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킹메이커' 김종인의 중도 퇴장, 윤석열 향해 독설

조문희 기자 2022. 1. 5.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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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그 정도 정치 판단이면 같이 못 해
 나라 어떻게 하겠단 비전 안 보여”
선대위 규모·‘윤핵관’ 문제 지적도

국민의힘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이 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자신의 사무실에서 윤석열 대선 후보의 선대위 쇄신안 발표를 시청한 후 외부로 나서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종인 국민의힘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이 5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결별했다. 선대위 합류 33일 만의 중도 퇴장이다. 김 위원장은 윤 후보에 대해 “그 정도의 정치적 상황 판단 능력이면 나와 더이상 뜻을 같이할 수 없다” “대통령이 되면 나라를 어떻게 한다는 비전이 보이지 않는다”고 독설했다. 재합류 가능성에 대해선 “그런 일은 절대 안 일어난다”며 일축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3월 “별의 순간을 잡았다”면서 윤 후보를 야권 대선 후보로 띄웠지만, 선대위와 선거 방식 등을 둘러싼 갈등 끝에 결국 윤 후보와 갈라서게 됐다.

김 위원장은 이날 서울 종로구 광화문 자신의 개인 사무실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후보와) 뜻이 맞지 않으면 헤어질 수밖에 없다고 얘기했다”며 사퇴 의사를 공식화했다. 그는 “선대위를 전반적으로 개편하자고 했는데, 무슨 상왕이니 쿠데타니 한다. 내가 무슨 목적을 위해 쿠데타를 하겠나”라며 “그 정도 정치적 판단 능력이면 더이상 나하고 뜻을 같이 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선대위 문제점으로 매머드형 규모를 꼽았다. 그는 “선대위를 단촐하게 효과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만들자고 했는데, 항공모함을 만들어놔서 기동력이 없다”며 “기동 헬기라도 띄우려 했지만 잘 되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윤 후보가 정치와 선거를 처음 해본 사람이니 사람만 많이 모이면 좋은 줄 알고 한 것”이라며 “결과적으로 그게 잘 안움직여 이런 현상이 초래됐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이번 같은 대선을 경험해본 적이 없다”며 “우리나라에 여러 문제가 산적해 있는데 대통령 되는 사람이 국정을 완전히 쇄신해 세계 속에 다음 세대가 중심으로 들어갈 디딤돌을 만들어야 하는데 그런 인물이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의 존재도 문제로 지적했다. 그는 ‘선대위 문제가 윤핵관이라고 보냐’는 기자들 질문에 “앞으로도 똑같다”고 했다. 그는 ‘측근들이 물러나는 모양새는 취하지 않았냐’고 묻자 “그게 물러난 것이냐. 지금도 직책 없는 사람이 다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 후보 최측근인 권성동 사무총장이 사퇴를 표명한데 대해서는 “그 사람이 그만두고 안두고 별 관심이 없다”면서 “본질적으로 대선을 어떤 방향에서 치러나갈지 확고한 생각이 있어야한다”고 말했다. 그는 “윤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나라를 어떻게 한다는 비전이 보이지 않으니 지금까지 이렇게 헤메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김 위원장은 이준석 당 대표를 감싼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나는 이 대표에게 ‘당 대표로서 윤 후보 당선시키는 것이 네 책무’라는 것만 강조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어느 신문인가 보니 이 사람(윤 후보 측)이 이준석이 나하고 쿠데타를 했다는 식으로 이야기했던데 내가 뭐가 답답해서 이준석과 쿠데타 할 생각을 하겠나”라고 말했다.

그는 대선 전망과 관련해선 “두고봐야 할 일”이라며 “(윤 후보가) 자신있다고 생각하는지 모르지만, 나는 그것에 대해 논평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별의 순간이 왔으면 제대로 잡아야 하는데, 잡는 과정에서 이런 사태가 발생했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여야를 넘나드는 ‘킹메이커’로 불려 왔다. 2012년 제18대 대선에서 박근혜 후보 대선 캠프에 합류해 박근혜 정부 출범에 힘을 보탰고 2016년에는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아 총선 승리를 이끌었다. 2020년에는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비대위원장을 맡아 지난해 4월 재·보궐 선거 승리를 이끌었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3월 윤 후보가 검찰총장직에서 사퇴한 뒤 대선 후보 지지율 1위를 기록하자 “별의 순간을 잡은 것 같다”라고 높이 평가했다. 윤 후보의 대선 출마 선언, 국민의힘 입당, 경선 과정에서 장외에서 조언하며 협력 관계를 맺었다. 선대위 합류를 두고 우여곡절을 겪던 김 위원장은 지난달 3일 이른바 ‘울산회동’ 직후 ‘원톱’ 총괄선대위원장직을 맡았다.

하지만 윤 후보의 강성 발언 논란 등으로 지지율이 하락하면서 두 사람 사이의 불협화음은 표면화됐다. 김 위원장은 지난 3일 윤 후보와 사전 상의 없이 선대위 전면 개편을 선언했다. 그는 “윤 후보에 선대위가 해준 대로만 연기를 좀 해달라고 부탁했다”고 밝혔다. 결국 이런 언행이 ‘후보 패싱’ ‘윤석열 아바타론’ 논란 등을 불러일으키며 윤 후보의 결단으로 이어졌다. 윤 후보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김 위원장께는 정말 감사의 말을 드리고 앞으로도 좋은 조언을 계속해주시기를 부탁드렸다”고 밝혔다.

조문희 기자 moon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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