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광야에 홀로 선 윤석열.."가장 어려운 길 선택"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선거를 불과 2달 남기고 '선대위 해산'이라는 초유의 승부수를 던졌다. 메시지는 '확실히 변하겠다'다. 변화의 방향은 '처음 윤석열'이다. 김종인이라는 정계 최대 영향권에서도 벗어났다. 그야말로 홀로서기다. 시간은 많지 않다. 짧게는 일주일, 길어야 보름 안에 국민의 마음을 움직여야 한다. 정권 교체의 운명을 건 윤 후보의 벼랑 끝 승부가 시작된다.
윤 후보는 5일 오전 11시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확실하게 다른 모습으로 국민들께 변화된 윤석열을 보여 드리겠다"고 말했다. "국민이 기대하셨던 처음 윤석열 그 모습으로 돌아가겠다"는 선언이다.
야권 관계자는 "혈혈단신으로 문재인 정권의 불의와 맞서 싸우는 모습에서 대선후보로 부각됐다"며 "국민은 애초 세련된 정치인으로서 윤석열을 원한 게 아니었다"고 밝혔다.
전통적 여의도 정치에 실망한 민심이 다소 거칠고 미숙하더라도 원칙과 소신으로 국민의 바람을 담아내 줄 후보로서 윤석열을 기대했다는 뜻이다. 그러나 불과 수개월 만에 정치판의 혼란과 다툼에 윤 후보는 가려졌다. 메시지는 보이지 않았고 연일 리스크만 불거졌다. 매머드, 항공모함으로 불린 거대한 선대위는 말 그대로 권력투쟁의 난장판이 됐다.
국민의힘 한 중진의원은 "더 늦기 전에 모든 것을 내려놓고 원점에서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판단이 작용했다"고 밝혔다.
이른바 '후보 패싱' 논란을 부른 일련의 사건들이 직접적 원인인 것처럼 알려졌지만 실제 윤 후보가 가장 우려한 점은 선거 직전까지 상대방에게 공격의 빌미를 주게 된다는 이유라고 한다. 가령 윤 후보가 아무리 좋은 정책과 메시지를 내놔도 "김종인 박사가 다 써준거냐"는 민주당의 비아냥에 부딪히면 소모적 논란에 계속 시달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2017년 대선에서 안철수 후보가 소위 '박지원 상왕론'에 타격을 받았던 사례 등이 참고가 됐다.
이재묵 한국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지금은 고스란히 후보의 시간이다. 앞으로 열흘 정도 동안에 얼마나 믿을만한 지도자라는 것을 유권자들한테 보여줄 수 있느냐다"며 "여전히 정권교체 여론이 높다. 안철수 후보 쪽으로 이동한 지지자들이 돌아올 수 있을지는 윤 후보에게 달렸다"고 말했다.
이후 후보의 일정 등에서 이 대표의 의견이 반영되는 등 상황 변화에 따라 이 대표가 더 적극적 선거운동에 나설 가능성도 상당하다.
2030 지지기반을 갖고 있는 홍준표 의원과 관계는 숙제다. 윤 후보는 이날 홍 의원을 직접 만나 도움을 요청할 계획이 있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우리 국민의힘의 모든 분들이 힘을 합쳐서 우리가 같은 생각으로 단일로 선거를 치러야 해서 필요한 모든 일을 제가 할 것"이라고만 답했다.
일단 후보는 이날 저녁 오세훈 서울시장과 박형준 부산시장을 만나 식사를 함께 한다. 선대위 해산 후 원팀을 향한 첫 행보다. 오 시장과 박 시장은 국민의 선택으로 압도적 승리를 거뒀다. 정권교체 여론은 지난해 보궐선거 이후 줄곧 정권유지 여론을 크게 웃돌았다. 문재인 정권에 분노한 민심을 받아낼 수 있느냐, 오롯이 윤 후보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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