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 새해 무대 위서 만날 수 있기를

2022. 1. 5. 18:30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지난 연말 많은 오케스트라의 연주가 있었습니다.

제가 '객석'의 운영을 맡았던 8년 전만 하더라도 콘서트홀에 앉아 오케스트라의 연주를 들을 때는 악기의 구분도 할 줄 몰랐습니다.

지금도 오케스트라 연주를 보러 가면 제2바이올린과 비올라 파트부터 확인하는 창피한(?) 버릇이 생겼습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김기태 월간객석 발행인

지난 연말 많은 오케스트라의 연주가 있었습니다. 제가 '객석'의 운영을 맡았던 8년 전만 하더라도 콘서트홀에 앉아 오케스트라의 연주를 들을 때는 악기의 구분도 할 줄 몰랐습니다. 고등학교 다닐 때 밴드부가 있어서 금관악기들은 어느 정도 알겠고, 키가 큰 바순과 플루트 역시 알겠는데, 클라리넷과 오보에가 헷갈렸죠. 덩치 큰 더블베이스와 첼로 역시 알겠는데, 제1바이올린·제2바이올린·비올라를 멀리서 보면 그게 다 그거였습니다. 분명 제1바이올린은 지휘자 왼쪽에 있어서 알겠는데, 제2바이올린과 비올라는 구분을 못해 눈을 크게 뜨고 어느 악기가 더 큰 지를 남몰래 비교하곤 했지요. 지금도 오케스트라 연주를 보러 가면 제2바이올린과 비올라 파트부터 확인하는 창피한(?) 버릇이 생겼습니다.

그 후 어느 순간부터 저의 관심은 단원들의 복장이나 연주하는 모습에 초점을 맞추게 되었습니다. 적어도 시·도를 대표하는 교향악단 단원들 복장이 제각각이고, 어딘지 모르게 어색하다는 느낌이 들기 시작한 겁니다. 그러다가 오르페오 채널(ORFEO TV)에 나오는 유명한 오케스트라나 해외 유명 악단이 내한해서 공연할 때 그들의 복장을 눈여겨 보았습니다. 거의 다 통일된 검정 슈트와 흰색 와이셔츠에 나비넥타이를 맨 차림이더군요.

물론 우리나라의 많은 오케스트라에서도 금관이나 목관 악기 주자들은 통일되게 입는 편이지만 문제는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하고 있는 현악기 단원들, 특히 그중에 대다수를 차지하는 여성 단원들의 복장은 디자인 상관없이 대충 검은 색상의 옷으로 얼버무린 듯합니다(예산이 없어서 그런 것인지, 단원들 개성을 존중한 것인지는 좀 더 알아보고 말씀드리겠습니다).

사실 음악은 청각의 예술이지만, 공연장에 음악을 감상하러 가보면 눈에 보이는 부분들이 많습니다. 말이 나온 김에 현악 단원들은 대부분 2인이 한조로 앉아서 왼쪽에 있는 연주자가 악보를 넘겨주는데, 얼마 전 내한한 빈 필하모닉은 악장을 비롯해 오른쪽에 위치한 단원이 악보를 넘기는 것을 보았습니다. 궁금하여 물어보니 서양인들은 왼손잡이가 많아서 그렇답니다. 그래서 다른 해외 오케스트라를 보니 빈 필 말고는 대부분 왼쪽에 위치한 연주자가 넘기는 것을 보았습니다. 45년간 빈 필의 사운드를 지켜온 퇴직 악장 라이너 퀴흘은 권위를 지키기보다는 자신이 왼손으로 넘기는 게 옆 동료가 왼손으로 넘기는 것보다 편하다고 하더군요.

서울시향은 단원들이 각자의 보면대를 사용합니다. 그렇게 혼자들 앉다 보니 오케스트라 편성 인원이 축소될 수밖에 없는 경우도 생기겠지요. 그 이유는 물론 코로나 때문이랍니다. 하루빨리 코로나가 지나가서 오케스트라 위치도 정상으로 돌아왔으면 좋겠습니다.

내친김에 하나 더 말하고 싶은 것은 어느 오케스트라나 비슷한데요, 바이올린 파트에서 악장이나 수석이 연주하는 모습을 보면 무척 열심히 활을 그으며 연주하는 것 같은데, 악단의 바깥쪽으로 가면 활동성과 소리가 점점 줄어드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래서 가끔은 자리를 바꿔서 앉혀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좋은 오케스트라는 소리가 바깥쪽에서부터 안으로 들어온다고 하기 때문입니다.

'위드 코로나' 정책으로 이제 좀 편안해지나 싶더니 신종 오미크론의 확산으로 공연계가 다시 얼어붙었습니다. 가장 먼저 타격을 받은 행사는 제주국제관악제였습니다. 작년 12월 3일부터 7일까지 열린 관악제는 2일 오미크론 확진자의 접촉자가 제주에 입도했다는 이유만으로, 해외에서 온 음악가들과 콩쿠르 참가자들이 악기 한 번 꺼내지도 못한 채 다시 돌아갔다고 합니다. 그들 모두 입국 후 열흘간이나 되는 격리과정을 착실히 견뎌내었는데도 말입니다.

오미크론 접촉자 모두 1·2차 음성으로 판명돼 주최측이 출연을 간청했음에도 불구하고, 제주도청의 강력한(?) 행정조치로 속절없이 돌아가야만 했던 해외 연주들은 어떤 심경이었을지 안타깝기만 합니다. 한 번도 겪어 보지 못한 시간이 또 이렇게 지나가고 있습니다. 올해는 코로나가 없던 시절로 다시 돌아가서 살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새해가 밝았습니다. 올 한해도 평안이 두루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

Copyright © 디지털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