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으로 얼룩진 그곳을, '지금'으로 불러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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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허가 된 공장의 돌 틈에서 피어난 꽃과 담쟁이들을 기록했다."
'사건으로서의 장소-임동 전남방직, 일신방직 공장'전을 기획한 김신윤주 작가는 5일 "예술의 역할을 사건으로 접근해 작가들의 상상력을 통해 그 공간에 대한 다채로운 '대항기억'(공식 역사와 다른 기억)을 생성해 내고 싶었다"고 말했다.
전남방직, 일신방직 임동공장엔 일제강점기인 1935년 지어진 종연방적 전남공장 터에 화력발전소와 고가수조(물탱크) 등 근대산업유산이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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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으로서의 장소'전..11일까지 오월미술관서
“폐허가 된 공장의 돌 틈에서 피어난 꽃과 담쟁이들을 기록했다.”
‘사건으로서의 장소-임동 전남방직, 일신방직 공장’전을 기획한 김신윤주 작가는 5일 “예술의 역할을 사건으로 접근해 작가들의 상상력을 통해 그 공간에 대한 다채로운 ‘대항기억’(공식 역사와 다른 기억)을 생성해 내고 싶었다”고 말했다. 전남대 대학원 주관 ‘혁신연구자의 지속가능한 연구지원 사업’ 중 민족미술인협회 광주지회와의 협력사업이다. 화가 7명과 사회학 연구자 2명, 작곡가 1명, 영상 작업자 2명, 광주여성가족재단 생애구술아카이브팀 등이 전시에 참여했다. 전시는 광주 오월미술관에서 지난 1일 시작돼 11일까지 이어진다.
지난해 6월 지금은 빈터로 남은 임동 방직공장에서 한 달 동안 공장 풍경을 스케치한 화가 7명은 이번 전시에 30여점의 작품을 선보였다. 전남방직, 일신방직 임동공장엔 일제강점기인 1935년 지어진 종연방적 전남공장 터에 화력발전소와 고가수조(물탱크) 등 근대산업유산이 남아 있다. 종연방적 전남공장은 우여곡절 끝에 전방·일신방직으로 분할(1961년)됐고, 공장 터(29만3290·8만8720평)는 ‘개발’을 앞두고 일부 시설만 원형 보존될 처지에 놓였다.
전시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옛 방직공장 여성 노동자를 보는 시선이다. 김현미(전남대 사회학과 박사 과정 수료) 연구자는 “여성 노동자들은 빠져나갈 수 없는 감옥과도 같은 이 공장에서 폭력에 분노하며 인간다운 삶을 꿈꾸고 행동해왔다. 여성 노동자들의 뜨거운 숨결과 투쟁 속에서 이 무자비하고 어두운 공장은 생명력을 얻었다. 이제 우리는 ‘여공’과 ‘누이’의 그늘로부터 그녀들을 불러내 와야 한다”고 적었다.
김희련 작가의 ‘하얀철탑’ 작품은 잊힌 여성 노동자들의 ‘투쟁’을 소환한다. 공장 안 하얀 철탑은 실제로 1945년 해방 후 일본인들이 도망치고 공장 가동이 멈추자 여성 노동자 등 1700여 명이 자주관리위원회를 결성해 회사를 정상화했던 역사를 기록한 기념물이다. 김화순 화가는 창문에 아크릴 하는 형식으로 “공장의 깨진 틈에서 화신처럼 춤을 추는 여성 노동자를 형상화”한 작품을 선보였다.
광주여성가족재단은 이 공장에서 방직 노동자로 일했던 6명의 여성 구술을 채록했다. 김소영 작가는 광주여성가족재단이 담은 6명의 영상을 12분30초짜리 영상으로 제작했다. 기획자인 김신윤주 작가는 1960년 이 공장에서 벌어졌던 일주일간의 파업을 경험한 여성 노동자 박춘자씨의 기억을 생생하게 담아 영상 작품으로 만들었다. 신동석 작곡가는 ‘컴 온 커먼즈’라는 영상 작품을 통해 “과거와 현재를 잇는 역사이자 문화를 위한 공동 소유지를 길이 남겨야 할 책임이 있다”는 점을 이야기했다. 박태규·노주일·최대주·최재덕 작가는 공장 안 고가수조와 굴뚝, 화력발전소 공장 풍경 등을 유화, 스케치, 펜화 등으로 기록했다. 김옥진 작가는 한지로 작은 고무신 수백 켤레를 만들어 설치한 작품을 통해 “빛나는 산업화 속에 사라진 소녀들의 꿈”을 표현했다.
정대하 기자 daeha@hani.co.kr, 사진 김신윤주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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