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CTV 5번 찍혔는데 보면서도 월북 놓쳐..군 "국민께 송구"

이상현 2022. 1. 5.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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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P 감시카메라 3대에 모두 다섯 차례 포착
현장 나간 소대장 등 병력은 특이사항 발견 못 해
지휘통제실장은 자체 상황 종료..상급자에 보고 안 해
5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에서 전동진 합동참모본부 작전본부장이 '철책 월북 사건' 초동 조치 조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탈북민이 이달 1일 강원도 동부전선 군사분계선(MDL) 철책을 넘어 월북하는 모습이 군의 일반전초(GOP) 감시카메라에 다섯 차례나 포착됐으나, 감시경계 병력이 이를 모두 놓친 것으로 밝혀졌다.

군 당국은 최전방부대 경계 태세에 허점이 드러난 것에 대해 "국민 여러분께 송구하다"라며 유감을 표했다.

합동참모본부는 탈북민 A씨가 이달 1일 육군 22사단 GOP 관할 철책을 넘어 육로로 월북하는 동안 철책을 넘는 장면이 GOP 감시카메라 3대에 모두 다섯 차례 포착됐다고 5일 밝혔다.

합참 전비태세검열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A씨가 사건 당일 오후 6시 36분께 GOP 철책을 넘어 북한으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군의 과학화 경계 시스템에 경고음이 울렸다. 이에 소대장 등 병력 6명이 출동했으나, 현장에서 특이사항을 발견하지 못하고 놓쳤다.

또 GOP 감시병은 실시간으로 전송되는 CCTV 영상에서 A씨가 철책을 뛰어넘는 장면을 상황 발생 당시 인지하지 못했다.

합참에 따르면 감시병들은 상황 발생 당시 CCTV 카메라에 식별된 물체가 매우 흐리고, 카메라의 사각지역 발생 등의 문제로 상황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했다.

군의 GOP 감시카메라 3대에는 A씨가 남측 철책을 기어오르고 넘어가는 장면, 북측 철책을 넘어 갈대밭으로 사라지는 장면이 모두 고스란히 잡혔다. 그러나 해당 부대는 이후 녹화된 영상을 재생했을 때도 A씨가 철책을 넘어 월북한 사실을 다시 한번 놓쳤다.

이번 월북 사건은 9·19 남북군사합의에 따라 병력을 철수시킨 GP(감시초소) 인근에서 발생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녹화영상 재생 시 저장 서버에 입력된 시간과 실제 촬영 시간에 차이가 있어 월책하는 장면을 제대로 확인하지 못했고, 이에 특이상황이 아니라고 오판한 것으로 밝혀졌다.

A씨가 철책을 넘어간 시간대의 영상을 본 게 아니라 엉뚱한 시간대의 영상을 돌려보고 문제가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군 관계자는 연합뉴스에 이와 관련, "근무 지침상 하루 두 차례 장비의 시간을 서로 맞추는 동기화 작업을 해야 하는데 이것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고 4분가량 (서버에 기록된 시각과 실제 촬영 시각 간) 차이가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해당 대대의 지휘통제실장은 이에 자체적으로 상황을 종료하고, 상급 부대와 대대장에게 보고하지 않은 점도 확인됐다.

22사단 예하인 이 부대는 이달 2일 오후 9시 17분에야 비무장지대(DMZ) 내 미상의 인원을 열상감시장비(TOD)로 식별해 특이상황이 발생했다는 사실을 처음 인지했다.

전동진 합참 작전본부장은 "동부전선에서 발생한 월북상황에 대해 국민 여러분께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보완대책을 마련해 추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합참은 또 설명자료를 통해 "군은 이번 상황을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다"며 "절치부심의 자세로 현장 작전부대 장병들이 대비태세를 확고히 하고, 임무 수행에 능력과 체계를 조기에 확립하겠다"라고 밝혔다.

이번 경계 작전에 실패한 22사단은 앞서 지난 2012년에 '노크 귀순', 2021년에 '헤엄 월남' 등 사건이 발생한 부대다.

[이상현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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