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왕설래] 수요시위 30돌

김기동 2022. 1. 5. 2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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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홀로 머문 시간이 머문자리/할미된 소녀 별이된 소녀/지켜주지 못했어/추운 겨울날 끌려간 그곳/죽음의 사선/살아도 산 게 아냐'.

가수 송가인이 지난 4일 재능기부를 통해 발매한 디지털 싱글 음원 '시간이 머문 자리' 일부 가사다.

1991년 8월14일, 김 할머니는 "일본 군대 위안부로 강제로 끌려갔던 김학순입니다. 일본이 왜 거짓말을 하는지 모르겠단 말이오. 그래서 내가 나오게 되었소"라고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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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홀로 머문 시간이 머문자리/할미된 소녀 별이된 소녀/지켜주지 못했어/추운 겨울날 끌려간 그곳/죽음의 사선/살아도 산 게 아냐’. 가수 송가인이 지난 4일 재능기부를 통해 발매한 디지털 싱글 음원 ‘시간이 머문 자리’ 일부 가사다. 위안부 피해자인 고 김학순 할머니의 용기 있는 고백 30년과 평화의 소녀상 건립 10주년 헌정곡이다.

1991년 8월14일, 김 할머니는 “일본 군대 위안부로 강제로 끌려갔던 김학순입니다. 일본이 왜 거짓말을 하는지 모르겠단 말이오. 그래서 내가 나오게 되었소”라고 외쳤다. 할머니의 용기 있는 고백은 다른 피해자들의 연쇄증언으로 이어졌고, 일본 정부의 반인권적 범죄행위를 세계에 알리는 도화선이 됐다. 이를 계기로 이듬해인 1992년 1월 8일 일본 총리 방한을 앞두고 서울 종로 주한 일본 대사관 앞에서 역사적인 수요시위의 대장정이 시작됐다. 어제로 30돌을 맞은 수요시위의 정식명칭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 그동안 집회가 열리지 않은 건 딱 두 번이다. 1995년 일본 고베 대지진 당시 추모의 의미로 취소했고, 2011년 동일본대지진 때는 추모 집회로 대체했다.

어제 시위는 당초 처음 시작된 옛 주한 일본대사관 앞 평화의 소녀상 자리에서 30m 떨어진 곳에서 열렸다고 한다. 집회 장소를 ‘알박기’하고 나선 극우단체에 떠밀려서다. 이들이 시위 장소를 선점하기 시작한 건 2020년 5월부터다. 정의기억연대 이사장을 지낸 윤미향 의원의 후원금 유용의혹과 정의연 회계부정 의혹이 터진 시기다. 극우단체들은 위안부 자체를 부정하는 것도 모자라 폄훼하는 발언을 쏟아낸다. 시위장소에 가끔 일장기까지 등장한다고 한다.

그동안 많은 할머니가 세상을 떠났지만, 일본 정부는 여전히 공식 사과와 법적 책임을 외면하고 있다. 기약없는 수요시위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슬픈, 자랑스러운’ 시위라고 불리는 이유일 것이다. 윤 의원의 의혹에 대한 재판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이용수 할머니는 “수요집회는 증오와 상처만 가르친다”고 했다. 극우단체의 역사왜곡도 문제지만, 이런 사태를 불러온 당사자는 일언반구도 없다. 수요집회의 정신은 이어져야 한다.

김기동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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