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한전 하청, 감전방지 차량 없는데도 현장 투입시켰다

신다은 2022. 1. 5.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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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력(한전) 하청 노동자가 지난해 11월 전봇대 개폐기 조작 작업을 하다가 고압 전류에 감전돼 치료를 받다 숨진 사건(관련기사☞"홀로 오른 전봇대 옷가지도 재가 되었더라")이 최근 알려진 가운데, 노동자 과실을 주장하는 하청업체가 사고 당일 업주 사정으로 활선차(전기가 통하지 않고, 굴절식 크레인을 장착한 전선 관리용 차량) 배치가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김씨를 현장에 무리하게 투입시킨 것으로 확인됐다.

5일 <한겨레> 가 강은미 정의당 의원실을 통해 확인한 이 사건의 재해조사의견서를 보면, 사망한 김다운(38)씨를 작업에 투입한 한전 하청업체 화성전력은 "작업 당일 활선차가 (다른 작업에) 모두 사용 중이어서 사고 장소로 보낼 차량이 없었다"고 진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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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전은 원칙 지켜지는지도 확인 안 해
2018년 4월4일 오후 대구시 북구 침산동 백사벌네거리 부근에서 택시가 전신주를 들이받는 사고가 발생해 한전이 활선차를 이용해 긴급복구에 나섰다. 연합뉴스

한국전력(한전) 하청 노동자가 지난해 11월 전봇대 개폐기 조작 작업을 하다가 고압 전류에 감전돼 치료를 받다 숨진 사건(관련기사☞“홀로 오른 전봇대… 옷가지도 재가 되었더라”)이 최근 알려진 가운데, 노동자 과실을 주장하는 하청업체가 사고 당일 업주 사정으로 활선차(전기가 통하지 않고, 굴절식 크레인을 장착한 전선 관리용 차량) 배치가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김씨를 현장에 무리하게 투입시킨 것으로 확인됐다.

5일 <한겨레>가 강은미 정의당 의원실을 통해 확인한 이 사건의 재해조사의견서를 보면, 사망한 김다운(38)씨를 작업에 투입한 한전 하청업체 화성전력은 “작업 당일 활선차가 (다른 작업에) 모두 사용 중이어서 사고 장소로 보낼 차량이 없었다”고 진술했다. 활선차는 활선작업을 할 때 쓰는 이동식 고소작업대로, 개폐기 조작 작업을 할 때 절연봉과 함께 필수로 배치돼야 한다. 화성전력은 활선차를 동원할 수 없는 상황임을 알면서도 일을 미루지 않고 김씨를 작업에 투입했다. 게다가 해당 업무는 화성전력 업무가 아닌 다른 회사 업무였다.

한전은 현장의 이런 관행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한전 관계자는 재해 조사가 이뤄질 당시 근로감독관 등에 “개폐기 차단 작업 비용에 활선차 사용(금액)을 포함하고 있어 차량 진입이 어려운 경우를 제외하면 원칙적으로 전신주에 올라가 작업하는 것을 승인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김씨가 활선차 없이 작업한 것을 몰랐다는 취지다.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하청업체 노동자의 재해를 예방하는 조처를 취하는 것은 원청의 법적 의무다. 만약 한전이 이런 원칙을 세우고 있었다면 현장에서 이 원칙이 이행되는지까지 파악했어야 한다.

김씨는 평소에도 활선차 없이 전신주에 직접 올라가 일하는 경우가 많았던 것으로 보인다. 김씨의 유족인 ㄱ씨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다운이 휴대폰을 보니 사고 이전에도 전신주에 맨몸으로 올라가 찍은 사진이 여럿이었다. 이전에도 이런 일을 자주 시킨 것 같다”고 말했다. ㄱ씨의 말을 종합하면, 하청업체는 자격증 취득에 필요한 시간을 준다는 빌미로 김씨를 돌발 업무에 투입하는 경우가 많았고, 이 때문에 김씨는 가족들에게 “힘들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지난 11월 전봇대 개폐기 작업 도중 사고를 당한 김다운씨의 휴대폰에 있던 사진. 김씨가 활선차 없이 전봇대에 올라가 있다. 김씨 유족 제공

더구나 김씨는 대한전기협회에서 자격증을 발급받은 ‘가공배전전공’으로, 평소 전기가 흐르는 선(활선)을 다룰 일이 없었다. 가공배전전공은 주로 선로를 새로 만들거나 사용을 일시 중단해 전기가 흐르지 않는 ‘사선’을 주로 다루기 때문에 원칙적으로 활선을 다루지 않는다. 전봇대 개폐기 조작 업무 자체는 활선 작업이 아니지만, 주변에 활선이 있기 때문에 이를 지상에서 확인하고 활선에 신체가 닿지 않도록 안내할 감시자만 있었다면 비극을 막을 수 있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작 원·하청은 확인되지도 않은 노동자 과실을 사실인 것처럼 여기는 태도를 취했다. 김씨가 절연봉을 이용해 개폐기를 조작했어야 하는데 그러지 않았다는 것이다. 김씨의 절연봉 사용 여부는 사고 현장을 정확히 비추는 씨씨티브이가 없어 확인이 어려운 상황이나, 재해조사의견서엔 김씨가 절연봉을 사용한 것으로 적혀 있다.

그런데도 하청업체인 화성전력은 김씨가 의욕이 과해 활선을 맨손으로 만지다가 사고가 났다고 유족에게 말했다. 한국전력은 ‘직접활선공법을 축소하고 간접활선공법을 확대’하겠다는 내용을 고용노동부에 재발방지책으로 제출했다. 간접활선공법이란 전선을 직접 손대지 않고 절연봉 등 도구를 이용해 작업하는 방식을 일컫는데, 이번 사고의 해결책으로 ‘도구 사용’을 제시한 것이다.

신다은 기자 down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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