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필버그에게 뮤지컬 영화는..1950년대 감성 그대로

박대의 2022. 1. 5.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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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웨스트사이드스토리'
뉴욕 빈민가서 펼쳐지는
현대판 '로미오와 줄리엣'
매번 새로운 장르와 이야기를 펼쳐온 스티븐 스필버그가 이번에는 뮤지컬 영화로 팬들의 곁에 왔다. 스필버그의 선택은 뮤지컬계에서 고전 중의 고전으로 꼽히는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다. 1957년 브로드웨이에서 초연된 이후 꾸준히 사랑받아온 뮤지컬은 미국 천재 음악가 레너드 번스타인과 '브로드웨이의 혁신가'로 불린 스티븐 손드하임이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을 원작으로 의기투합한 작품이다. 1958년 토니상에서 안무상과 무대디자인상을 수상했다.

이야기는 1950년대 미국 뉴욕 맨해튼 서부 외곽지역 '링컨스퀘어'를 배경으로 펼쳐진다. 그곳에서는 성공을 위해 뉴욕에 건너온 푸에르토리코 이민자 집단 '샤크파'와 앞서 지역을 차지한 폴란드계 백인 집단 '제트파' 간 주도권 싸움이 벌어진다. 샤크파 수장을 오빠로 둔 마리아(레이철 지글러)와 제트파 토니(앤설 엘고트)가 무도회장에서 첫눈에 반하면서 두 집단의 갈등은 극에 달한다. 그들의 이룰 수 없는 사랑을 통해 관객들에게 사랑과 용기의 의미를 묻는다.

영화는 브로드웨이와 할리우드 실력파 배우들이 대거 출연해 노래·안무·연기까지 아우르며 보는 이들의 만족감을 높인다. 토니와 마리아의 애틋함을 표현한 '투나이트(Tonight)'와 아니타(아리아나 데보스)가 '아메리칸 드림'을 경쾌하게 표출하는 '아메리카(America)' 등 명곡의 향연이 펼쳐진다.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가 영화로 만들어지는 것은 1961년 이후 이번이 두 번째다. 천과 그림자, 분진(粉塵) 소재 등을 이용한 장면에서 스필버그 특유의 새로움이 느껴지지만 연출과 촬영기법에서 좀처럼 신선함을 찾기는 쉽지 않다. 오히려 약간 바랜 듯한 화면이 그 시대의 시각을 그대로 살려내면서 관객에게 고전미를 전한다.

60년 전 작품과 다른 점을 비교하면서 보는 재미도 있다. 토니가 일하는 가게 주인 '딕'을 대신해 그의 부인인 '발렌티나'가 토니를 어머니처럼 감싸준다. 토니와 마리아가 함께 부르는 명넘버 '섬웨어(Somewhere)'도 발렌티나가 집을 떠나는 토니의 안녕을 바라며 부르는 것으로 바뀌었다. 전작에서 아니타 역을 맡은 배우 리타 모레노가 발렌티나 역으로 다시 출연해 세월의 흐름을 보여주는 점도 인상 깊다.

다만 극중 스페인어가 나오는 부분에 번역이 없어 관중의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든다. 스페인어 대사를 번역하지 않은 것은 스필버그와 각본가 토니 쿠슈너가 인종차별에 반대해 내린 결정이다. 스필버그는 현지 기자회견에서 "자막을 넣지 않은 것은 스페인어를 존중하고자 하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12일 개봉.

[박대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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