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송' 김의성, 꼰대 아닌 참어른.."불만 표현은 하찮은 짓"(인터뷰) [종합]

김보라 2022. 1. 5. 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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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김보라 기자] 일명 ‘악역의 표본’으로 불리던 김의성(58)이 영화 ‘특송’에선 사회적 약자를 품은 인자한 중년 남성으로 변신했다.

그는 대부분의 촬영 현장에서 가장 나이가 많은 선배 배우지만, 나이와 경력이 한참 밑에 있는 후배들과도 ‘친구를 먹고’ 삼삼오오 모여 담소를 나눈다.

김의성의 곁에서 그를 직접 겪어보진 않았지만, 인터뷰를 통해 말하는 태도와 자세, 목소리톤만 들어봐도 현장에서 어떨지 대략 유추해볼 수 있다.

카메라 안에서나 밖에서나 그가 분위기 메이커라는 게 느껴진다. 또한 후배들과 동료, 스태프를 아우르는 참어른이었다.

이번 영화는 전작들에서 보여준 드라마틱한 악한 역할은 아니었지만, ‘특송’의 스크린 안에서 매 컷 착하면서도 영리한 모습을 만들어내기 위해 고심했을 김의성의 노력이 느껴진다.

김의성은 5일 진행된 온라인 화상 인터뷰에서 “영화 개봉은 항상 떨리는 일이다. 스태프나 배우나 최선을 다하지 않는 사람은 없다. 특히 저는 이 작품이 관객들의 사랑을 많이 받길 바라는 마음”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특송’(감독 박대민, 제공배급 NEW, 공동제공 Library Pictures International, 제작 엠픽처스)은 성공률 100%의 특송 전문 드라이버 은하(박소담 분)가 예기치 못한 배송사고에 휘말리면서 벌어지는 추격전을 그린 범죄 오락 액션 영화. 이달 12일 극장 개봉을 선택했다.

특송전문업체 백강산업의 백 사장 역을 맡은 김의성은 “흥행은 관객들이 만들어주시는 것인데 특히 이 영화는 운이 따라주길 바란다”고 애절한 마음을 전했다.

이어 “드라마 ‘모범택시’보다 일찍 촬영했던 영화인데 코로나 때문에 개봉이 늦어졌다”며 “(이제는 전 소속사지만) 박소담과 좋은 우정을 나누고 있던 사이다. (그래서 가까워질) 마음의 준비를 하는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제가 아이가 없어서 아빠의 마음은 아니었지만 말이다”라고 선배로서의 감정을 전했다.

김의성은 이어 “백 사장은 제가 맡았던 역할들 중 가장 가벼운 체중의 느낌이라 마음에 들었다. 제 역할보다 시나리오 전체에 끌렸다. 여성이 액션을 이끌어가는 게 좋았다”고 출연을 결정한 이유를 밝혔다.

그러면서 “그간 여성 액션영화가 있었지만 피부에 와닿지 않는 상상에 의존하는 게 컸던 거 같다. 물론 ‘특송’도 상상이지만, 피부에 와닿는 액션이라 좋았다”며 “무엇보다 박소담이 한다고 해서 ‘그러면 해야지’ 싶었다. 박소담이 첫 주연을 맡았고 이 영화가 여성 원톱 액션이기 때문에 저는 특히나 더 잘 되길 바라는 마음이다”라고 말하며 부끄럽게 웃었다.

김의성은 “백 사장이 은하와 친하게 지내려고 하는 점을 표현하려 했다. 은하와 비즈니스 관계지만 엄청나게 아낀다. 그가 은하를 어떻게 가족으로 받아들이는지 과정을 고민했다”고 캐릭터에 중점을 둔 부분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백 사장이 하는 일은 정해져 있으니 은하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표현하면 캐릭터들 사이의 갭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이 영화에 나오는 인물들은 사회에서 마이너다. 합법과 불법의 중간에 서서 줄다리기 장사를 하는 백 사장, 그 안에서 일하는 외국인 노동자도 마이너 중 마이너다. 또한 탈북자 장은하, 돈을 먹겠다고 쫓아다니는 형사, 서원의 엄마, 모두 마이너다. 그 사람들의 충돌, 그 안에 존재하는 인간적인 따뜻함이 이 영화의 매력이다.”

