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 장인' 된 이준호 "닿을 수 없는 안타까운 인연, 아직도 헤어나지 못하고 있어요" [스경X인터뷰]
[스포츠경향]

어떤 배우든 자신의 모든 감정을 쏟아부은 작품을 마치고 나면 그 여운에서 좀처럼 헤어나지 못한다. 하지만 배우 이준호에게 있어 MBC 드라마 ‘옷소매 붉은 끝동’(이하 옷소매)는 각별한 의미였다. 이미 예능 ‘나 혼자 산다’에서 공개됐던 것과 같이 정조 이산을 공부하기 위해 일찍부터 그의 삶을 공부하며 몰입을 하고 있었고 지난 여름부터 겨울에 이르는 6개월의 촬영 기간 동안에도 이산을 마음에서 놓지 않았다. 모든 여정을 마친 그의 소감은 “생각보다 마음이 괜찮지 않다”였다.
그가 이렇게 의외의 소감을 한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다. 오랜 기간 이산에 몰입했던 것도 사실이지만 이미 캐릭터를 분석할 때부터 알고 있던 이산과 성덕임(이세영)의 마무리를 연기해야 했던 고통 때문이었다. ‘옷소매’는 제왕 정조와 궁녀였던 성덕임의 로맨스를 다뤘다. 둘은 결국 천성을 어기고 사랑에 성공했지만 덕임의 자유롭다는 꿈은 사랑의 결실로 결국 꺾이고 말았고 정조는 덕임을 떠나보내고 평생을 그리움에 살아야 했다.
“막을 내렸다는 부분이 실감이 나지 않네요. 아직도 여기 저기 영상을 기웃거리고 있어요. 1일 종방 이후로는 마음이 괜찮아질 거라고 생각했는데 실제로 안 그래서 놀랐고요. 요즘은 일정을 마치고 집에 가서 혼자 있으면 혼자 공허한 느낌을 받는 것 같아요. 정말 제 전생이 이산이었던 것처럼 촬영현장이 없어진 게 아쉬워요. 마치 이산의 마지막 대사처럼 ‘이 순간이 영원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죠.”
영정조 시대는 조선시대에서 풍요롭기로 유명한 시기였다. 하지만 영조와 그의 아들 사도세자 그리고 정조로 이어지는 비극적인 가족사는 극의 소재로 즐겨 사용됐다. 이미 이서진, 한지민 주연의 ‘이산’이 2008년 막을 내렸고, 영화에서도 ‘사도’ ‘역린’ 등의 작품에서 소지섭, 현빈 등이 정조를 연기했다. 이산의 사춘기부터 중년까지 연기했던 이준호의 전략은 그저 사료를 조용히 따라가는 일이었다.

“실존 인물이셨고 역사적인 사료가 있다고 해도 온전히 그 분을 판단하긴 힘들죠. 표현은 오롯이 저의 숙제였는데 책들을 참고했던 것 같아요. 모두가 알고 있는 백성들을 사랑하는 마음, 애민정신이 있었고요. 자신에게는 엄격하고 궁인들은 잘 챙기셨던 왕으로 전해지더라고요. 저도 청년일 때는 패기와 올곧음, 왕이 되서는 여유있는 카리스마 그리고 말년에는 온몸에 힘을 다 빼는 등 시기마다 다르게 표현하려고 애썼어요.”
특히 ‘옷소매’가 다른 이산의 드라마와 달랐던 것은 성덕임과의 안타까운 로맨스에 집중했다는 점이다. 이산은 궁녀였던 덕임을 온 힘을 다 해 사랑했지만 군왕으로서의 소명과 사랑 사이에서 갈등한다. 마찬가지로 덕임 역시 왕을 곁에서 지키겠다는 충심에서 시작한 마음이 사랑으로 변할 때, 안 그래도 사도세자의 아들로 견제를 많이 받던 이산이 또 다시 정쟁의 희생양으로 전락하지 않는지 걱정했다. 그래서 자신의 마음을 알고서도 계속 이산을 밀어내는 안타까운 로맨스가 이어졌다.
“제가 느끼기에 로맨스 사극의 매력은 급하지 않다는 것 같아요. 한 동작 한 동작 상대에게 다가가는 시간이 생각보다 가까우면서도 닿지 않는 안타까운 느낌이 강했던 것 같아요. 덕임이 물론 가까이 있는데 손에 얼굴이 닿지 않는 느낌 자체도 소중했기 때문에 그 만큼 그 당시 모든 사람들은 안타까운 사랑을 하지 않았을까 싶은 거죠. 거기다 신분, 계급 사회의 특징 때문에 로맨스가 더욱 애타게 그려지는 것 같아요.”
감정선을 유지하는 일도 힘들었지만 중간중간 몸을 드러내는 장면이 있었던 탓에 식단도 엄격하게 관리해야 했다. 게다가 연기를 시작하면서부터 안아왔던 어깨 부상의 여파로 몸을 관리하는 것도 큰 고충이었다. 하지만 자신의 감정대로 연기를 할 수 있게 터를 열어줬던 정지인PD를 비롯한 스태프 그리고 언제나 밝은 모습으로 촬영장을 주도했던 상대역 배우 이세영의 도움 덕분에 긴 터널을 빠져나올 수 있었다고 고백했다.

“모든 드라마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다양할 것 같아요. ‘옷소매’를 그만큼 시청률 15%가 넘을 정도로 많이 봐주셨다는 것은 이러한 작품을 기다려주셨던 게 아닌가 감히 생각해봐요. 사랑은 어떤 상황이나 시대에서도 큰 힘을 갖고 가는 주제거든요. 정조와 의빈 성씨의 사랑을 상상으로 소설로 만들었지만 진짜 저렇게 사랑했을 것이라고 믿어주시는 시청자분들 덕분에 드라마의 아름다움이 완성된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긴 ‘이산앓이’를 빠져나올 때 쯤 이준호는 어떤 계획을 할지는 아직 정해놓지 않았다. 또 다른 작품에 빠질 수도 있고, 2PM의 멤버로서 새 앨범으로 팬들을 찾아올 수도 있다. 어느덧 배우 9년차, 이준호는 ‘가수 출신 배우’라는 수식어가 부담도 되지 않는 여유를 갖게 됐다. 시간을 거치며 차오르는 자신감으로 그저 뚜벅뚜벅 자신의 길을 갈 뿐이다.
“저는 ‘아이돌 출신 배우’라는 수식어를 의식 안 하면서 편견에 맞서는 것 같기도 해요. 그냥 제가 잘 하면 문제는 안 된다는 생각 밖에 없어요. 어쩌면 이 이미지는 평생을 가져가야 하거든요. 하지만 잘 해나갈 자신감은 있어요. 또 빨리 좋은 모습으로 다시 찾아오겠습니다.”
하경헌 기자 azima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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