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런·타율 등 성적외 투지도 평가..'허슬 플레이'에 고과 가중"

정세영 기자 2022. 1. 5.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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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기남 SSG 기록원이 지난 3일 인천 문학구장에서 자신이 작성한 기록지를 배경으로 포즈를 취하고 있다. SSG 제공
남기남 SSG 기록원이 박종훈, 한유섭, 문승원의 다년계약 기념 글을 야구공에 썼다.

‘기록 장인’ 남기남 SSG 기록원의 ‘특별한 연봉협상법’

“선수 땀방울·노력 헛되지 않게

경기뒤 바로 고과 시스템 반영

객관적 자료로 선수 신뢰 얻고

투명한 고과산정 마찰 최소화”

SSG, 2년연속 협상 완료 1위에

프로야구 최장 경력자 실력 뽐내

인천 = 정세영 기자

프로야구 스토브리그에선 늘 ‘줄다리기’가 연출된다. 자유계약(FA) 영입, 그리고 연봉 협상이 이뤄지는데 밀고 당기기, 즉 밀당이 펼쳐지기 일쑤. 프로야구 10개 구단은 잡음 방지, 합리적인 연봉 협상을 위해 깐깐한 연봉고과 시스템을 적용하고 있다. 구체적인 연봉 고과 산정 방식은 대외비이고, 평가 항목이 100가지를 넘는 팀도 있다.

프로야구단은 12월 연봉협상을 시작하고, 1월 중순 마무리를 목표로 삼는다. 2월 1일부터 스프링캠프가 운영되기 때문이다. 연봉협상을 다 마치고 홀가분한 마음으로 스프링캠프에 모이면, 그만큼 훈련 성과는 커지게 된다. 그런데 엄청난 인상을 보장받는 선수를 제외하곤, 대부분 ‘임금’에 불만이 있기 마련. 때론 버티기, 연장전에 돌입하는 예도 있다. 2020년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NC의 박민우는 길고 긴 실랑이를 펼쳐 NC의 애를 태웠고 지난해 스프링캠프에서 사인했다.

하지만 SSG는 다르다. 2년 연속으로 12월에 연봉협상을 모두 마쳤다. 연봉 협상 완료 1위. 지난해엔 12월 26일 연봉 재계약 대상자 47명 전원의 동의를 얻었다. 대개 연봉협상은 운영팀 팀장과 차석이 주도하는데, SSG는 남기남 기록원이 담당한다. 2011년 8월 입사한 뒤 지난해까지 11시즌 동안 연봉 협상을 다룬 베테랑. 10개 구단 프런트 중 연봉협상 경력이 가장 길다.

남 기록원은 춘천고 야구선수 출신. 야구스타라는 꿈은 이루지 못했지만, SSG 기록원으로 현장을 누비고 있다. 경기를 살피면서 공식기록지 외에 고과를 위한 기록지(고과 시스템)를 작성한다. 지난 3일 인천 문학구장에서 만난 남 기록원은 “선수들이 흘린 땀방울의 가치를 잘 알고 있다”면서 “선수들의 노력이 헛되지 않도록 경기가 끝난 뒤 곧바로 고과 시스템에 입력한다”고 설명했다.

SSG는 투수의 승수와 평균자책점, 타자의 타율과 홈런, 타점 등 데이터보다 선수의 노력에 가중치를 더 준다. 타석에서 상대 투수가 공 7개 이상을 던지게 하면 비록 안타를 때리지 못해도 안타와 같은 고과 점수를 매긴다. 수비에서 2루타성 타구를 빠르게 낚아 단타로 막는 ‘허슬 플레이’를 보여주면 아웃을 잡은 것과 같은 점수를 준다. 남 기록원은 “안타성 타구가 잡히더라도 고과기록지엔 안타로 기입한다”면서 “선수들의 노력이 헛되지 않도록, 선수들이 분발할 수 있도록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연봉 고과 산정을 투명하게 선수들에게 공개한다. 누구는 많이 받고, 누구는 덜 받는 이유를 명확하게 알린다. 그리고 당근을 제공한다. 지난해 주전 유격수를 꿰찬 박성한은 지난해 연봉 3000만 원이었지만, 올해는 1억4000만 원을 받는다. 1억1000만 원 올랐고 인상률은 366.7%로 SSG 야수 역대 최고다. 불펜 김택형도 3000만 원에서 9500만 원 오른 1억2500만 원(인상률 316.7%)을 받는다. 남 기록원은 “고과 산정을 공개하면 마찰을 최소화할 수 있고 나아가 선수의 동의를 이끌어 낼 수 있다”면서 “SSG는 야수진, 투수진별 25명의 고과를 매긴다면 이를 전부 오픈하고 몇 등인지까지 알려주는데 5등이 4등 이상의 성적을 인정하면 연봉협상은 쉽게 풀린다”고 말했다.

연봉협상 실무자들은 ‘악역’을 피할 수 없다. 다양한 수단으로 심리적인 압박감을 주고, 혼란에 빠트리게 한다. 연봉협상을 고의로 지연하는 사례도 잦다. 하지만 남 기록원은 선수들을 달래며 신뢰를 주고받는 데 주력하고 있다. 남 기록원은 “고교 시절까지 야구를 했기에 선수들의 마음을 잘 이해한다”면서 “선수들도 객관적인 고과 자료와 설명을 납득하기에 연봉협상을 다른 구단보다 빠르게 완료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남 기록원은 “물론 연봉협상 과정에서 마찰은 피할 수 없다”면서 “평소 선수들과 끈끈한 유대 관계를 형성하면 협상 테이블에서 서로를 존중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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