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 릭턴스타인·앤디 워홀..누구부터 만나러 갈까

노형석 2022. 1. 5. 18:36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새해 벽두부터 서구 거장 전시 행렬
루이즈 부르주아·알렉스 카츠 등도
서울 성수동 서울숲아트센터의 릭턴스타인 회고전에 나온 칠면조구이가 그려진 쇼핑백.

서울 성수동에 로이 릭턴스타인(리히텐슈타인)이 58년 전 그린 ‘통닭’ 가방이 나타났다. 아니, 실은 이 미국 팝아트 거장이 칠면조구이를 먹음직하게 그려 넣은 종이쇼핑백이다.

신분당선 서울숲역 바로 앞 갤러리아 포레 빌딩 지하 2층 서울숲아트센터에서 지난해 말 개막한 릭턴스타인 회고전 ‘눈물의 향기’(4월3일까지)는 거장의 재발견·재조명을 권한다. 삼성가의 비자금 비리의 배경이 되어 유명해진 <행복한 눈물>의 작가 릭턴스타인의 작품과 포스터 등 130여점으로 꾸려졌다. <행복한 눈물>의 또 다른 버전인 눈물 흘리는 여자들과 해변에서 뛰어노는 알몸 소녀들, 잘츠부르크 페스티벌 포스터 등이 액자에 걸렸다. 흔히 그를 일컬어 당시 대중만화를 인쇄망점만 확대해 베껴 옮겨놓는 팝아티스트로만 인식하는 이들이 많다. 하지만 창의적인 발상이 가득하고 동서양 명작들을 두루 꿰는 미술사적 미감과 진보적 메시지가 넘치는 포스터와 출판물 이미지를 보면서 그야말로 당대 최고의 앙가주망(현실참여) 아티스트였다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

한국에 처음 선보이는 루이뷔통 컬렉션 작품인 앤디 워홀의 1981년 작 자화상 <섀도>(그림자). 뮤지엄보드에 실크스크린 기법으로 찍은 판화다.

바로 옆 더페이지갤러리에서는 또 다른 팝아트 거장 앤디 워홀 회고전(이달 28일까지)이 차려졌다. 1950년대 디자이너 시절 프랑스 요리 레시피 책에 삽화로 그린 새끼돼지 요리 그림과 성소수자였던 그가 잘생긴 ‘훈남’을 곁눈질하며 그린 스케치, 알싸한 하이힐, 모자 등 그가 1960년대 유명해지기 전 초기 낙서와 스케치 등을 감상할 수 있다. 워홀의 작품들은 한강 건너 청담동 명품거리에도 나왔다. 패션 명품업체 루이뷔통 서울관 4층의 전시장 에스파스 루이뷔통 서울에는 1960년대부터 1987년 그의 말년까지 사진과 실크스크린 등 독특한 구도와 기법으로 자신을 브랜드화한 워홀의 이미지를 만나게 된다. 뮤지엄보드에 실크스크린 기법으로 찍은 1981년 작 자화상 <섀도>는 한국에 처음 공개되는 컬렉션이며, 1967년과 1987년 각각 찍은 그의 유명한 대표 자화상들도 같이 내걸렸다. 2월6일까지.

서울 소격동 국제갤러리 K3 전시장에서 선보이고 있는 루이즈 부르주아의 작품들. 남성의 고환을 표상한 것으로 보이는 유리용기 설치작품이 눈길을 끈다.

어느 전시장부터 가야 하나? 성수동의 워홀과 릭턴스타인 전시는 극히 일부분일 뿐이다. 새해 외국 미술 거장들의 명작·명품들이 서울과 전국 전시장 곳곳에 널렸다. 서울 강북 화랑가에서는 프랑스 여성주의 거장 루이즈 부르주아 회고전(소격동 국제갤러리·이달 30일까지)과 미국 인물화 거장 알렉스 카츠의 꽃그림 근작전(한남동 타데우스 로팍 갤러리·2월5일까지)이 화제다. 일반인들에게는 한때 삼성미술관 리움의 상징으로 유명했던 거대 거미 조각 <마망>의 작가로 잘 알려진 부르주아의 이번 회고전에는 생애 후반기 작업들이 나왔다. 마지막 10년간 작업했던 39점의 동판화 연작 <내면으로>와 남성의 고환을 표상한 푸른 물 담긴 유리구 두개가 매달린 설치작업이 주목되는 핵심 출품작들이다. 도회적이면서도 관능적인 여성 이미지를 주로 그렸던 카츠의 이번 신작전에는 모란과 아이리스 등의 단독 혹은 군집된 꽃그림들을 주로 내놓았다. 구체적인 형상성을 고집하지 않고 붓질의 생동감과 색감의 활력을 강조한 매혹적인 서구풍 화조화라고 할 수 있다.

서울 한남동 타데우스 로팍 갤러리에 나온 미국 거장 알렉스 카츠의 근작 <모란>(2020).

서울 동북쪽 중계동 북서울미술관에서는 영국 테이트미술관의 역대 소장품들을 빛을 주제로 새롭게 꾸린 특별전을 차렸다. 블레이크와 터너, 모네 등 19~20세기 거장들의 서사적 그림과 노먼, 터렐, 커푸어 등 현대미술 대가들의 설치작품을 절묘하게 융합시키며 빛에 대한 감각과 인식의 변천사를 일러주고 있다. 전시 말미 터렐의 대표작 <레이마르, 파랑>(1969)은 각별한 인상을 남긴다. 설치공간 깊숙한 곳에 자리한 격벽 뒤에 숨은 형광등이 발산하는 푸른빛의 착시 효과를 통해 인간의 시각적 인식 자체에 대해 성찰을 권하고 있다.

서울시립북서울미술관의 ‘빛: 영국 테이트미술관 특별전’에 나온 제임스 터렐의 대표작 <레이마르, 파랑>(1969). 설치공간 깊숙한 곳에 자리한 격벽 뒤에 숨은 형광등이 발산하는 푸른빛 때문에 안쪽 벽은 전시실 안에 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인간의 시각적 인식 자체에 대해 성찰을 권하는 작품이다.

절대주의 거장 말레비치의 기하추상과 칸딘스키의 추상회화가 나온 세종문화회관 미술관의 ‘러시안 아방가르드’전과 초현실주의 화가 달리의 시기별 주요 작품과 동영상, 루이스 부뉴엘 감독과 협업한 영화 <안달루시아의 개>가 함께 나온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의 달리 회고전, 앙리 마티스의 유명한 색종이 오리기 명작인 <재즈>의 원본 그림 등을 음악가 정재일의 배경음악과 함께 감상할 수 있는 서울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의 마티스 회고전도 놓치기 아까운 새해 벽두의 거장 전시들이다.

‘러시안 아방가르드’전의 대표작인 말레비치의 1915년 작 <절대주의>(일부분).

대구미술관은 샤갈의 대작 <삶>과 움직이는 조각의 대가 칼더의 동물조각들을 국내 대가 작품들과 나란히 전시하는 프랑스 매그재단과의 협업전 ‘모던 라이프’(3월27일까지)를 차렸다. 부산시립미술관은 지난해 작고한 프랑스 현대미술 거장 볼탕스키의 사후 첫 회고전(3월27일까지)을 진행 중이다.

글·사진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Copyright © 한겨레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