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광야에 홀로 선 윤석열.."가장 어려운 길 선택"

박종진 기자 2022. 1. 5.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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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
(서울=뉴스1) 이승배 기자 =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오후 일정을 마친 후 5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로 들어가고 있다. 2022.1.5/뉴스1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선거를 불과 2달 남기고 '선대위 해산'이라는 초유의 승부수를 던졌다. 메시지는 '확실히 변하겠다'다. 변화의 방향은 '처음 윤석열'이다. 김종인이라는 정계 최대 영향권에서도 벗어났다. 그야말로 홀로서기다. 시간은 많지 않다. 짧게는 일주일, 길어야 보름 안에 국민의 마음을 움직여야 한다. 정권 교체의 운명을 건 윤 후보의 벼랑 끝 승부가 시작된다.

윤 후보는 5일 오전 11시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확실하게 다른 모습으로 국민들께 변화된 윤석열을 보여 드리겠다"고 말했다. "국민이 기대하셨던 처음 윤석열 그 모습으로 돌아가겠다"는 선언이다.

'윤석열다움'의 회복 선언
윤 후보의 이날 회견은 '윤석열다움'을 회복하겠다는 의미로 요약된다. 당내 갈등과 부인 김건희씨 논란 등 지지율 하락의 원인으로 여러 가지가 꼽히지만 궁극적으로 '윤석열이 사라졌다'는 것에서 근본 원인을 찾았다. 정치라곤 생각도 해본 적 없던 검사 윤석열이 '국민이 불러낸 대통령'으로 나오게 된 계기에 집중해 초심으로 돌아가겠다는 얘기다.

야권 관계자는 "혈혈단신으로 문재인 정권의 불의와 맞서 싸우는 모습에서 대선후보로 부각됐다"며 "국민은 애초 세련된 정치인으로서 윤석열을 원한 게 아니었다"고 밝혔다.

전통적 여의도 정치에 실망한 민심이 다소 거칠고 미숙하더라도 원칙과 소신으로 국민의 바람을 담아내 줄 후보로서 윤석열을 기대했다는 뜻이다. 그러나 불과 수개월 만에 정치판의 혼란과 다툼에 윤 후보는 가려졌다. 메시지는 보이지 않았고 연일 리스크만 불거졌다. 매머드, 항공모함으로 불린 거대한 선대위는 말 그대로 권력투쟁의 난장판이 됐다.

국민의힘 한 중진의원은 "더 늦기 전에 모든 것을 내려놓고 원점에서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판단이 작용했다"고 밝혔다.

(서울=뉴스1) 이승배 기자 =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5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관에서 열린 2022 중소기업인 신년인사회에 참석하며 전화를 하고 있다. 2022.1.5/뉴스1

"가장 어려운 길 선택"
여러 방법을 검토했지만 결국 선대위 해산, 즉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과 결별을 선택했다. 윤 후보 측 관계자는 "김 위원장은 가장 노련한 전략가다. 그분에게 다 맡기는 게 사실 가장 쉬운 길"이라며 "그러나 후보가 가장 어려운 길을 선택했다. 정권 교체를 위해서는 이 방법밖에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이른바 '후보 패싱' 논란을 부른 일련의 사건들이 직접적 원인인 것처럼 알려졌지만 실제 윤 후보가 가장 우려한 점은 선거 직전까지 상대방에게 공격의 빌미를 주게 된다는 이유라고 한다. 가령 윤 후보가 아무리 좋은 정책과 메시지를 내놔도 "김종인 박사가 다 써준거냐"는 민주당의 비아냥에 부딪히면 소모적 논란에 계속 시달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2017년 대선에서 안철수 후보가 소위 '박지원 상왕론'에 타격을 받았던 사례 등이 참고가 됐다.

(서울=뉴스1) 이승배 기자 = 국민의힘의 새 선거대책본부장으로 임명된 권영세 의원이 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변을 마치고 이동하고 있다. 2022.1.5/뉴스1
앞으로 1~2주 민심 변화에 '주목'
주사위는 던져졌다. 관건은 여론의 향배다. 전문가들은 1~2주 안에 윤 후보의 진정성이 국민에게 전달되지 않으면 어렵다고 본다. 1월 말 설 명절 연휴까지 지지율에 뚜렷한 변화가 없으면 사실상 뒤집기 어렵다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20%대(이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로 내려앉은 지지율 추세가 계속 된다면 당내 의원들과 지지층의 동요도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수 있다. 그나마 이재명 후보의 지지율 역시 30%대 후반 박스권에 아직 갇혀 있는 조사가 많은 것은 윤 후보에게 희망적이다.

이재묵 한국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지금은 고스란히 후보의 시간이다. 앞으로 열흘 정도 동안에 얼마나 믿을만한 지도자라는 것을 유권자들한테 보여줄 수 있느냐다"며 "여전히 정권교체 여론이 높다. 안철수 후보 쪽으로 이동한 지지자들이 돌아올 수 있을지는 윤 후보에게 달렸다"고 말했다.

선대위를 해산한 대신 새로 꾸린 실무형 선대본부의 사령탑에 권영세 의원을 임명한 것은 긍정적이다. 지난 18대 대선을 승리로 이끈 경험과 실력이 있고 소통 능력에도 탁월하다. 윤 후보와는 서울대 법대 2년 선후배 사이로 평소 윤 후보가 "형"이라고 부를 정도로 신뢰가 두텁다.
(서울=뉴스1) 이승배 기자 =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당대표실 앞에서 취재진에게 윤석열 대선 후보의 선대위 쇄신 기자회견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2022.1.5/뉴스1
이준석, 일단 기대감…홍준표와 관계는 '숙제'
이준석 대표도 일단 기대감을 나타냈다. 이 대표는 이날 권 의원을 만난 뒤 "제가 권영세 의원과는 평소 친분 관계도 있고 무엇보다 지난 2012년 선거 과정에서 같이 일해 본 경험이 있어 상당한 신뢰를 가지고 있다"며 "아마 새로운 개편 시기에 아주 훌륭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후 후보의 일정 등에서 이 대표의 의견이 반영되는 등 상황 변화에 따라 이 대표가 더 적극적 선거운동에 나설 가능성도 상당하다.

2030 지지기반을 갖고 있는 홍준표 의원과 관계는 숙제다. 윤 후보는 이날 홍 의원을 직접 만나 도움을 요청할 계획이 있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우리 국민의힘의 모든 분들이 힘을 합쳐서 우리가 같은 생각으로 단일로 선거를 치러야 해서 필요한 모든 일을 제가 할 것"이라고만 답했다.

일단 후보는 이날 저녁 오세훈 서울시장과 박형준 부산시장을 만나 식사를 함께 한다. 선대위 해산 후 원팀을 향한 첫 행보다. 오 시장과 박 시장은 국민의 선택으로 압도적 승리를 거뒀다. 정권교체 여론은 지난해 보궐선거 이후 줄곧 정권유지 여론을 크게 웃돌았다. 문재인 정권에 분노한 민심을 받아낼 수 있느냐, 오롯이 윤 후보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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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진 기자 free2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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