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극초음속 탄도미사일 추정 새해 첫 무력시위..다중 포석
[경향신문]
북한이 5일 동해상으로 탄도미사일 1발을 쐈다. 올해 첫 무력시위다. 지난해 1월 제8차 당 대회 이후 지속되는 북한의 국방력 강화 기조의 반영과 한·미의 변화를 압박하려는 다목적 포석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합동참모본부는 이날 “북한이 오늘 오전 8시10분쯤 북한 자강도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탄도미사일로 추정되는 발사체 1발을 발사했다”며 “한·미 정보당국이 추가 정보를 정밀 분석 중”이라고 밝혔다. 합참은 사거리와 고도 등 구체적 제원은 공개하지 않았지만, 현재까지 사거리 등을 바탕으로 단거리 미사일로 추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미사일이 발사된 자강도는 북한이 지난해 9월 28일 처음 시험한 극초음속 미사일 ‘화성-8형’를 발사한 곳으로, 후속 시험일 수도 있다.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는 작년 10월19일 신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시험발사 이후 78일 만이다. 올해 첫 발사 기준으로 보면 전년보다 2주가량 빠르다.
북의 이날 탄도미사일 발사를 놓고 북한의 국방력 강화기조에 따른 예정된 일정이라는 의견과 한반도 정세의 주도권을 확보하려는 의도가 반영됐다는 주장이 함께 나온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달 말 전원회의에서 국방 부문과 관련해 불안정한 한반도의 군사상황·국제정세 흐름에 따라 8차 당 대회 과업을 지속 추진하고 국방력을 강화하라고 지시했다.
대외적 측면에서 북한이 한·미를 압박하고 한국 대선을 앞둔 시점에서 한반도 정세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 도발을 감행했을 것이란 관측도 있다. 반복적 도발로 자신들이 대화 선결조건으로 내세우고 있는 이중기준·적대시정책 철회를 이끌어내려는 전략이라는 것이다.
시기적으로는 오는 2월 개막하는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한 달 앞두고 이뤄진 점이 주목된다. 시진핑(習近平) 집권 3기를 앞두고 국력과 리더십을 과시하는 잔칫상에 재를 뿌리지 않기 위해서라도 올림픽 폐막까지는 도발을 자제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했지만 빗나간 셈이다.
청와대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 직후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 긴급회의를 소집해 대응방안을 논의했다. NSC는 “이번 발사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고, 현재의 남북관계 경색과 긴장상태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북한과의 대화 재개가 중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한·미 북핵수석대표인 노규덕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성 김 미국 대북특별대표는 이날 오후 전화 협의를 했다.
다만 정부는 이번에도 ‘도발’로 규정하지 않고 ‘우려’를 표명하는 수준에서 대응하는 한편 대화를 강조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동해선축 단절구간인 강릉-제진 철도건설 착공식에서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언급하며 “이러한 상황을 근원적으로 극복하기 위해 대화의 끈을 놓아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남한 최북단 역을 찾아 임기 말까지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다 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지만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맞물리면서 취지가 퇴색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서욱 국방부 장관도 이날 오후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번 발사는 군사적으로 도발로 보지 않는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북한의 무력시위로 동북아 정세의 불확실성은 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임기 말 문재인 정부는 종전선언을 통한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불씨 살리기에 공들이고 있지만, 북한은 계획표대로 국방력 강화 ‘마이웨이’를 걷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흐름으로 볼 때 북한이 오는 3월 예정된 한·미 연합군사훈련과 한국 대선을 앞두고 추가적인 무력시위에 나설 가능성이 제기된다.
박성진·박은경 기자 yam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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