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벗기기 게임이 '15세 등급'?.."구멍 뚫린 앱마켓 심의"

김근욱 기자 2022. 1. 5. 16:13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성인게임이 청소년게임으로..'자체등급분류제' 문제 없나?
게임위 "현실적인 한계"..구글은 '묵묵부답'
모바일 게임 '와이푸-옷을벗기다' (게임 화면 캡처) © 뉴스1

(서울=뉴스1) 김근욱 기자 = 국내 최대 앱마켓 구글 플레이에서 인기 게임 1위를 차지한 '옷벗기기 게임'이 논란이 연일 확산되고 있다. 가위바위보에서 이기면 여성 아바타의 옷이 사라지는 선정적인 설정 때문이다.

이용자들의 반발이 거세지자 현재 구글 측은 게임 검색을 막아놓은 상태. 하지만 이미 게임을 설치한 100만 여명의 이용자들은 여전히 게임 접속이 가능하다.

논란의 핵심은 성인 게임물이 어떻게 청소년 게임물로 둔갑할 수 있었느냐다. 한국의 게임물 심의 과정에 구멍이 뚫린 것. 문제 원인으로 지목된 앱마켓 '자체등급분류제'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옷벗기기 게임, 어떻게 '청소년 게임'으로 나왔나

한국에 유통되는 모든 게임은 Δ전체이용가 Δ12세이용가 Δ15세 이용가 Δ청소년 이용불가 등의 '등급분류'를 받아야 한다. 이는 정부 기관인 '게임물관리위원회'(게임위)가 맡고 있다.

다만 게임위가 하루에 수백 개씩 쏟아지는 신규 게임을 모두 심의하기엔 한계가 있다. 이에 게임위는 구글플레이·애플앱스토어·원스토어 등의 앱마켓을 '자체등급분류 사업자'로 지정하고 권한을 일임하고 있다.

논란의 중심에 선 게임 '와이푸-옷을벗기다'는 구글의 자체등급분류를 통해 한국에 유통됐다.

싱가포르 게임 개발사 '팔콘 글로벌'이 출시한 이 게임은 이용자가 가위바위보에서 이기면 여성 캐릭터가 입고 있는 옷이 하나씩 사라지는 '성인 게임물'이다. 개발사는 "당신은 게임에서 사랑스러운 소녀들의 남자친구로 변신해 가위바위보 게임을 하고, 모든 소녀들을 정복하고, 그들의 비밀과 어울리는 도전을 수락하게 된다"고 소개하고 있다.

즉, 게임 제목과 내용 모두 자극적인 소재를 앞세운 명백한 성인 게임물인 셈. 하지만 중고교생을 비롯한 미성년자도 쉽게 이용할 수 있는 '15세 이용가'로 출시됐다.

싱가포르 개발사 팔콘 글로벌이 출시한 모바일 게임 '옷을 벗기다' (구글플레이 캡처) © 뉴스1

◇구멍 뚫린 앱마켓의 '자체등급분류' 능력

사실 자체등급분류 제도의 허점은 수년간 지적돼 왔다. 지난 2020년에 출시된 '아이들 프린세스'가 대표적인 사례다.

해당 게임은 자체등급분류제도를 통해 15세 이용가로 서비스되고 있었으나, 게임에 등장하는 8세 소녀가 "아빠랑 목욕하고 싶어"라고 말하고 "오빠, 만지고 싶어? 잠깐이라면 괜찮아"라는 대사가 나와 선정성 논란이 불거졌다.

당시 게임위는 "해마다 수십만 건의 자체등급분류 게임물들이 유통되고 있어 위원회의 인력과 예산으로 사후관리 하는데 어려움이 많다"며 "부적정한 게임물이 시장에서 유통되지 않도록 사후관리를 더욱 철저히 하고, 게임사업자를 대상으로 등급분류 기준 교육을 강화해 청소년을 보호하는데 앞장서겠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달 출시된 P2E 게임(Play to Earn·돈버는 게임) '무한돌파삼국지 리버스'도 자체등급분류제의 빈틈을 통해 출시된 게임이다. 현재 한국은 사행성을 우려해 P2E 게임 유통을 금지하고 있다.

즉, 국내 게임물 심의에 구멍이 뚫린 상황. 앱마켓 자체등급분류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 게임학회 "자체등급분류제 실효성 검토할때"

일각에선 앱마켓에 부여한 등급분류 권한을 회수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하지만 현실적인 측면을 고려했을 때 쉽지 않다.

게임위 관계자는 "한국에 출시되는 모든 신규 게임을 모두 게임위가 맡아 심의하려면 수개월이 걸린다. 이는 게임산업의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며 "앱마켓 자체 심의 과정에 한계가 있지만 그럼에도 자체등급분류제는 필요하다"고 말했다.

결국 자체등급분류 사업자들의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 다만 구글 측은 이번 선정성 논란과 관련해 "개별적인 앱과 관련한 문의는 확인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위정현 한국게임학회장은 "구글은 이같은 논란에 대해 항상 묵묵부답의 대응을 보여왔고, 이 틈새를 노리고 한국 규범에 맞지 않는 게임물이 다수 등장하고 있다"며 "게임물관리위원회는 자체등급분류 제도의 실효성을 엄중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ukgeun@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