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사일언] 두려울만큼 편한 배달음식
일이 있어 도심 한복판의 친구 집에 며칠 묵었다. 오랜만에 도시에 오니 ‘도시 음식 너무 좋아, 도시에 신기한 거 진짜 많아’ 하는 흥분 상태가 되어 우리 동네에서 안 파는 음식을 많이 사 먹었다. 네팔 음식점에 가서 툭바(티베트풍 칼국수)를 먹었고, 중국인이 운영하는 만둣집에 가서 빙화 만두와 건두부 요리도 먹었다. 10분만 걸어가면 패스트푸드점이 종류별로 있길래 한 집에서 웨지감자, 옆집에서 햄버거, 다음 집에서 토티아랩을 포장해 와 도시 음식을 만끽했다. 집에서 여럿을 만난 날에는 마라샹궈를 배달시켰다.
매번 새로운 음식을 먹을 생각에 설렜지만 날이 추워지자 밖을 나서기가 귀찮아지니 배달 음식을 주문하는 횟수가 많아졌다. 나는 여행지에서도 경비를 아끼려고 식재료를 구입해 요리해 먹는 사람이라 이례적인 일이었다. 완주의 내 집에서는 음식의 종류도 적고 배달비와 최소 주문 금액도 높아 잘 주문하지 않았는데 친구 집에서는 한번 경험한 그 편리함에 자꾸 손이 갔다. 오전에 주문하면 오후에 배송되는 마트 서비스도 이용했다. 밤늦은 시간에도 입이 심심하면 앱을 켜고 간식거리를 주문했다.
편리했다. 두려울 정도로 편리했다. ‘야식 먹을까?’ ‘이거 살까?’라는 질문에 ‘그러자’는 대답을 너무 쉽게 하게 되었고 금세 익숙해졌다. 사러 나가기 귀찮으니 배달시키자. 추우니까 배달시키자. 무거우니까 배달시키자. 아무와도 대화하지 않고 마주치지도 않고 내가 원하는 걸 문 앞에서 들고오면 된다. 나 대신 음식을 만드는 사람, 내 물건을 장바구니에 담는 사람, 내게 가져다주는 사람에게 고맙기는 하지만 휴대폰 너머에 사람이 있다는 걸 자꾸 잊게 된다. 간편했지만 돈을 많이 썼고 조금 외로워졌다.
포장을 풀어 혼자 묵묵히 음식을 먹고 엄청난 플라스틱 용기를 치우기를 수차례, 음식이 마냥 맛있게만 느껴지지 않았다. 마음이 불편해지는 배달 음식을 덜 먹으려고 바로 근처 마트에 가서 장을 봤다. 뭘 사러 가기 번거로워서 긴긴밤 허전함을 꾹 참고 잠들었던 완주에서의 나, 뒤지고 뒤져서 냉장고 속 무를 씹어 먹던 지난주의 나를 도시로 불러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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