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구글·애플 갑질 방지' 갈 길 멀다

이대호 2022. 1. 5.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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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갑질방지법 통과돼도 여전한 꼼수
사전규제 등 담은 실효성 있는 대책 중요
업계선 최대 문제이나 정작 소비자는 몰라
소비자가 수수료 이슈 인지해야 의견도
한국웹툰산업협회 주최 인앤결제강제방지법 토론회 현장 (사진=이대호 기자)
[이데일리 이대호 기자] ‘구글갑질방지법(또는 인앱결제강제방지법)’으로 불리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두고 설왕설래다. 이달 10일까지 방송통신위원회가 전기통신사업법 시행령 및 고시 제·개정안 의견수렴 중으로 실효성 있는 대책 수립이 시급한 상황이다.

현재 구글은 ‘꼼수’로, 애플은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구글은 개정안 통과 이후 앱마켓 외부결제를 열어뒀으나, 수수료를 26%로 찔끔 인하했다. 이 경우 결제대행(PG)에 신용카드 수수료를 더하면 최대 34%까지 수수료가 상승한다. 사실상 자사 결제로 유도하기 위한 꼼수라는 비판이 나온다. 애플은 이미 앱스토어에서 웹툰과 웹소설에 30% 수수료를 매기고 있다. 법 통과에도 꿈쩍도 안 하는 상황이다.

이를 두고 지난 4일 한국웹툰산업협회 주최 토론회에서 현실적인 지적이 쏟아졌다. 국회가 자화자찬한 개정안이 실효성이 없는 까닭이다.

이 때문에 사후규제인 현 개정안보다는 강력한 사전규제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앱마켓은 세계적으로 구글과 애플이 시장을 양분하는 가운데 이렇다 할 대체재가 없고, 두 회사의 정책이 시장 전체에 미치는 영향이 엄청나다. 규제 신중론자도 앱 시장의 게이트키퍼(문지기) 역할을 하는 앱마켓만큼은 규제가 필요하다고 강하게 발언했다.

시행령과 고시 의견 관련해선 △결제시스템(인프라)과 결제수단, 결제방식 등 명확한 용어 구분과 적시 △인프라와 결제수단 이용대가 등 정보 공개 의무화 △전문가가 읽어도 어려운 이용약관의 명확화 △외부결제 이용 시 자유로운 판촉 보장 등이 제기됐다.

30% 과연 비싼가…26% 꼼수는 어떻게 대처?

이황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토론회에서 “독점사업자라 해도 단순히 수수료 비싸다고 규율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며 “그렇지만 단순히 비싼 것 아니라 그 수수료 비싸게 된 과정에 법적 문제 발견되면 그에 대해서는 대항할 수 있고 그것이 독점의 불가피한 결과고 파급 효과를 납득하기 어렵다면 정부의 사전 가격 규제도 불가피할 때는 가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봤다.

다만 전문가 토론회에서 30% 수수료율을 두고 법적 문제에 대한 심도 있는 얘기는 나오지 않았다. 현재 30% 수수료는 업계 불문율로 자리 잡았다. 전문가들은 이 수치가 경제적 효과를 잘 따져서 만든 것이 아니라, 애플이 앱스토어에 처음으로 30% 수수료를 매기면서 관행처럼 자리 잡은 것으로 봤다.

이미 30% 수수료를 내는 게임산업의 경우 규모의 경제를 이룬 상황이다. 확률형 뽑기 등 수익모델(BM)이 고도화돼 30% 수수료를 감내할 수 있는 상황이나, 웹툰과 웹소설은 이제 시장이 커지는 상황이기도 하고 단편 또는 여러 편을 통째로 얼마씩 파는 등 BM이 단순하다. 이 상황에서 30%를 적용하면 창작자의 몫이 반토막 나면서 창작 욕구가 꺾일 것이란 호소도 나왔다.

전문가들은 30% 자체를 건드리는 전략보다는 앱마켓 사업자가 외부결제를 허용하는 방향을 택했다. 그러나 구글은 외부결제를 열어놓고도 무려 26%의 수수료율을 내세웠다. 이승민 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부교수는 “사전규제는 전기통신사업법으로 하고, 사후 규제는 공정거래위원회가 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한다”며 “앱마켓에 대한 심사지침을 만들고 그에 따라서 다양한 조치를 세부적으로 열거함으로 불공정 행위로 잡는 것이 포괄적일 것”이라고 의견을 냈다.

소비자가 ‘캐스팅보트’

향후 웹툰과 웹소설에도 구글의 30% 수수료가 적용돼 소비자 가격이 올라가면 “소비자 불만이 커질 것”이라는 예상이 나왔다. 그러나 소비자 태반이 앱마켓 수수료 이슈를 모른다는 지적도 있었다. 이 경우 가격 상승 저항이 앱마켓이 아닌 창작자와 앱마켓 입점 사업자에 불똥 튈 수 있다. 또 소비자 입장에선 외부결제로 빠지지 않고 앱마켓 내에서 결제가 이뤄지는 것을 안정적으로 여겨 이탈하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제기됐다.

정윤혁 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는 “소비자가 ‘구글플레이에서 (결제)하는 게 낫지’라고 생각한다면 방법이 없다”며 “사용자 의견 조사해본 결과 잘 모른다는 답이 많았다”고 현실적인 점을 짚었다. 정 교수는 “소비자가 캐스팅보트(대세를 좌우할 표)”라고 봤다. 그는 “소비자가 조연에 머물러 있다는 생각이 든다. 주연으로 캐스팅해야 할 것”이라며 “소비자를 끌어들여 국민들에게 이런 얘기들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서범강 한국웹툰산업협회장은 “(인앱결제 이슈에 대해) 소비자들이 알 수 있는 자료와 자리가 필요한 것에 공감한다”며 “이번 계기로 노력해서 좀 더 전문적인 자료와 함께 연구분석자료의 필요성도 느낀다”고 의견을 냈다.

이대호 (ldhdd@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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