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여담>공수처 '통신 조회' 당해보니

기자 2022. 1. 5. 11:30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김영삼 정부 당시 안기부는 '미림팀'이라는 도청팀을 만들어 총리, 장관, 청와대 고위직은 물론 여야 의원들에 대한 도청을 해왔다.

당시 미림팀장 집에서 압수된 도청 테이프만 274개였는데 청와대까지 보고가 됐다고 한다.

휴대전화도 전화국 중계 통신망에 도청장치를 설치해 할 수 있는 것으로 밝혀졌고, 국정원은 장비를 폐기했다.

문제는 공수처가 이런 정보를 활용해 사찰 정보로 가공한다면 과거 안기부나 국정원이 했던 도청과 다를 바 없는 일이 벌어질 수 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이현종 논설위원

김영삼 정부 당시 안기부는 ‘미림팀’이라는 도청팀을 만들어 총리, 장관, 청와대 고위직은 물론 여야 의원들에 대한 도청을 해왔다. 당시 미림팀장 집에서 압수된 도청 테이프만 274개였는데 청와대까지 보고가 됐다고 한다. 당시 야당 의원들은 요원들이 대화를 나누다 슬쩍 “의원님, 요즘 그 식당 자주 가시네요” “의원님, 그분하고 친하신가 봐요. 통화도 자주 하시고”라는 말을 할 때면 등골이 오싹할 지경이라고 했다.

이렇게 사찰당한 경험이 있는 김대중 정부는 1999년 국가정보원·정보통신부·법무부 합동으로 ‘국민 여러분 안심하고 통화하십시오! 휴대전화는 감청이 안 됩니다’라는 신문광고를 냈다. 기술적으로 휴대전화를 도청할 수 없다는 것인데, 나중에 이 말도 거짓임이 드러났다. 신건 국정원장 시절 도청을 한 사실이 노무현 정부 출범 뒤인 2003년 밝혀져 구속되는 처지가 됐다. 휴대전화도 전화국 중계 통신망에 도청장치를 설치해 할 수 있는 것으로 밝혀졌고, 국정원은 장비를 폐기했다.

요즘 스마트폰은 단순한 전화기가 아니다. 일상의 모든 게 담겨 있다고 할 정도다. 그래서 수사기관도 초동 수사 때 스마트폰 입수에 사활을 건다. 통화 내역을 조회하면 당사자의 인맥이 대충 그려지고, 이런 기초 정보를 종합하면 고급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심지어 부적절한 처신이 있었다면 그것도 추적할 수 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고발 사주 의혹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관련 사건 수사를 이유로 야당 의원과 기자들에 대한 광범위한 통신 조회를 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필자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지난달 말 통신사에 조회한 결과 지난해 10월 1일 공수처 수사3부가 요청한 것으로 밝혀졌다. 취재를 위해 고위 공직자나 국회의원들과 자주 통화를 하는 특성상 앞으로도 이런 상황이 자주 벌어질 수 있다. 문제는 공수처가 이런 정보를 활용해 사찰 정보로 가공한다면 과거 안기부나 국정원이 했던 도청과 다를 바 없는 일이 벌어질 수 있다.

앞으로 고위 공무원들은 기자들과 접촉하길 꺼릴 수밖에 없고 언론 활동도 위축될 것이다.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은 “문재인 정부에는 사찰 유전자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런데 지금 공수처만 봐도 믿기 힘들다.

[ 문화닷컴 | 네이버 뉴스 채널 구독 | 모바일 웹 | 슬기로운 문화생활 ]

[Copyrightⓒmunhwa.com '대한민국 오후를 여는 유일석간 문화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구독신청:02)3701-5555 / 모바일 웹:m.munhwa.com)]

Copyright © 문화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