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우의 간신열전] [116] 정도전과 하륜

이한우 경제사회연구원 사회문화센터장 2022. 1. 6.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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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초 임금을 도운 경세가를 꼽자면 정도전과 하륜이 대표적이다. 그런데 두 사람이 자기 임금을 대하는 태도는 크게 달랐다. 실록에 따르면, 정도전은 개국할 즈음에 종종 취기를 빌려 말했다.

“한 고조가 장자방을 쓴 것이 아니라 장자방이 마침내 한 고조를 쓴 것이다.”

그러면서 실록은 정도전에 대해 “임금을 도울 만한 것은 모의하지 않은 것이 없었으므로 마침내 큰 공업을 이루었다”고 평가했다.

그런 정도전을 태조 아들 이방원은 다른 시각으로 보았다. 정도전과 함께 태조를 보필했던 남은은 아버지의 충신이라고 보았지만 정도전은 자기 아버지를 가지고 논 사람 정도로 폄하했다.

강명함이라는 임금 자질이 충만했던 태종에게는 어쩌면 처음부터 정도전 유형의 재상은 필요 없었을지 모른다. 그 자신이 상당한 정도 미래를 기획해내는 능력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륜 또한 천도 논쟁 때 보면 정도전 못지않게 자기 구상이 강했던 인물이다. 태조와 의견을 달리하며 무악 천도설을 고수했다. 아마 이성계 총애를 받았더라면 하륜도 정도전과 비슷한 유형으로 보좌했을지 모른다.

그러나 태종을 잘 아는 하륜은 자신을 낮췄다. 뇌물을 좋아했고 약간의 인사 전횡은 있었지만 태종의 역린(逆鱗)은 건드리지 않았다. 그랬기에 끝까지 권력과 목숨을 보전할 수 있었으리라.

얼마 전 김종인씨의 “후보는 연기만 하면 된다”는 발언을 보면서 떠올린 인물이 정도전이다. 당연히 태종 같은 인물이라면 이를 용인하지 않겠지만 태조 같은 인물이라면 받아들였을 것이다.

윤석열 후보는 김종인을 베었다. 남은 것은 윤 후보 리더십 유형이 태조와 태종 중 어느 쪽에 가까울 것이냐 하는 문제다. 그동안 보여준 모습은 솔직히 태조에 가깝다. 그런데 정도전형의 보좌를 쳐내버리면 미래는 어둡다. 이제 남은 것은 태종형 리더로 전환하는 것이다. 그게 가능할지는 앞으로 한 달 안이면 판가름 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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