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섭의 MLB 스코프] '답없는' LAA 마운드, 또 시간을 허비할 텐가

이창섭 기자 2022. 1. 5.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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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투수 교체하는 조 매든 감독

지난해 LA 에인절스는 7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이 좌절됐다. 9월5일 68승68패 이후 마지막 26경기를 9승17패로 망치면서 5할 승률도 실패했다. 6년 연속 루징 시즌. 오타니 쇼헤이(23)가 리그 MVP를 수상했지만, 에인절스는 웃을 수 없었다.

에인절스의 약점은 자명했다. 몇 년이 지나도록 나아지지 않는 마운드였다. 지난 시즌도 얻은 점수보다 내준 점수가 더 많았다(723득점 804실점). 팀 평균자책점은 리그 하위권에서 제자리 걸음을 했다.

에인절스 팀 ERA 변화 (리그 순위)

2018 : 4.15 (8위)

2019 : 5.12 (12위)

2020 : 5.09 (13위)

2021 : 4.69 (12위)

에인절스 마운드는 2019년에 급격하게 나빠졌다. 정규시즌 10승 투수가 없었고, 100이닝을 던진 투수는 트레버 케이힐이 유일했다(102.1이닝). 케이힐은 팀 내 '<팬그래프> 승리기여도(fWAR)'가 가장 낮은 투수이기도 했다(fWAR -0.7). 많이 던진 투수가 팀에 오히려 피해를 준 것으로, 이는 에인절스 마운드의 심각성을 방증했다.

에인절스는 물러설 수 없었다. 마이크 트라웃을 초대형 연장 계약으로 묶어놨고(12년 4억2650만 달러) 오타니마저 데려왔기 때문에 리빌딩은 방향성이 맞지 않았다. 이에 시카고 컵스의 월드시리즈 우승을 견인한 조 매든(67)을 감독으로 선임하면서 분위기 쇄신에 나섰다. 마침 FA 시장에는 게릿 콜과 스티븐 스트라스버그, 잭 윌러 등 좋은 투수들이 즐비했다. 에인절스 입장에서는 천재일우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에인절스는 아무도 잡지 못했다. 스트라스버그는 워싱턴에 잔류했고(7년 2억4500만 달러) 열렬한 구애를 보냈던 콜은 양키스를 선택했다(9년 3억2400만 달러). 콜에게 퇴짜를 맞은 에인절스는 돌연 3루수 앤서니 렌돈(31)에게 7년 2억4500만 달러 계약을 보장했다. 당시 에인절스가 메이저리그 계약을 안겨준 투수는 훌리오 테에란(1년 900만 달러)뿐이었다.

이듬해 메이저리그는 코로나19로 60경기 단축 시즌이 열렸다. 예상밖의 일들이 쏟아졌지만, 에인절스 마운드는 예상을 벗어나지 않았다. 트레이드로 데려온 딜란 번디(29)의 선전(6승3패 3.29)은 콜을 기대했던 팬들의 아쉬움을 달랠 수 없었다. 무엇보다 에인절스는 투수 한 명으로 반등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 한편, 울며 겨자먹기로 데려온 테에란의 성적은 4패, 평균자책점 10.05(31.1이닝)로 절망적이었다.

단축 시즌이 끝난 FA 시장은 냉랭한 기운이 감돌았다. 수익이 줄면서 지갑이 닫혔다. 투수는 트레버 바우어만 1억 달러 계약을 따냈다(3년 1억200만 달러). 나머지 선발 투수들의 계약 규모는 퀄리파잉 오퍼 연봉(1890만 달러)에도 미치지 못했다. 선택의 폭이 줄어든 에인절스는 호세 퀸타나(32)와 1년 800만 달러 계약을 했다. 그야말로 복권에 당첨되길 바라는 마음이었다.

