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백신 효과 크지 않다'는 법원 판단, 납득할 수 없다

한겨레 2022. 1. 5. 1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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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행정법원이 4일 학원·독서실 등의 방역패스(백신접종증명·음성확인제)에 집행정지 결정으로 제동을 걸자, 정부가 이튿날인 5일 '즉시항고'를 하기로 했다.

법원은 또 학원·독서실 등의 방역패스가 백신 미접종자의 교육의 자유와 직업선택의 자유 등을 직접 침해하고, 백신 접종을 간접적으로 강제해 신체에 관한 자기결정권을 온전히 행사하지 못하게 하는 중대한 불이익을 주는 조처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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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경기도 수원시의 한 무인 스터디카페에 전날 서울행정법원의 방역패스 집행정지 결정에 따른 백신 미접종자 입장 가능 안내문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서울행정법원이 4일 학원·독서실 등의 방역패스(백신접종증명·음성확인제)에 집행정지 결정으로 제동을 걸자, 정부가 이튿날인 5일 ‘즉시항고’를 하기로 했다. 법원의 결정에 정부가 매우 강하게 불복 의사를 밝힌 것이다. 많은 전문가도 여러 근거를 들어 법원의 이번 결정을 비판하고 있다. 앞으로 항고심을 담당할 서울고등법원과 본안 소송을 이끌 서울행정법원 모두 최대한 신중하고도 사려 깊게 판단을 내려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법원이 “2021년 12월 2주차에 12살 이상 백신 접종자의 코로나 감염 위험이 57% 적다는 국내 통계 자료가 있지만, 이는 백신 미접종자 집단이 백신 접종자에 비해 감염될 확률이 약 2.3배 크다는 정도여서 그 차이가 현저하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한 대목은 납득할 수 없다. 무슨 근거로 ‘2.3배 차이’를 “현저하다고 볼 수 없다”고 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혹시 코로나를 일반 감기쯤으로 여기는 건 아닌지 상황 인식이 심히 우려된다. 게다가 미접종자가 접종 완료자와 비교해 중환자 발생률은 5배, 사망자는 4배 더 많다는 의학적 통계도 무시했다. 더구나 백신 접종은 자신뿐 아니라 다른 사람의 안전과 생명에도 직결되는 문제다. 법원은 백신 접종자가 돌파감염이 되는 것도 근거로 들었다. 자칫 ‘백신 무용론’으로 들릴 수 있는 무책임한 판단이다.

법원은 또 학원·독서실 등의 방역패스가 백신 미접종자의 교육의 자유와 직업선택의 자유 등을 직접 침해하고, 백신 접종을 간접적으로 강제해 신체에 관한 자기결정권을 온전히 행사하지 못하게 하는 중대한 불이익을 주는 조처라고 지적했다. 방역패스가 기본권을 제약하는 측면이 있는 것은 맞는다. 하지만 2년 넘게 계속되는 코로나 위기 속에서 어떻게든 단계적으로 일상을 회복하고 자영업자들의 어려움을 덜기 위해 나온 고육책이 방역패스라는 사실도 같은 무게로 살펴야 한다. 법원이 이렇게 경합하는 문제들을 두루 따졌는데도 학원·독서실 등의 방역패스가 용인 한도를 넘어선 것으로 판단했는지 의문이다.

다만 정부도 법원의 이번 결정이 환기한 헌법상 기본권에 대해서는 그동안 소홀함이 없었는지 돌아봐야 한다. 감염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자 정교한 계획 없이 백신패스를 도입하다 보니 지나친 면과 미진한 면이 없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정부는 마스크 착용 의무화와 백신패스가 동시에 필요한지, 유전자증폭(PCR) 검사 등 대체 수단의 실효성을 어떻게 높일지, 특히 백신 부작용의 실질적인 위험이 있는 미접종자들의 불이익을 어떻게 줄일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신속히 개선안을 내놓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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