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영우 "영플레이어상의 저주? '호랑이'에겐 그런 거 안 통해"
[경향신문]
2년차에 측면 수비수 자리 잡아
노출된 ‘크로스 스타일’ 보완해
수상 이듬해 징크스 탈피 각오
“난 범띠…범띠 해에 사고 친다”
프로축구 울산 현대 수비수 설영우(24·사진)는 새해 첫 훈련을 시작한 지난 3일부터 홍명보 감독의 눈도장을 제대로 찍었다.
설영우가 겨우내 휴가를 보낸 선수라 믿기지 않을 몸 상태로 동계훈련을 시작한 덕이다. 훈련의 시작을 알리는 러닝에선 한 발씩 앞서가며 새내기의 패기를 보여줬고, 지구력을 측정하는 젖산테스트도 가뿐히 통과했다. 보통 선수들이 시즌을 치를 때와 아닐 때의 몸이 확연히 다른 것과 비교됐다.
4일 울산 클럽하우스에서 만난 설영우는 “감독님이 ‘몸이 안 되는 선수는 경기장에 안 내보낸다’고 경고하신 걸 좀 과하게 따른 것”이라며 “하루에 7만원씩 투자해 몸을 만들었다. 경쟁 무대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마음가짐”이라고 말했다.
사실 설영우의 입지는 단단하다. 데뷔 2년차인 지난해 측면 수비수로 31경기를 뛰면서 2골·3도움을 기록했다. 또래 선수에게 최고 영예인 영플레이어상도 그의 몫이었다.
포지션 경쟁자이자 국가대표 수비수인 홍철이 대구FC로 떠난 점을 감안하면 주전을 보장받은 것이나 마찬가지인 셈이다. 그런 설영우가 긴장을 늦추지 않는 것은 ‘영플레이어상의 저주’를 잘 알고 있어서다. 과거 신인상으로 불린 이 상을 받은 이들은 이듬해 부진에 빠지는 일이 많았다. 설영우는 “영플레이어상을 받은 이후 좋은 활약을 이어가지 못한 경우가 대부분이라 들었다”면서 “이름이 잘 알려진 만큼 쉽게 파악될 테고, 견제도 늘어나는 것은 각오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설영우는 올해 각오해야 할 부분이 있다. 왼쪽 측면 수비수인 그는 몸을 틀어 오른발로 크로스를 올린다. 오른발이 주발이라 생긴 약점인데, 마치 2002 한·일 월드컵 4강 멤버인 이영표를 떠올리게 만든다.
홍 감독도 “크로스 스타일은 본인이 더 노력해야 하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설영우는 “개막할 때까지 왼발만 쓰는 것도 생각한다. 사실 (홍)철이 형한테 배울 게 너무 많았는데 떠나서 아쉽다. 이젠 (이)명재 형을 졸졸 따라다니면서 왼발 크로스를 배울 것”이라고 다짐했다.
설영우는 새해 특별한 동기 부여도 있다. 범띠(1998년생)인 그가 검은 호랑이의 해(임인년)를 맞이해 누구보다 멋진 활약을 보여주겠다는 각오가 남다르다. 울산의 마스코트가 호랑이라는 점에서 지난 3년간 우승 문턱에서 넘어진 아픔을 벗어날 절호의 기회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설영우는 “우리 팀(울산)의 상징이 마침 호랑이다. 호랑이의 해에 호랑이팀에서 뛰는 범띠 선수가 한번 사고를 쳐야 하지 않겠냐”며 웃었다.
또 다른 호랑이팀에서 뛰고 싶다는 열망도 감추지 않았다. 하얀 호랑이가 상징인 축구대표팀이다. 올해 K리그가 막을 내리면 카타르에서 월드컵이 열린다는 점에서 태극마크를 향한 열망이 가득 차오른다. 설영우는 “아직 실력이 부족해 대표팀의 부름은 받지 못했다. 울산에서 세 번째 별(우승)을 달고 실력도 키우면 한번 태극마크는 달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울산 | 황민국 기자 stylelom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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