전력보다 천운에 기댄 결과는 실망스러웠다. 정규시즌 10승 투수가 없었고, 100이닝을 던진 투수는 오타니가 유일했다(130.1이닝). 가장 많이 던진 오타니가 팀 내 투수 승리기여도 1위였다는 것이 그나마 2019년과 차이점이었다. 트레이드로 데려온 알렉스 콥(34)이 힘을 보탰지만(8승3패 3.76) 트레이드로 데려왔던 번디가 크게 무너졌다(2승9패, ERA 6.06).

800만 달러 복권도 신통치 않았다. 퀸타나는 테에란과 마찬가지로 실패한 투자였다(3패, 6.75, 53.1이닝). 참고로 지난 겨울 에인절스처럼 연봉 800만 달러 투수를 영입한 팀이 토론토였다. 토론토가 사들인 800만 달러 복권은 리그 사이영상을 수상하는 대박을 터뜨렸다.

2021시즌 에인절스 투수 승리기여도

3.0 - 오타니 쇼헤이

2.5 - 알렉스 콥

2.0 - 라이셀 이글레시아스

1.5 - 패트릭 산도발

1.5 - 앤드류 히니

에인절스는 또 한 번 마운드에 발목이 잡혔다. 하지만 이번 스토브리그에서도 대형 투수 영입에 적극적이지 않았다. 최대어로 꼽힌 맥스 슈어저를 비롯해 로비 레이와 케빈 가우스먼을 모두 외면했다. 대신 노아 신더가드(29)를 1년 2100만 달러에 영입했다.

달라진 점은 있었다. 에인절스는 2014년 조 스미스 이후 투수에게 다년 계약을 주지 않았다(3년 1575만 달러). 그런데 이번 스토브리그에서 투수 두 명에게 다년 계약을 안겨줬다. 좌완 불펜 애런 루프(2년 1700만 달러)와 마무리 라이셀 이글레시아스(4년 5800만 달러)였다. 빈약한 좌완 불펜 라인을 강화하고, 마무리 투수를 지키기 위해 기존 단년 계약 방침을 철회했다. 선발과 불펜을 대하는 온도차는 있었지만, 필요한 선수들을 데려온 점은 긍정적이었다.

불펜진이 돋보이려면 선발진이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 선발진이 붕괴되면 결국 불펜진은 버틸 수가 없다. 선발진과 불펜진은 상호의존적으로, 서로가 서로의 방어막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선발진에 물음표가 가득한 에인절스 마운드는 여전히 전망이 어둡다. 지난 2년간 단 2이닝만을 던진 신더가드, 마지막 선발 풀타임 시즌이 7년 전인 마이클 로렌젠은 상수보다 변수에 가깝다. 오타니를 중심으로 하는 6인 로테이션이 이닝 관리를 해줄 것으로 보이지만, 추가 휴식이 얼마나 효과적일지는 지켜봐야 한다.

시장에는 아직 쓸만한 선발 투수들이 남아 있다. 클레이튼 커쇼와 카를로스 로돈, 잭 그레인키 등은 선발진에 깊이를 더해줄 수 있다. 이들은 에인절스가 장기적으로 육성해야 하는 젊은 유망주들에게도 도움이 된다. 트레이드 역시 문이 열려 있다. 루이스 카스티요와 타일러 말리, 소니 그레이를 보유한 신시내티가 선수들을 정리 중이다.

관건은 에인절스의 의지다. 경쟁을 통해서 투수를 확보하려면 출혈은 감수해야 한다. 에인절스가 높은 곳에 올라가기 위해서는 마운드가 높아져야 한다는 사실을 모두가 알고 있다. 지역 라이벌 다저스 앤드류 프리드먼 사장은 탬파베이 시절부터 '선발은 많을수록 좋다'는 철학을 고수해왔다. 그리고 정규시즌 성적으로 자신의 생각이 옳다는 것을 입증하고 있다.

에인절스는 트라웃의 전성기를 낭비하고 있다는 뼈아픈 농담을 들었다. 이제는 오타니도 리그 최고의 선수로 거듭났다. 두 선수가 함께 정상에 있을 때 최선을 다해야 한다. 반복된 문제로 시간을 더 허비하는 건 아집이다. 전성기는 끝이 있기 마련이고, 거기서 비롯된 기회는 영원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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