어려웠던 점에 대해 그는 “제가 영화나 드라마에서 많이 죽어봤는데 이번 영화는 달랐다. 그렇게 피칠갑을 많이 한 적은 처음이었다. 액션도 아니었지만 (촬영용 소품) 피를 물었다가 뱉었다 하는 과정도 이렇게 힘든 일인지 몰랐다”고 전했다.

김의성은 짧지만 강렬한 존재감을 드러냈다. “저는 15일 만에 촬영을 마쳤다. 그래서 다른 배우들보다 어려운 점은 적었다. 그래서 부산 영도에서 좋은 시간을 보냈다. 휴차 때는 스태프와 놀러 다녔고, 맛집도 다니면서 알찬 시간을 보냈다”고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한 곳(백강산업 폐차장)에서만 촬영하는 게 그렇게 힘들진 않더라. 저보다는 많은 장소에 돌아다니며, 더운 날 고생한 스태프가 더 힘들었을 거다. 고생한 배우들, 스태프가 수고를 많이 했다는 말을 하고 싶다.”

김의성은 “카체이싱은 기회가 되면 꼭 해보고 싶다”는 김의성은 “근데 제가 멀미가 있어서 무섭다.(웃음) 차가 무서운 기계인데, 제가 그걸 100% 믿을 수 있을까 싶다. 제게 기회가 주어진다고 해도 얼굴만 내미는 비겁한 배우가 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해 웃음을 안겼다.

그러면서도 그는 배우 일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저는 연기보다 배우라는 직업적 매력이 더 크게 느껴진다. 물론 연기도 흥분되는 일이지만, 배우라는 직업을 통해 만나는 다양한 사람들과 무언가 만들어내고, 촬영장에 가는 게 너무 기쁘다”며 “촬영장에서 (배우 각각의 이름이 적힌) 천의자에 앉아 있는 게 좋다. 그리고 제가 일을 열심히 해서 과분하게 많이 주시는 출연료도 감사하다”고 했다.

김의성은 “기본적으로 제 마음속에는 나이(체계)가 없다. 나이라는 개념이 없어서 누가 몇 살인지도 모른다. 하하. 다만 저보다 나이 많은 사람들에게 조심하지만, 저보다 어린 사람들과 무조건 친구다.(웃음) 촬영장에 가면 50대 중후반이 가장 나이가 많다. 거기에다 남자이고, 그가 배우라면 강자 중의 강자다. 그 사람들이 농담만 날카롭게 해도, 받아들이는 사람들은 기분이 나쁘거나 움츠러든다. 그래서 제가 불평, 불만을 얘기할 필요가 없다. 가만히 있어도 다들 잘해주기 때문이다. (나이 많은 남자 배우가)불만을 표현하는 게 하찮은 짓이라고 생각한다”고 ‘탈꼰대’의 정신을 드러냈다.

김의성의 가치관과 이상향은 ‘함께 일하고 싶은 배우’다. “저는 ‘저 배우는 연기를 진짜 잘한다’라는 평가보다 ‘같이 일하면 좋다’는 말을 듣고 싶다. 그리고 돈을 준 만큼 연기를 하는 배우라는 평가를 듣고 싶다. 그래야 제가 일을 많이 할 수 있어서다. ‘저 분은 좋은데 (같이 일하면) 피곤해’라는 말은 듣고 싶지 않다. 많은 사람들과 즐겁게 일하고 싶다. 현장이 너무 좋기 때문이다.”

‘특송’은 은하와 함께 움직이는 캐릭터들의 자연스러운 호흡과 극 전체의 긴장감을 유지하는 데 캐릭터들이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확인할 수 있는 영화다.

이에 김의성은 다양한 무대를 오가며 오랜 경험 끝에 얻은 지혜뿐만 아니라, 배우가 아닌 다른 직업을 가진 사람들의 일상에도 적용될 따뜻한 애정이 담겨 있다.

12일 극장 개봉.

/ purplish@osen.co.kr

[사진] N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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