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탈원전 택소노미, 당장 접어야 한다

기자 2022. 1. 5.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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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은 세계에서 시민단체 활동의 역사가 가장 깊고 활동도 활발한 지역이다.

기후변화 대응에서도 유럽은 단연 으뜸이다.

이들은 유럽연합(EU) 의회에 파고들어 기후변화 대응을 정치 이슈화시켰다.

유럽의 많은 시민단체가 여전히 탈원전을 주장하지만, 이번 그린 택소노미를 통해 유럽 국가들은 전기에너지 안보를 위해 원전산업에 대한 금융 공급을 공개적으로 지지하고 나선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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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교 인하대 국제통상학과 교수

유럽은 세계에서 시민단체 활동의 역사가 가장 깊고 활동도 활발한 지역이다. 기후변화 대응에서도 유럽은 단연 으뜸이다. 1992년 리우환경협약은 물론, 최근의 파리기후협약까지 국제적인 환경보호 활동에서 유럽의 환경론자들은 주역을 맡아 왔다. 이들은 유럽연합(EU) 의회에 파고들어 기후변화 대응을 정치 이슈화시켰다. 진보정당들이 한결같이 환경보호를 내세우는 것도 이들의 노력 덕분이다. 그 결과 세계에서 가장 먼저 환경 규제를 했고, 높은 수준의 탄소 배출 억제책을 펴 왔다.

EU는 지난주에 ‘그린 택소노미’를 발표했다. 그린은 환경을 뜻하고, 택소노미는 일종의 분류체계다. 환경보호에 도움이 되는 산업을 분류하는 것이 그린 택소노미다. 세계를 놀라게 한 것은, 원전(原電)을 환경 택소노미에 포함시켰다는 사실이다. 독일 등이 반대하고 있으나, 다수의 국가가 동의하고 있어 원전 금융이 허용될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지난해 종무식을 앞두고 한국형 녹색분류체계(K-택소노미)에서 원전을 제외해 버렸다. 이로써 유럽에서는 원전산업에 금융자본이 투입될 수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자금줄이 막혀 버렸다. EU의 결정으로 국내 원전 업계는 한 줄기 빛을 보게 됐지만, 탈원전을 추진해 온 집권층과 정책 당국은 당혹스러울 것이다. 극단적인 환경론자들의 주장으로 국내 산업 경쟁력과 경쟁국들의 탄소정책은 무시한 채 무리하게 탈원전을 추진한 결과다.

몇 개월 전 중국과 유럽 등 많은 지역에서는 전기 부족 사태를 겪었다. 유럽 내 국가들은 스마트그리드로 연결돼 있어 일부 지역의 전기 부족을 해결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췄지만, 장기간 바람이 불지 않아 풍력이 제구실을 못하면서 전기 생산 절대량이 모자라게 되자 전기 부족 대란이 발생했다.

매연과 탄소 배출이 많은 석탄 화력을 점차 감축하고 천연가스 발전으로 교체하는 것은 충분히 설득력이 있다. 그러나 국내 전체 전기의 29%(2020년)를 담당하는 가장 값싼 에너지를 생산하는 원전을 없애는 것은 결코 상식적이지 않다. 남북으로 갈린 상황에서 보면 섬이나 마찬가지인 우리나라는 전기를 수입할 수도 없고, 국제 스마트그리드도 몇십 년 후에나 가능할 수 있다. 결국, 전기 에너지는 우리가 해결해야 한다. 오늘날 전기는 누구에게나 필수 서비스다. 탄소중립만 고수할 게 아니라, 신재생에너지 외에 원전을 포함한 합리적인 에너지 믹스가 바람직하다.

탈원전 정책으로 고사 위기를 맞은 국내 업계는 해외 원전 건설에 마지막 희망을 걸고 있었다. 국제 원전 공사 입찰에는 기술력은 물론 천문학적 규모의 자금 동원 역량이 있어야 낙찰받을 수 있다. 우리나라는 K-택소노미에서 원전을 배제함으로써 국내 업체의 해외 원전 입찰에 결정적 감점 요인을 안게 됐다. 유럽의 많은 시민단체가 여전히 탈원전을 주장하지만, 이번 그린 택소노미를 통해 유럽 국가들은 전기에너지 안보를 위해 원전산업에 대한 금융 공급을 공개적으로 지지하고 나선 셈이다. 기후변화에 과감한 행동을 강조해 온 유럽이지만 실리 앞에선 냉정한 판단을 했다.

이제, 임기를 4개월 남짓 남겨둔 현 정부가 탈원전과 K-택소노미 개정(改正)에 대해 분명한 입장을 내놓을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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