징어게임(Squid Game)’과 ‘지옥(Hell Bound)’은 물론 ‘미나리’와 따끈따끈한 신작인 ‘고요의 바다’에 관한 이야기까지, 짧은 시간에 엄청난 이야기들이 쏟아졌다.

한국인인 나보다 한국 드라마를 더 잘 아는 것 같다는 말에 한껏 웃은 친구들은 한국의 드라마는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고 이야기했다. 배우들의 탄탄한 연기와 엄청난 창의력, 그리고 무엇보다 매력적인 영상미에서는 한국의 기술력마저 느낄 수 있다고 했다.

나보다 먼저 한국 드라마를 접하고 있던 외국인 친구들. 나도 그날 밤 새로 나온 시리즈를 시청해보았다.

 

실제로 OTT를 중심으로 퍼지는 드라마는 신한류를 주도하고 있다. 시내 주요 기념품 매장에서 영상 속 상징물을 본뜬 상품을 쉽게 찾을 수 있었고, 영상을 본 후 한국의 문화에 더 관심이 생겨 다른 영상을 찾거나 한국어를 배우기 시작하는 외국인도 적지 않다고 한다. 당장 친구의 동생은 코로나19가 끝나면 한국에 가기 위해 돈을 모으기 시작했다고 했다.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숙소로 돌아와 생각해보니 어쩌면 대한민국에서 살았기에 당연하게 여기던 모든 것들이 누군가에게 강한 울림을 주고 꿈이 되고 있다는 생각에 뿌듯함이 느껴졌다. 한국 문화에 대한 엄청난 찬사를 들으니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것이 자랑스러워지기도 했다.

그러고 보니 이번 여행에서는 지난 여행들과 다르게 유독 한국 문화에 관한 이야기가 빠지지 않았다.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며 집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지자 SNS와 OTT를 중심으로 한국 문화가 더욱 빠르고 깊게 퍼진 것이 영향을 주고 있는 것 같았다.

당장 내가 머무는 뉴욕주에서 BTS 콘서트를 관람하기 위해 LA를 다녀왔다는 청년들을 찾는 건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심지어 한국의 유명 보이그룹과 걸그룹이 올해 상반기 미국에서 콘서트를 개최한다며 겨우 티켓을 예매했다는 이야기도 심심찮게 들을 수 있었다.

뉴욕 맨해튼에서 한국 기업의 광고를 보는 것은 더는 어려운 일이 아니다. 요즘에는 만화와 영화 등 문화 콘텐츠 광고도 상당수 진행 중이었다.

 

현지에서 유학 중인 후배는 K-팝 자체가 워낙 흔해졌고, 또 팬층도 상상 이상이라며 자신이 좋아하는 가수를 만나기 위해 한국행 비행기표를 알아보는 경우도 많다고 이야기해줬다. 그러고 보니 내가 미국에 온 이후 마주한 한국 문화만 해도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구슬치기는 물론 투호와 같은 전통놀이를 이해하고 또 즐기고 있던 대학교 동아리, 길을 걷다 자연스럽게 들렸던 K-팝은 물론 내가 집에서 만들어 먹은 것과 비슷했던 한식까지 이미 대한민국은 세계 속에 자리 잡고 있었다.

기업은 물론 정부도 K-컬처의 세계화를 위해 큰 노력을 하고 있었다. 특히 콘텐츠 제작과 관련된 규제를 완화해 자유로운 창작 활동이 가능하도록 돕고 있었고, 창작물의 저작권 보호를 위해 국가 간 협력을 확대하고 있었다.

긴 코로나 터널의 끝에는 세계가 즐길 수 있는 다양한 대한민국의 문화가 준비되어 있었다. 뉴욕의 중심 맨해튼에서 한국 기업의 로고를 보는 것이 어렵지 않은 오늘, 세계인은 대한민국의 다양한 문화를 즐기며 한국을 꿈꾸고 있다.

정책기자단|이정혁jhlee4345@naver.com
정책의 수혜자이자 옵저버로 현장의 목소리를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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