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 있는 아침] 사라지는 것의 아름다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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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든 꽃 한 송이가 고개를 숙였다.
말라가는 꽃과 강렬한 색감의 플라스틱 빨대들이 어색한 조화를 이룬 이 장면은 사진가 정현목의 '모털 오어 이모털(Mortal or Immortal)' 전시작의 하나다.
버려진 시든 꽃과 플라스틱 빨대를 주워 촬영한 정물 사진으로, 현대문명과 생명에 대한 작가의 철학을 조형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시든 꽃이 아름다운 것은, 그 꽃이 세상에 유일한 개체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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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든 꽃 한 송이가 고개를 숙였다. 그 아래엔 하양, 빨강, 검정 플라스틱 사물들이 나란히 서 있다. 말라가는 꽃과 강렬한 색감의 플라스틱 빨대들이 어색한 조화를 이룬 이 장면은 사진가 정현목의 ‘모털 오어 이모털(Mortal or Immortal)’ 전시작의 하나다. 버려진 시든 꽃과 플라스틱 빨대를 주워 촬영한 정물 사진으로, 현대문명과 생명에 대한 작가의 철학을 조형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꽃은 절정의 시절을 잃었지만 그 자체로 고고한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다. 시든 꽃이 아름다운 것은, 그 꽃이 세상에 유일한 개체였기 때문이다. 마른 꽃의 주름에는 그것이 받았던 햇볕과 바람의 역사가 담겨 있다. 반면, 새것과 다름없이 깨끗한 플라스틱은 한 번 사용된 후 용도 폐기된 것들이다. 쓸모없어진 뒤에도 모습이 변하지 않은 플라스틱은 지구의 생명을 위협하는 불편한 존재로 남게 된다. 그래서 더 서글프다. 작가는 시든 꽃과 인공의 사물들을 빗대 사라지는 것의 미학을 드러냈다. 정씨의 작품들은 서울 중학동 스페이스중학에서 10일까지 만나볼 수 있다.
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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