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책 월북' 왜 놓쳤나..軍 "CCTV 시간 설정 잘못돼 다른 영상 확인"

장용석 기자 2022. 1. 6.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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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강원도 동부전선 최전방에서 발생한 탈북민 김모씨 월북사건을 통해 우리 군은 경계태세뿐만 아니라, 상황보고와 작전수행에서까지 적잖은 '허점'을 드러냈다.

군 당국도 사건 발생 당시 감시병 등이 김씨가 일반전초(GOP) 철책을 넘는 상황을 놓친 점 등과 관련해 일부 '규정 미준수' 사실을 인정하고 있어 그에 따른 관계자 문책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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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P 대대장, 제대로 보고 못 받아 '귀순' 염두
경계-상황 보고-작전수행 곳곳서 허점 드러나
지난 1월 강원도 동부전선 최전방 지역을 통해 북한으로 돌아간 탈북민 김모씨가 촬영된 CCTV 카메라 영상 캡처. 2022.1.5/뉴스1

(서울=뉴스1) 장용석 기자 = 지난 1일 강원도 동부전선 최전방에서 발생한 탈북민 김모씨 월북사건을 통해 우리 군은 경계태세뿐만 아니라, 상황보고와 작전수행에서까지 적잖은 '허점'을 드러냈다.

군 당국도 사건 발생 당시 감시병 등이 김씨가 일반전초(GOP) 철책을 넘는 상황을 놓친 점 등과 관련해 일부 '규정 미준수' 사실을 인정하고 있어 그에 따른 관계자 문책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군 당국은 '김씨가 GOP 철책을 넘었을 때 초동조치조의 현장 대응이 미흡했다'거나 'GOP 대대장이 김씨를 월북자가 아닌 귀순자로 착각해 놓쳤다'는 등의 지적엔 현장 여건상 불가피한 측면도 있었다고 설명하고 있다.

다음은 국방부·합동참모본부 등 군 당국의 이번 사건 조사결과 발표 및 국회 국방위원회 보고 내용 토대로 재구성한 문답.

-김씨가 GOP 철책을 넘기 전 강원도 고성 지역 민간인출입통제선(민통선) 폐쇄회로(CC)TV 카메라에 포착됐는데 왜 그땐 신원확인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않았나.

▶1일 낮 12시51분쯤 민통초소 관리 중대 상황실에서 CCTV 카메라를 통해 김씨로 추정되는 인물을 최초 식별하고 '민간인출입통제지역에 들어오지 말라'는 경고방송을 했다. 그러자 김씨도 더 이상 접근하지 않았고 마을 쪽으로 되돌아가는 모습도 확인했다. 그래서 추가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은 거다.

신원 확인은 초소에 접근했을 때 하는데 김씨가 식별된 CCTV와는 거리가 있다. 김씨가 처음 식별된 곳은 민통선 이남 지역이다.

-김씨가 GOP 철책을 넘을 때 감시병이 파악하지 못한 이유는 뭔가.

▶합참의 현장조사 결과, 1일 오후 6시36분쯤 김씨가 GOP 철책을 넘을 때 감시카메라 3대에 총 5회에 걸쳐 그 모습이 포착된 것으로 확인됐다. 과학화경계체계에서도 경보음이 발생하고 경고등이 들어오는 등 정상적으로 작동했다. 철책 최상단의 '광망'(光網)에 일정 수준 이상의 압력이 가해지면 경보음이 울린다. 소초 상황실 모니터에도 상황이 발생했음을 알리는 팝업창이 떴다.

광망 변형은 중요 상황이기 때문에 이럴 땐 모니터 화면을 재구성해서 팝업창이 떴을 때 영상을 보면서 대대 주관으로 상황평가를 실시한다. 그런데 처음 팝업창이 떴을 때 영상은 흐릿했고 김씨의 월책 지점이 안 보이는 사각지대도 있었다. 그래서 '특이사항이 없다'고 판단했다. 다른 감시카메라 영상은 화면 재구성 과정에서 확인을 못 했다.

또 녹화된 영상을 되돌려봤을 땐 영상 저장서버의 시계가 실제보다 4분34초 빠르게 설정돼 있었기 때문에 월책 상황 발생했을 당시의 영상을 즉각 확인하지 못했다. 즉, 6시36분을 기준으로 이전 30분간의 영상을 확인했어야 하지만, 실제론 6시32분부터 이전 30분간의 영상을 봤던 거다. 하루 2차례 서버 시계를 동기화하도록 한 지침이 지켜지지 않았다.

영상저장 서버 시계 설정이 잘못된 걸 알고 실제 월책 당시 상황이 찍힌 영상을 확인한 건 2일 오전 1시쯤이다.

© News1 김초희 디자이너

-처음 GOP 철책을 확인했을 땐 왜 '이상 없다'고 보고했는가.

▶경보음 발생 뒤 소대장 등 초동조치조 6명이 해당 지역에 도착해 철책을 점검했다. 405m 거리의 현장에 6분 만에 도착했고, 세차례 철책의 이상 유무를 점검했다. 그땐 특별한 사항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보고했다.

그러나 이후 현장조사 과정에서 북책(북쪽 철책) 너머 눈 쌓인 곳에서 발자국 등 월북흔적이 발견됐다. 남책(남쪽 철책)과 북책 사이엔 없었다. 또 윤형 철조망 위에 손가락 한 마디 크기의 흰색 깃털도 붙어 있었다. 김씨 패딩에서 빠져나온 것 같다. 그러나 이 깃털은 주간에도 잘 안 보였기 때문에 야간엔 더 찾기가 어려웠을 거다.

-GOP 대대장이 군사분계선(MDL) 인근에 나타난 김씨에 대해 당초 귀순 가능성이 있다고 본 까닭은.

▶김시가 DMZ 내 MDL 이남 지역에서 이동하는 모습이 우리 군 열상감시장비(TOD)에 처음 포착된 건 1일 오후 9시17분쯤이다. GOP 대대에선 11분 만에 사단에 상황보고를 했고, 합참까진 고속상황전파체계로 14분 만에 보고됐다.

현지 지형을 보면 MDL 방향으로 계곡 능선이 이어져 있다. 또 TOD상에선 김씨가 MDL에서부터 우리 측 '보존 감시초소(GP)'(2018년 '9·19 군사 분야 남북합의서' 이후 병력을 철수한 GP) 쪽으로 이동하는 것처럼 보였다. 게다가 대대장은 오후 6시36분의 GOP 철책 상황을 몰랐다. 대대 지휘통제실장이 대대장에게 보고하지 않은 채 상황을 종료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GOP 대대장은 초기엔 현지 지형과 이동방향, 그리고 과거 GP·GOP를 통해 귀순한 사례 등을 감안해 귀순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김씨 신병 확보를 위한 작전을 폈다. 그러다 상급부대와의 상황평가를 거쳐 월북 가능성까지 염두에 둔 작전으로 변경했다.

그러나 작전병력은 김씨와의 거리를 좁히는 데 실패했고, 1일 오후 10시49분쯤 김씨는 MDL을 넘은 모습이 TOD에 식별됐다.

ys4174@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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