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신 롯데 정훈, "스타는 아니어도 프랜차이즈로 남아 영광..과분한 팬사랑 느껴" [일문일답]

최익래 기자 2022. 1. 5.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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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정훈. 스포츠동아DB
기다림의 시간이 길었지만 스스로는 거인 군단에 남는 결말을 확신했다. 때문에 초조함 대신 평소처럼 2022시즌을 준비했다. 홀가분한 마음이 더 크다. 금액 등 눈에 보이는 지표보다 부산에서 은퇴할 수 있게 됐다는 사실 자체가 만족스럽다고 한다. 정훈(35·롯데 자이언츠)이 생애 첫 프리에이전트(FA) 권리를 마무리했다.

롯데는 5일 정훈과 계약을 발표했다. 3년 총액 18억 원. 협상 초기만 해도 양 측의 이견이 있었고 장기전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하지만 롯데에 남겠다는 정훈의 의지가 워낙 강했고, 구단 입장에서도 손아섭(NC 다이노스)이 떠난 가운데 정훈마저 잡지 못한다면 전력 약화가 불 보듯 뻔했다. 양 측이 타협점을 찾을 수 있던 이유다. 옵션은 정훈이 최근 2년간 보여준 성적을 유지한다면 충분히 달성할 수 있는 수준으로 알려졌다.

타격 외적인 모습도 계약에 영향을 끼쳤다. 롯데 관계자는 “철저한 자기관리로 후배들의 귀감이 되며 클럽하우스 리더 역할을 맡는 정훈의 성향도 팀에 꼭 필요다”고 밝혔다. 정훈의 계약을 끝으로 2022년 FA 정국도 마무리됐다.

계약 발표 직후 스포츠동아와 연락이 닿은 정훈은 “다시 롯데 자이언츠 정훈이라고 소개할 수 있어서 기분이 정말 좋다. 남들 눈에 약해보이겠지만, 올 시즌 보여드리고 싶다”라는 소감을 밝혔다. 다음은 일문일답.

정훈(오른쪽)이 5일 3년 총액 18억 원에 롯데와 FA 계약을 마친 뒤 이석환 대표와 악수를 나누고 있다. 그는 금액보다 ‘롯데 맨’이라는 상징성에 더 자부심을 가졌다. 사진제공 | 롯데 자이언츠
-마지막으로 FA 계약을 완료하게 됐다. 소감은?

“시원하다. 솔직히 이전까지는 FA 계약을 한 선수들이 힘들어하는 걸 보면서 ‘배부른 걱정’이라고 생각했는데 현실로 닥치니 정말 힘들더라. 시즌 끝나고 오늘까지 오는 길이 힘들었던 것 같다.”

-30대 중반임에도 3년 계약을 맺게 됐다.

“구단에서도 무턱대고 3년 계약을 하진 않을 것이다. 그간 내가 보여준 퍼포먼스를 통해서 결정한 것 아니겠나. 더 움직이고, 한발이라도 더 뛸 생각이다.”

-도장을 찍는 데까지 시일이 소요됐다. 롯데에 남게 됐는데, 그간 협상 과정을 요약한다면?

“처음부터 끝까지 롯데에 남겠다는 생각뿐이었다. 언제나 ‘롯데 자이언츠 정훈’이라고 생각했다.”

-온라인에서는 정훈이 롯데에 고액을 요구한다는 ‘썰’도 많았는데.

“직접 본 건 아니지만 얘기를 통해 들어서 알고 있었다. 그걸 통해 나를 비난하는 시선도 있었다고 알고 있다. 솔직한 심정으로는 ‘여러분들, 사실과 달라요’라고 말씀드리고 싶을 정도였다. 그런데 그보다 몇 십 배, 몇 백 배 많은 응원이 들렸다. 개인 SNS를 통해서도 ‘꼭 롯데에 남아줬으면 좋겠다’고 한 팬들이 정말 많았다. 그 응원 덕분에 비난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맘속으로 ‘조금만 믿고 기다려주십시오’라는 말을 몇 번은 외친 것 같다.”

-팬들의 사랑을 다시금 느낀 계기가 됐을 것 같다.

“솔직히 말하면 이렇게까지 팬들이 나를 아껴주시는지 몰랐다. 롯데에서 야구를 오래 하면서 많은 사랑을 받는다고는 생각했지만, 이번 겨울에 더 큰 마음을 느낀 것 같다. 실력을 배제하고서라도 ‘롯데 선수’로서의 나를 사랑해주신다고 느꼈다. 기분이 좋으면서도 책임감이 생겼다.”

-입단은 현대 유니콘스(육성선수)에서 했지만, 원 클럽맨이라고 봐도 되지 않나?

“맞다. 난 처음부터 원 클럽맨이라고 생각했다. 다만 ‘프랜차이즈 스타’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프랜차이즈는 맞지만 스타는 아니다(웃음).”

사진제공 | 롯데 자이언츠
-타 팀에서도 문의나 관심이 많았던 것으로 알고 있다.

“어느 날에는 밤에 집에서 혼자 타 구단을 내 이름 앞에 붙여봤다. ‘롯데 자이언츠 정훈’이 아니라 ‘●●● 정훈’이라고 말해보니까 그 말만으로 너무 싱숭생숭해졌다. 현실이 아닌데도 그랬다. 롯데에 대한 애정이 크다는 걸 새삼 느꼈다.”

-올 시즌에 대한 책임감도 상당할 것 같다.

“맞다. 그동안 꾸준히 운동을 하고 있었다. 이제 기술훈련에 돌입할 차례다. 산 좀 그만 타고 싶다(웃음). 머리가 복잡할 때 산을 타곤 했는데, 이제 야구공을 잡을 생각이다.”

-전반적으로 시장 규모가 커졌는데 계약 규모에 아쉬움을 느끼진 않는지?

“그렇게 생각하진 않는다. 누구와 비교하고 싶진 않다. 구단에서도 내 가치를 인정해서 이만한 대우를 해준 것이다. 다른 선수들과 비교하면 적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이 금액이 결코 작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제 성적으로 보답할 것만 생각 중이다.”

-정훈은 남게 됐지만 손아섭이 떠나면서 전력이 약해졌다.

“남들 눈에 올해 롯데가 쉽지 않아 보일 수는 있다. 이빨이 빠진 거인처럼 보이겠지만 다르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 공식적으로 (이)대호 형의 마지막 시즌 아닌가. 대호 형, (전)준우 형과 함께 어떻게든 후배들 잘 이끌어서 높은 곳에서 야구하며 마무리 하고 싶다.”

-절친한 선배 이대호가 무슨 얘기를 했는지?

“통화를 자주했다. 전날(4일) 밤에도 한참 얘기를 나눴다. (이)대호 형도 내가 FA이기 때문에 조심스러워하면서도, ‘결정은 네가 하는 거지만 형은 네가 롯데에 남았으면 좋겠다. 롯데에 남아서 같이 성적을 내고 싶다’고 말해줬다.”

-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개장 직후부터 ‘롯데 자이언츠 정훈입니다’라는 말씀을 다시 드리고 싶었다. 이 겨울 동안 내게 보내준 응원의 메시지, 결코 잊지 않겠다. 여긴 프로다. 야구장에서 무조건 결과로 보여드리겠다.”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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