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다시 시작"했지만, '이준석 리스크'는 현재진행형

유설희 기자 2022. 1. 5.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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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5일 오후 국회 당대표실을 나서 차량에 오르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5일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과 결별하면서 또다른 갈등의 축인 이준석 대표와의 관계 설정이 과제로 남았다. 이 대표의 대선 역할론과 선거대책 기구 합류 여부를 두고 이날도 혼란상이 이어졌다. 윤 후보와 이 대표 사이 관계 회복의 틈이 열리는 듯하다 5시간도 못돼 갈등이 재발했다. 6일로 예정된 의원총회에서 이 대표 사퇴론이 분출할 수 있어 살얼음판인 당 내홍은 현재진행형이다.

이 대표는 이날 오후 8시쯤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글에 “3월 9일 윤석열 후보의 당선을 기원하며 무운을 빈다. 당대표로서 당무에는 충실하겠다”고 적었다. 윤 후보가 이날 발표한 선대본부 합류에 선을 그은 것이다. 이 대표는 “저는 오늘 선거에 있어서 젊은 세대의 지지를 다시 움틔워 볼 수 있는 것들을 상식적인 선에서 소위 연습문제라고 표현한 제안을 했고, 그 제안은 방금 거부됐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이날 오후까지 윤 후보측과 이 대표 사이에 흐르던 유화 기류는 다시 일촉즉발의 갈등상으로 돌아갔다. 이 대표는 앞서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선대위 개편 방향성은 큰 틀에서 봤을 때 제가 주장해 왔던 것과 닿아 있는 부분이 있다”며 “상당한 기대를 가지고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저는 명시적으로 (총괄선대본부장을 맡은) 권영세 의원님께 연습문제를 드렸고, 연습문제를 어떻게 풀어주시느냐에 따라서 앞으로 신뢰관계나 협력관계가 어느 정도 결합을 가지고 이뤄질 수 있을지 판단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대표가 제안한 선대위 개선 방향이 반영된다면 선대위에 합류할 수도 있다는 여지를 남겼다.

이 대표가 “거부됐다”고 밝힌 제안은 출근길 시민들과 인사를 나누는 일정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날 저녁 선거본부에 이 제안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판단한 뒤 입장을 선회한 것으로 풀이된다. 선대본부 관계자는 통화에서 “권 본부장이 이 대표가 제안한 일정을 일정팀에 전달했다”면서도 “(선대위 해체 이후 상황을)수습하는 국면이다보니 당장 그 일정을 소화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 적당한 시기에 추진하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 대표의 SNS 글이 게재된 이후 이 대표가 제안한 일정을 6일에 추진하지 못한 것에 대해 이 대표에게 양해를 구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이 대표는 이날 “오늘 있었던 ‘이준석 계열’ ‘이준석의 사보타주로 청년들이 호응하지 않아서 젊은 사람들과 소통을 계획했다’라는 이야기는 해명이 어차피 불가능해 보인다”고 해 불쾌함을 드러내기도 했다. 박성중 선대위 산하 국민소통본부장이 언론 인터뷰에서 이 같은 발언을 한 것을 꼬집은 것이다.

당초 국민의힘에선 이 대표 책임론을 제기하는 중진의원과 이 대표의 연석회의가 원내 지도부 중재로 취소되는 등 화해 분위기가 흘렀다. 회의에 윤 후보와 가까운 정진석 의원, 윤 후보 최측근인 권성동 의원 등이 참석하는 데다 이 대표 역시 “사퇴를 전혀 고려한 바 없다”(CBS인터뷰)고 해 정면 충돌이 예상됐다. 당 지도부의 중재로 기류는 바뀌었다. 오후 3시로 예정된 연석회의를 한 시간여 앞두고 정 의원이 이 대표를 찾아갔다. 정 의원은 이 대표와 20여분 정도 대화를 나눈 직후 기자들에게 연석회의를 취소했다고 밝혔다. 정 의원은 “우리 당의 대동단결을 국민에게 보여준다는 견지에서 중진의원 모임은 안 하는 게 좋을 것 같다”며 “이 대표도 당대표로서 맡은 바 역할을 최선을 다하려는 마음가짐이 있다”고 말했다. 정 의원은 전날 “이 대표의 궤적은 상식적이지 못하다”는 본인 발언에 대해서는 “그런 얘기는 안했고, 당 대표도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며 “우리가 이 어려운 위기를 힘을 합해서 극복해야 하지 않겠나”고 했다.

김기현 원내대표, 김도읍 정책위의장, 추경호 원내수석부대표 등 원내 지도부도 이 대표를 찾아가 30여분 정도 대화를 나눴다. 김 원내대표는 이후 기자들과 만나 “우리가 단합해서 (대선에서)이기자는 얘기를 나눴다”며 “어떤 형태로든지 정권교체를 위한 노력을 우리가 끝까지 해야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당 핵심 관계자는 기자와 만나 “위기 상황에서 이 대표와 중진의원과의 충돌이라는 파국은 피해야 한다”며 “이 대표에게 모두 힘을 합쳐 정권교체의 도구가 되어야 한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 말했다.

갈등이 재발하면서 당장 6일 의총에서 충돌이 격화할 수 있다. 이 회의에서 이 대표에 대한 사퇴 요구가 나올 가능성이 있다. 한 재선의원은 통화에서 “이 대표에 대한 의견이 각자 다를 것이다. 도저히 (대표를) 못 믿겠다는 의원이 있을 수도 있다”며 “의총에서 (이 대표가) 사퇴해야 한다는 방향으로 의견이 모아질 수도 있고 그건 모르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언제까지 대표가 사고치는 걸 선량한 마음으로 봐줘야 하느냐”며 “다시는 그러지 않겠다는 이 대표 얘기를 우리가 들은 적도 없지 않느냐”고 비판했다.

이날 초선의원 40명은 국회에서 총회를 열고 “우리 초선 의원들은 앞으로 국민의 명령인 대선승리에 방해가 되는 그 어떠한 언행도 당내에 결코 없어야 함을 강력히 촉구한다”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사실상 이 대표를 향해 경고장을 날린 것이다. 박대수 의원은 총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당내 분란, 해당행위를 하는 자에 대해서는 초선 의원이 강력한 경고메시지를 줘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며 “일단 윤 후보의 말씀을 존중해 당내 분란은 잠시 유보하되 (해당행위에 해당하는 일에 대해서는) 강력한 조치는 취해야 한다는 의원님들의 말씀이 많았다”고 말했다.

유설희 기자 so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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