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북장면 10차례 찍혔는데 놓친 오합지졸 軍.."상황보고 못받아 '월북'을 '귀순'으로 오판"

정충신 기자 2022. 1. 5.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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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오후 강원 고성 민간인통제선 부근에서 포착된 월북자 김모(30)씨의 모습. 국회 국방위원회

귀순자 MDL 넘기까지 CCTV 7회, TOD 3회 등 10회, 경고음 1회 9시간30분간 11차례 포착

GOP 초동조치 상황 대대장에게 보고도 없이 종결했고 대대장은 ‘귀순’오판, 靑까지 보고

합참 “고장난 CCTV 시계 탓에 엉뚱한 시간대 녹화분 돌려봤다…국민께 송구”

지난해 11월 귀순한 김모(30) 씨가 1일 강원도 동부전선 군사분계선(MDL) 철책을 넘어 월북하는 장면이 군의 GOP(일반전초) 감시카메라(CCTV)에 5회, 중대 상황실 CCTV와 민간 운용 CCTV 각 2회, GOP를 넘은 뒤 군사분계선을 넘기까지 열상감시장치(TOD)에 3회, GOP 철책을 넘는 순간 과학화감시장비 경고등과 경고음 발생 1회 등 약 9시간30분 동안 모두 11차례 포착된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감시경계 병력이 이를 놓치거나 ‘귀순’으로 오판하는 등 허술한 감시·경계로 월북 과정을 막지 못했다.

5일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지난 1일 육군 22사단 GOP가 관할하는 지역 철책을 넘어 육로를 통해 월북한 A 씨가 월책하는 장면은 GOP 내 감시카메라 3대에 모두 다섯 차례 포착됐다. 합참 전비태세검열실 조사 결과 A 씨가 당일 오후 6시 36분쯤 GOP 철책을 넘어 북한으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군의 과학화 경계시스템에 경고음이 울렸고, 소대장 등 병력 6명이 출동했으나 이들은 현장에서 특이사항을 발견하지 못하고 놓쳤다. GOP 감시병은 실시간으로 전송되는 CCTV 영상에서도 A 씨가 철책을 뛰어넘는 장면을 상황 발생 당시 인지하지 못했다.

감시병들은 상황 발생 당시 CCTV에 식별된 물체가 매우 흐릿하고 감시카메라의 사각지역 발생 등의 문제로 상황을 제대로 확인하지 못했다고 합참은 전했다. 군의 GOP 감시카메라 3대에는 A 씨가 남측 철책을 기어오르고 넘어가는 장면, 북측 철책을 넘어 갈대밭으로 사라지는 장면이 고스란히 잡혔다. 그러나 해당 부대는 이후 녹화된 영상을 재생했을 때도 A 씨가 철책을 넘어 월북한 사실을 또 놓쳤다.

녹화영상 재생 시 저장 서버에 입력된 시간과 실제 촬영 시간이 차이가 나 월책하는 장면을 제대로 확인하지 못했고, 이에 따라 특이상황이 아니라고 오판한 것으로 드러났다. 사람이 철책을 넘어간 시간의 영상을 들여다본 것이 아니라 엉뚱한 시간대의 영상을 돌려보고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군 관계자는 “근무 지침상 하루 두 차례 장비의 시간을 서로 맞추는 동기화 작업을 해야 하는데 이것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고 4분가량 (서버에 기록된 시각과 실체 촬영 시각 간) 차이가 발생했다”고 말했다. 시계 고장으로 상황을 오판한 것이다. 이로 인해 해당 대대의 지휘통제실장은 자체적으로 상황을 종료한 뒤 상급 부대와 대대장에게 보고도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군 관계자는 “22사단의 해당 부대는 2일 오후 9시 17분쯤에야 DMZ 내 미상의 인원을 열상감시장비(TOD)로 식별해 특이상황이 발생했다는 사실을 처음 인지했다”고 밝혔다. 해당 부대 대대장은 지휘통제실의 이전 상황 발생 사실을 아예 보고받지 못한 상태에서 TOD 영상을 근거로 월북 사실을 ‘귀순’으로 오판했다. ‘귀순’ 오판은 상부를 거처 청와대 국가안보실 위기관리센터에도 보고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지휘컨트롤타워가 상황을 오판하고 늑장 대처한 원인으로 지적됐다.

이후 MDL을 넘기까지 TOD에 영상이 포착된 것은 오후 10시 11분까지 모두 3차례였다. 월북 북한 남성은 MDL을 넘어서도 3차례 TOD 등에 관측됐다.

군 당국은 경계태세에 허점이 있었음을 시인하고 사과했다. 전동진(육군 중장) 합참 작전본부장은 “동부전선에서 발생한 월북상황에 대해 국민 여러분께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보완대책을 마련해 추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합참은 별도로 출입기자단에 배포한 설명자료에서 “군은 이번 상황을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다”며 “절치부심의 자세로 현장 작전부대 장병들이 대비태세를 확고히 하고, 임무 수행에 능력과 체계를 조기에 확립하겠다”고 밝혔다.

정충신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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