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포럼] 한·미동맹의 이면
미국의 전략적 이익만 좇아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와도 충돌
한·미 간 갈등관리 중요한 시점
사람들이 묻는다. “지금 한·미동맹은 온전하냐”고. “세상이 바뀌지 않았냐”라고 에둘러 답한다. 동맹은 변한다. 동맹은 단순한 친분 관계와는 다르다. 부침(浮沈)에 따라 달면 삼키고 쓰면 뱉기 일쑤다. 그래서 ‘적과의 동침’이 빈번하게 이뤄진다. 피로 맺은 한·미동맹도 칠순을 훌쩍 넘겼다. 그 사이 세상은 여러 번 바뀌었지만 찰떡궁합처럼 잘도 지냈다. 더러 불편함을 느끼기는 했으나 파국으로 치닫지는 않았다. 상호 배려와 고도의 정치적 수위조절이 작용했다고 봐야 한다.
에이브럼스의 행동은 미국 우선주의에 기인한다. 동맹인 한국의 입장은 외면한 채 미국의 전략적 이익만을 좇은 것이라고밖에는 보이질 않는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방위비분담금 협상 때 정점을 찍었다. 2020년 1월 말 에이브럼스 사령관은 한·미 방위비분담금 협상 타결이 늦어지면 그해 4월 1일부로 잠정 무급휴직을 시행할 수 있다고 한국인 근로자(군무원)에게 통보했다. 방위비분담금 증액을 위해 주한미군 군무원들을 볼모로 잡고 무급휴직을 결정한 것이다. 물론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이 작용했다. 그렇다고 이 일을 두고 그가 유감이나 사과 입장을 낸 적은 없다. 에이브럼스는 아파치 헬기 훈련장 문제를 두고도 불만이 가득했다. 문재인정부의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와 충돌하며 한·미 연합훈련이 축소된 상황도 걸고 넘어졌다. 2019년 12월 중순 남영신 육군참모총장의 비무장지대(DMZ) 출입을 두고 딴지를 건 것은 그야말로 애교 수준이다. 한국과의 동맹 가치와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미국의 전략적 위치의 중요성에 대해 오해를 부르기 시작한 것도 이 무렵이다.
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가 일본·인도·호주와의 비공식협력체 ‘쿼드’(Quad)를 강화하고, 영국·호주와 안보동맹인 ‘오커스’(AUKUS)를 결성한 데서 보듯 중국의 태평양 진출을 막기 위한 미국의 대중국 견제는 날로 강화되고 있다. 우리 정부가 동참 요청에 선을 긋고는 있다지만 언제까지 버틸지는 의문이다. 에이브럼스의 인터뷰에 이어 열흘 뒤인 지난 4일 해리 해리스 전 주한미대사까지 나서 ‘종전선언’과 관련해 부정적 입장을 피력했다. 정권교체기 미국의 압박은 더욱 거세지는 형국이다. 한·미 간 갈등관리가 중요해지고 있다. 동맹이 출렁일지 반전할지는 오로지 우리 몫이다. 슬기롭게 헤쳐나가야 할 난제가 아닐 수 없다.
박병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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