깃털 하나 남기고 3m 철책 4분만에 넘어, 간첩일까..軍 "아닌 듯"

노민호 기자 2022. 1. 5.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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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비역 장성 "간첩이라면 1년 체류 너무 짧아..가능성 낮아"
합동참모본부가 5일 동부전선 최전방 지역에서 발생한 탈북민 김모씨 월북사건에 관한 군 당국 현장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민간인출입통제선 인근 폐쇄회로(CC)TV 카메라에 모습이 찍힌 김모씨의 모습을 공개했다. 2022.1.5/뉴스1

(서울=뉴스1) 노민호 기자 = '기계체조 경력'을 가진 탈북민 김모씨가 탈북 1년여 만인 지난 1일 강원도 동부전선 최전방 경계부대의 일반전초(GOP) 철책을 넘어 월북했다. 군은 그가 간첩 혐의가 없다고 밝혔지만 제 집 드나들 듯 오간 김씨의 행보는 여전히 의문투성이라는 평가다.

군 관계자는 5일 기자들과 만나 '숙련되지 않고서는 GOP(일반전초) 철책을 쉽게 넘어갈 수 없다'는 지적에 망형태의 철조망 하나하나를 잡고 올라가서 넘어간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군은 김씨가 이중으로 된 22사단 GOP 철책을 넘는 데 4분이 채 걸리지 않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체중 50여㎏에 신장은 150cm 정도로 알려진 김씨는 2020년 귀순 당시에는 기계체조 선수로 추정될 정도의 운동신경으로 철책을 넘었다. 이번에 월책 지점은 당시 귀순 지점과는 상당한 거리가 떨어져 있지만 지역은 같다. 당시의 경험을 활용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GOP 철책은 남북 모두 설치돼 있다. 다만 북측에는 없지만 남측 철책에는 압력을 가했을 때 경보음과 경고등을 켜는 광망(光網) 센서가 설치돼 있다.

그물망 중간에는 철조망을 지탱하기 위한 와이(Y)자 형태의 브라켓이 철책 기둥 위로 설치 돼 있다. 누군가 기어 올라간다면 철조망 일부 지점이 구부러지는 절곡현상이 발생하기 마련이다. 이를 광망 센서가 감지하고 군은 신속대응병력 투입 등 대응을 한다.

김씨가 2020년 귀순 당시에 광망 센서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문제가 됐었으나 이번엔 경보가 울렸음에도 월책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김씨가 지난 1일 오후 6시36분 철책을 넘을 당시 경고음이 울려 초동조치부대가 현장에 투입됐다. 그러나 특이점을 발견하지 못했고 '이상없다'는 판단 하에 상황을 종료하고 철수했다. 특히 관련 상황은 대대장에게 전달되지 않았다.

당시 김씨는 이미 몸을 숨기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그는 많은 눈이 내려 발자국을 남겼을 번 한데 북측 철책을 넘어간 뒤에서야 발자국을 남겼다.

이와 함께 철책에 긁혔을 경우 남을 수 있는 혈흔 등도 없었다. 그나마 월책 당시 입고 있던 패딩의 깃털 조각만 나중에 확인됐다.

아울러 김씨는 철책을 넘고도 우리 군을 교란 시킬 수 있는 행동을 했다. 최초 보고 누락으로 우리 군이 사실상 미상인원에 대한 인식을 한 것은 지난 1일 오후 9시17분께다. 당시 물체의 열을 감지해 영상으로 보여주는 열상감지장비(TOD)에 김씨가 포착됐기 때문.

© News1 김초희 디자이너

하지만 김씨는 우리 측 GP(감시초소) 쪽으로 이동하는 등 일종의 '교란 행보'로 판단될 수 있는 행보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우리 군은 초기에 귀순자로 판단했다고 한다.

군 관계자는 "미상인원 행동이 침투형태나 이런 것이 아니고 아군 GP 방향으로 움직이는 형태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밖에 김씨가 군사분계선(MDL)을 넘어간 이후 북측에서 미상인원 4명이 우리 군 TOD에 관측돼 사실상 마중을 나온 게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된 바 있다.

이와 관련 군 관계자는 "이들 4명이 서북방향으로 이동한 뒤 4분 후 월북자는 동북방향으로 이동했다"며 "나중에 만났는지는 확인이 안 되지만 일단 접촉하지 않은 것으로 추정한다"고 말했다.

한편 익명을 요구한 한 예비역 장성은 '월북자의 간첩' 의혹과 관련해 "북한에서는 군 생활을 평균 10년 정도 하고 또 기계체조 경력이 있다고 알려진 점에서 평균보다 운동 신경이 뛰어날 수 있다"며 "또한 월북자가 남한에서 1년 정도 생활한 셈인데 간첩 용의가 있다고 보기에는 너무 짧은 시간"이라고 가능성을 낮게 봤다.

그는 "또한 탈북민에 대해서는 국가정보원 등에서 대공 용의점이 있는지를 세밀하게 살피는 것으로 안다"며 "조금이라도 의심 가는 구석이 있었다면 특별 감시를 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ntige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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